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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스니퍼 May 27. 2024

빈보야지(Bean Voyage) 탁승희 대표님


koffee sniffer

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국가 재정 이유로 귀족층에게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습니다.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고, 커피 향을 찾아내 단속하는 직업이 바로 '커피 스니퍼'였습니다. 그 뜻을 재해석해,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커피 스니퍼의 역할이란 의미로 쓰이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들과 향을 소개합니다. 


Chapter. 1

빈보야지 (Bean Voyage)


ㅣ'빈보야지'는 커피 산업 내 성평등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bean Voyage는 '커피 농가가 튼튼해야 산업이 지속 가능하다.'라는 모토 아래 여성 소농들과 함께 하고 있는 사회적 비영리 단체이고, 2016년 2명의 커피 농부님들과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현재는 900명이 넘는 농부님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커피 산업은 그 뿌리인 농가가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현재 이 목표를 가지고 코스타리카와 멕시코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커리큘럼으로는 매해 커뮤니티의 니즈에 따라 변경이 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방법'과 '여성 커피인이란 어떤 것일까.' 자존감을 다루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후에는 금융 지식, 사업 계획서를 써보는 방법 등을 알려드리고 있고요. 또 커피만 재배해서는 현 시장의 가격을 받고 소농으로서 생활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커피 가격은 요동치고 있는데, 대게 이 가격에 소농은 큰 영향을 받거든요. 구조 자체가 커피는 식민지 역사가 길었잖아요. 그 부분이 아직도 이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거래 할 때 가격이 측정되는 방식을 포함하여 정보의 접근에서도 불평등은 존재합니다. 정보의 부족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찾는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가 정보를 제공해 주는 거라 생각했어요. 


ㅣ그렇다면 교육을 진행하는 농가는 어떻게 모집 하고 계신가요? 선발 기준이 있을까요?

초창기에는 연락해서 방문하고 추천을 받았어요. 마흔 명 정도일 때까진 그렇게 진행할 수 있었는데, 규모가 점점 커지고 지금은 매년 4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농부님들을 모집합니다. 구글 폼으로 신청서를 만들어서 WhatsApp(와챕) (메타가 운영하는 메신저 앱)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드려요. 참여하셨던 분들이 추천을 하고,  또 다른 분들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프로그램 런칭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요. 추가로 코스타리카에서는 정부 단체인 이카페에서도 프로그램 런칭 소식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주고 계세요. 매년 200명 넘는 분들이 지원하시고, 그 안에서 선발을 해요. 집중적으로 보는 부분은 이런 기회가 전에는 없으셨던 분들이 우리를 디딤돌로 쓰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장 필요한 분들을 선발하게 되고요. 선발된 분들은 1년 동안 지원을 받고, 트레이닝을 받게 되는데 교육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교육이 끝날 때쯤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실 수 있어요. 농가가 너무 작으면 커피만으로는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양봉이나 야채 등 재배할 수 있는 무언가로 계획서를 작성하시고, 지원금을 요청하시면 소액으로는 30만 원, 많게는 천만 원까지 지원해 드리면서 어떻게 꾸리시는지 모니터링까지 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꾸리신 모습을 평가하고 리포트를 쓰는 거죠. 코스타리카에서 주를 이뤄서 하고 있고, 이 프로그램은 1년에 150명에서 200명 정도의 장학금을 매년 드리고 있어요. 


ㅣ회사를 운영하시는 입장에서 자본이 있어야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하시고 꾸리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장학금과 지원금은 어떻게 드릴 수 있나요?

 빈보야지는 파트너쉽과 재단들에서 대부분 지원을 받고 있어요.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다 보니까 80% 이상은 모두 후원금이에요. 그중 가장 큰 funder(자금 제공자)가 스타벅스 재단이거든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프로그램을 위한 장학금도 매년 후원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이 프로그램 같은 경우 100% 스타벅스 지원금으로 운영이 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관심이 있는 회사와 우리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엮어서 자본이 그쪽으로 흐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역할을 하는 거죠.


