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 가즈린 촐로

by 고은별


바가 가즈린 촐로는 평원의 화강암 지대로 볼거리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동굴, 다른 하나는 샘물이다. 동굴이나 샘물 같은 거 별로 관심 없지만 무리를 벗어나 달리 갈 곳도 없기에(물리적으로 정말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조용히 일행을 따라갔다. 먼저 방문한 으스스한 동굴은 겉보기에 신비로와 보이긴 했으나 굳이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박쥐가 나올 수도 있고 또 아니면… 어쨌든 뭔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라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혼잣말을 꿍얼거리며 동굴 밖 앉을만한 바위에 자리를 잡아 엉덩이를 붙였다.


탐험을 떠난 친구들을 기다리며 화강암 지대와 하늘이 맞닿은 부분의 모양새를 찬찬히 바라봤다. 화강암 마루금 선이 날카로워 하늘과 섞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연한 하늘색 색종이에 돌멩이 스티커를 붙여 놓은 것 같다고 생각할 때쯤 철, 태태, 미미, 영, 비니가 돌아왔다. 비니가 나와 같은 방향을 보더니 “저거 상현달이지.” 말했다. 내가 그래 맞아 상현달이야 맞장구를 쳤다. 가이드 박자씨도 거들어 ”우리는 갈비달이라고 해요. “ 알려주었다. 둥근 보름달을 갈비처럼 뜯어먹어 갈비달이란 말일까? 고기를 주로 먹는 몽골의 달 이름으로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으로 보러 간 것은 ’눈의 우물‘이다. 동굴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자비 없이 빠르게 걷는 박자씨를 경보로 따라잡아야 했다. 박자씨는 갑자기 넓적한 암반 위로 뛰어올라 서서 ”자 여기 우물이 있는데 찾아보세요!“라고 말했다. 퀴즈의 강국에서 온 6명의 한국인은 급하게 ”여기요!“ 말하며 틈을 주지 않았다. 우물은 여느 관광지처럼 이러쿵저러쿵한 전설을 가지고 있었고 이 때문에 우물물을 눈두덩이에 바르면 눈이 좋아진다는 효능도 같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냥 화강암에 뚫린 구멍인데 들여다보니 정말 물이 퐁퐁 솟아나고 있었다.


눈에 우물물을 발라보는 체험형 관광까지 마친 뒤 도파민에 절여진 한국인 몇몇이 뒤저지기 시작했고(안타깝게도 나는 여기에 해당한다), 뒤에서 몰래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박자씨는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더 빠른 속도로 걸어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다음 장소… 그리고 다음 장소…그리고 박자씨는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밍기적거리는 우리를 재촉하기까지 했다. 박자씨는 결국 우리 시야에서 사라질 정도로 뛰었고 산등성이 위의 깃발처럼 작게 보였다. ’너무…! 빠르다…!‘ 허겁지겁 따라 가 도착한 곳은 바가 가즈린 촐로 정상이었고 우리는 때마침 지는 노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 예쁘다..”



박자씨는 수줍게 “이거 보여주려고 빨리 올라왔어요.”라고 말했다. 지는 해의 반대편에는 새하얀 갈비달이 높게 떠 있었고, 노을빛이 화강암 덩어리 사이사이를 붉게 물들이며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해가 지평선에 걸쳐 남은 빛을 쏟아낼 때, 그 빛을 받은 땅 위의 풀들이 주황색으로 반짝였다. 노을빛이 너무도 크고 환해서 저 멀리 땅 끝에 있는 풀잎 한 장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바람은 선선하게 불고, 바위는 따뜻했다. 내 옆에 미미, 영이, 비니가 조로록 앉았다. 해가 완전히 져서 하늘이 청람색이 될 때까지 노을을 함께 바라봤다.


’역시 몽골은 조금 다른 것 같아. 우리 몽골 오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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