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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Feb 06. 2024

김밥천국이 여기로다

2월 첫째 주


집김밥

싸면서 세 줄 먹은 집김밥의 매력

겨울 시금치는 달큼하다. 제철이라 가격도 저렴해져서 넉넉히 샀다. 많아 보이지만 빵빵한 과자봉지 내용물 확인하듯 데쳐서 물기를 짜면 얼마 안 된다. 반은 참기름과 집간장에 조물조물 무쳐서 먹고, 반은 김밥을 싸고, 반의 반은 둘째 이유식으로. 첫째 때는 이유식을 하고 남은 야채를 우리가 먹느라 바빴는데, 둘째는 우리가 먹는 야채를 남겨서 이유식을 한다.     


“미안하다 둘째야. 엄마가 휴직을 해서 그래. 그래도 노동력을 듬뿍 넣어 정성을 다하고 있어.”

     

요즘 김밥 한 줄에 사천 원 정도 하는 것 같다. 김밥천국에 기본 김밥이 천 원이던 시절에는 오며 가며 밥으로 간식으로 자주 사 먹었던 것 같은데 천오백 원, 이천 원, 계속 오르더니 이제 김밥은 간단한 요깃거리가 아닌 어엿한 한 끼 음식이다. 김밥 안에 제육이 들어가기라도 하면 한 줄에 오천 원도 넘는다. 나부터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제육사랑이 대단하다.

김밥이 열 줄이면 밥이 열 공기다. 10인분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우리 세 명이 세 끼니를 해결해야 내 노동력의 수지타산이 맞을 것 같다. 내일 점심 전까지는 인덕션에 불을 켜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런데 김밥 싸면서 내가 집어 먹은 게 거의 세 줄인데...... 그럼 나는 세끼를 굶어야 하는 건가.



봄동겉절이와 수육

매콤짭잘한 봄동 겉절이와 압력솥에 삶은 야들야들 수육

추운 겨울이 이제 슬슬 지긋지긋 해지는데 마트에 봄동이 반갑다.

봄이 싹트는 채소. 봄동

이름만으로도 봄의 고소하고 노란 햇살이 느껴지는 채소인데 가격조차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 봉지에 천오백 원. 가뿐하게 두 봉지 사서 들고 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뿐하지 않은 봄동 겉절이 작업. 누런 잎 떼고 다듬어서 소금에 절이고, 깨끗이 씻어 건져놓은 다음 찹쌀가루 풀을 쒀서 식히고, 고춧가루, 새우젓, 멸치육수, 액젓, 설탕, 매실액 등등 갖은양념을 넣고 버무려 드디어 봄동 겉절이 완성. 천오백 원의 봄동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내가 해놓고도 맛은 기가 막힌데 뭔가 부족하다 싶은 느낌 끝에 생각난 냉동실에 삼겹살 수육거리.

증명되는 나의 냉동실 재벌설.


달래머리 정신머리

정신머리 없으면 어때요 맛만 좋으면 된거죠

헝클어진 달래머리가 내 정신머리 같다. 갈래가 없다. 이 생각 저 생각 짧게 끊어지는 생각에 깊은 사유는커녕 순간 흩어지는 단어를 겨우 핸드폰 메모장에 붙잡아 글을 쓴다. 어쩐지 저 무질서한 달래머리가 커피를 내려놓고 식기 전에 김을 굽는다고 서두르다가 결국 애가 깨서 커피 한 잔을 전자레인지에 세 번을 데워먹는 내 일상 같다. 문득, 짜증이 치밀어 얼기설기 손가락으로 달래를 정렬해 본다. 좀 낫나.

오늘은 정신 나간 달래머리에 스트레스를 좀 풀어볼까. 쫑쫑 썰면서 올라오는 향긋한 달래향에 짜증도 쓱 잘려나간다.

간장에 참기름, 매실청, 참깨, 고춧가루, 올리고당, 멸치육수까지 다 때려 넣고 휘휘 저어 달래장을 완성한다.

구운 곱창김과 달래간장의 콜라보에 따끈한 쌀밥 추가. 오늘의 집밥 달래삼합 완성.


엄마! 밥 좀 더 줘.



2월 첫째 주 식비 결산

2월은 5주가 있는데 첫 주에 삼분의 일을 쓰다니

이번주에 외식을 두 번 했다. 주간 집밥을 시작해 놓고 벌써부터 외식을 하니 마음이 찔리지만 엄연히 집밥만 먹겠다는 도전이 아니고 한 달 식비 50만 원의 도전이라고 변명을 해본다. 한 달간 집밥만 먹으려면 정말 하루 종일 부엌에서 나오지 못하고 얼마 안 가 포기의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애써서 들어간 내 수고로움이 어느 한계치에 다다르면 지겨운 돌밥돌밥이 되어 짜증 섞인 한숨이 되기도 한다.


[돌밥돌밥 : '돌아서면 밥을 지어야 하는 주부'를 뜻하는 신조어]


다이어트 식단의 성공이 치팅데이의 적절한 배치에 달린 것처럼 한 달 식비 50만 원의 도전도 적절한 외식과 배달음식의 배치에 성패가 달린 걸 수도 있다. 첫째 주에 식비 많이 쓰고 변명이 길다.

다음 주에는 조금 더 집반찬으로 간단하게 먹어보자. (소곤소곤 '그렇지만 명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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