빈보야지 홈페이지


ㅣ 그중에서도 여성 농부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궁금해요. 

*Key Insight!

 빈보야지를 시작한 계기와도 비슷한 이유인데요. 대학교를 미국에서 다녔는데 룸메이트가 코스타리카 친구였어요. 그 친구랑 살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는데 그때 기회로 친구가 자기 동네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저를 초대해 줬어요. 한 달을 농부님들과 지내게 되었고, 코스타리카에서도 시골인 남쪽. 파나마 국경에 있는 북쪽까지 내려가서 지내게 되었는데 커피에 대해 처음 배우는 환경이 제가 알고 있는 세계와는 너무 다른 거예요. 내가 아는 것보다 농장에서 노동하고 있는 여자들이 많다는 것을 먼저 보았고, 내가 아는 것 보다 공정 무역이 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걸 느꼈어요. 왜냐하면 그분들이 열매를 따서  파는 금액이 저희가 내는 금액의 8%~10%의 금액을 받고 노동하고 계시더라고요. 간단한 수확으로 1년에 몇 킬로를 수확하시냐 하고 계산을 해봤어요. 수확은 3개월 정도 밖에 안 하니까요. 그때 번 돈으로 1년에 네 가족, 여섯가족이 먹고 살아야 하는데 계산이 나오지 않는 구조인 거예요. 그 부분에서 궁금증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 일이 이 동네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일까. 그래서 커피 산업에 대해 질문이 많이 생겼어요. 나는 올바르게 소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소비 방식이 실질적으로는 아무 영향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배웠어요. 제가 방문했던 페르살레돈이라는 동네에서는 특이하게 남자들은 대부분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노동자로 일을 하고 돈을 보내고 계셨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장주이던, 농장주가 아니던 많은 커피 농장 일은 여성분들이 하고 계셨고요. 그런데도 땅 소유자가 남성이어서 커피를 판매할 때 계약서에는 남성 이름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실질적으로 여성분들은 정부 입장에서 존재하지 않는 농부일 때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너무 많은 기회에서 제외가 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조합이나 정부에서 진행하는 트레이닝 교육 프로그램에서 초대장조차 오지 않는 거죠. 이름이 없으니 존재하지 않는 농부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퀄리티 적인 부분이나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한되겠구나 느끼게 되었고요. 우리가 집중할 수 있는 곳은 어디며, 취약 계층을 봤을 때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아요. 


ㅣ여성 인권으로 시작하셨지만, 지금은 청년으로도 확장된 이유가 있나요?

지속 가능한 커피를 원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 했을 때 여성 성평등은 빠질 수 없는 부분이었고, 그다음으로는 세대교체인 것 같더라고요. 우리가 직접 고용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청년들의 커피만 소개할 수 있는 라인을 만들게 되었어요. 이 친구들이 재배하고 있는 커피도 너무 소개하고 싶었고요. 만으로 35세 미만 농부가 판매하는 커피는 이 그룹으로 묶어서 블루밍(Blooming)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판매 하고 있어요. 이 부분도 저희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이기 때문에 함께 하고 있고요.




Chapter. 2

산지 흐름과 문제 해결



시스템으로 인해서 어려움도 있으셨을 테고요. 많은 과정을 겪으며 지금까지 달려온 빈보야지. 노력으로 어떤 성취를 이루셨나요?

*Key Insight!

 초반에는 코스타리카 농부님 2명으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900명이 넘는 분들이 멤버로 활동하고 계시고요. 그중 졸업하신 분들이 또 다른 그룹을 만들어 지역의 멤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저희도 작년부터 졸업생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응원하기 위한 추가 (add-on)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기도 해요. 이런 프로그램의 진행과 기획은 파머 어드바이저 커미티를 졸업한 졸업생들 중에서 선출하여 운영하고 있고요. 감사하게도 본인의 동네 여성 인권 혹은 소농의 위치를 저희를 대신해서 대변하고 활동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고, 비슷한 경험을 하신 다른 여성분들을 만나 영감을 받고 빈보야지 프로그램 졸업 후 조합을 만들고 협회를 만들면서 영향을 끼치시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손으로 느껴지는 결과물로는 재작년 코스타리카 정부 단체인 ICAFE에서 처음으로 성평등 정책을 통과시켰어요. 그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와 연구는 빈보야지가 했고요. 코스타리카 커피 산업에서는 그전까지만 해도 여성과 남성의 역할 및 현행 데이터가 없다 보니 정책적으로나 뜻을 함께하는 다른 단체들도 실질적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었어요. 어쩌면 시장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같은 가격은 주겠지만, 실제로는 퀄리티나 커피 랏의 사이즈를 봤을 때 그 전에 어떤 리소스에 접근이 가능했냐에 따라서 임금의 차이가 난다는 부분이 빈보야지의 의견이었어요. 이 부분은 저희뿐만 아니라 SCA를 포함해 다른 단체들이 발표한 논문과 연구에서도 뒷받침을 해주고 있고요. 2016년부터 꾸준히 이야기 해온 결과 이 정책을 추진 중인데 저희가 데이터 수집 및 조사를 리드해줬으면 좋겠다고 좋은 제안을 주셨고, 컨설팅 회사와 힘을 합쳐 데이터 정리 후 전달해 드렸죠.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도 함께 제안해 드리고요. 결국 정책도 통과시키게 되었고, 우리가 앞으로 하는 일이 정책적으로 풀릴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부분이기도 해요. 



ㅣ법안을 통과시키신 열의가 대단하신 것 같아요. 빈보야지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Key Insight!

우리의 목표는 더 이상 우리가 필요로 하지 않는 거예요. 빈보야지 같은 경우 구조적으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작한 회사예요. 후원금을 많이 모집하고 파트너 쉽을 맺으며 팀원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목표이지만, 우리가 모두 동의하고 있는 부분은 '결국 우리는 쓸모가 없어져야 돼. 그래야 우리 목표가 이루어진거야.'라고 말해요. 내년에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분명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꺼야.'라는 자신감이 모두에게 있는 것 같아요.(웃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사회의 변화를 보고 싶어 하는 부분이 크기에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우리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함께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요. 더 많은 사람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할 때 그 속도는 다르니까요. 빈보야지가 가장 먼저 집중한 부분은 성평등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최근엔 세대교체에 관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청년 커피도 소개를 하고 점차 지속 가능한 커피 산업을 위해 산업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소개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지금 현 산업이 겪고 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궁극적인 문제점이 해결한다면 우리가 존재하지 않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리의 목표는 현재의 빈보야지가 필요 없는 사회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에요.


ㅣ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고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생각하게 되네요. 배움의 연속이에요.(웃음) 승희님이 생각하시기에 건강한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시작과 끝은 농부, 생산자라고 생각해요. 일단 커피 산업은 커피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산업이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산업은 뿌리가 단단한 산업이에요. 여느 나무와 마찬가지로 뿌리가 단단한 나무가 더 지속 가능하게 성장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이 산업의 뿌리가 산지에 있고, 생산자라면 생산자가 조금 더 나은 삶을 이어갈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산업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일도 꿈꿀 수 있는 산업, 이 일을 함으로써 가족과 여행을 간다거나 저축을한다거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고, 기회를 줄 수 있는 산업이었으면 좋겠는데 지금까지는 생산자를 생각하는 미래에는 이런 꿈들이 제외가 되었던 것 같아요. 작은 소농들까지도 커피 산업에서 기회를 보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산업이 지속 가능함이 아닐까요?



ㅣ왠지 산지의 문제 해결이란 큰 범위 안에서의 일이기 때문에 '나'를 중심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막연해 지는 일인 것 같아요. 바리스타로서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요.

*Key Insight!

재작년에 펠트 커피에서 지속가능성에 관한 세미나를 했었는데 참석해 주셨던 바리스타분이 같은 질문을 해주시더라고요. '바리스타가 할 수 있는 일은 뭔가요?'하고요. 당연히 해답은 어렵지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의 시작점은 조금 더 쉽게 보였던 것 같아요. 산업의 시작점에 생산자가 있다면 끝맺음에는 바리스타분들이 있으시잖아요. 손님분들에게 한 번이라도 커피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시는 역할을 해주는 것. 그 커피가 잔에 담기기까지 어떤 여정을 거쳐왔는지, 소비를 통해 산업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 주시는 것. 저는 이 부분이 커피 산업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농부님들도 어쩌면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소비자의 작은 행동이 나비 효과로 산업 전체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ㅣ전달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것 같아요. 농부님들의 마음도 알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이슈도 많잖아요. 분명히 타격을 받고 있는 부분이 있을 테고요. 걱정이 많으실 것 같아요. 이미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지만 개선하기 위해 혹은 지키기 위해 대처할 방안이 있을까요?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녹병 같은 경우에는 한해의 수확을 다 잃을 수도 있잖아요. 그에 맞는 대응도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품종이 개종되면서 생산량에서나 병충해에 강한 품종들을 심는다거나 커피도 농작물이고 나무이다 보니, 토양의 건강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그 부분에서도 교육 프로그램이나 친환경 비료로 단단한 나무로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할 방법도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요. 가장 어려운 건 기후 자체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정말 제한적이라고 느낄 때도 많아요. 예를 들어 비로 인해 열매가 다 떨어져 버리면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경우 자본의 문제가 나올 수 있죠. 우기 지역이 아니라 마당에 펼쳐 말리던 커피를 이제는 기후 변화로 오는 비에 대비하여 공간에 투자를 해서 커피를 건조해야 하거나 혹은 커피를 비닐하우스에서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대응이라면 그 상황에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산업에서 남게 되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다양한 방안은 존재하고 이루어지고 있지만, 가장 큰 관건은 누가 접근할 수 있냐는 것이죠. 그 일로 일어나는 불평등을 해소할 방안은 우리가 계속 고민해야 하고요. 최근 환경과 관련해서 정책으로는 유럽에서 불법으로 산림을 벌채한 곳에서 생산된 농작물 수입을 금지하는 법이 생겼어요. 생산국의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고 생산된다면 시장 출시나 공급, 또는 수출할 수 없는 EUDR이라는 법안 계정으로요.


ㅣ커피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환경적 영향에 대해 특히나 중요시 여겨야 하는 이유가 추가로 있을까요? 

커피 산업의 경제적 규모, 그리고 얼마나 우리의 삶에 커피가 깊이 들어와 있는지. 이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정말 많은 사람이 커피를 업으로 혹은 생활 깊숙한 곳에서 접하고 있잖아요. 생산국에서도 한 국제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커피 산업이고요. 환경의 위험도 있지만, 경제적인 부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많은 중 남미 국가 중 과테말라, 온두라스 같은 경우에도 GDP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이와 관련해서 EU(유럽연합)에 EURD이라는 정책을 통해서 '환경(산림)을 파괴하는 커피는 수입하지 않을 거야.'라고 했을 때 사실 이 규제가 어떻게 풀릴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살림을 파괴한다는 것 자체가 큰 위험이고 잘못된 사실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상기시켜 주는 셈이죠. 규모가 큰 산업인 만큼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되는지에 따라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기회도 많고요. 



ㅣ산림 벌채는 커피 재배를 위해 더 많은 땅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확실한 건 생산하는 나라에서도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이 조금씩 한계성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이네요.

*Key Insight!

 그럼요. 온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다 보니까 재배를 할 수 있는 지역이 점점 줄어들고 산 위로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어요. 제가 본 것만 하더라도 14년-16년도 사이에 만났던 코스타리카 농부님의 대부분 농장들은 1,200m에서 제일  높은 곳은 1,800m 안에 있었거든요. 지금은 2,200m를 봐요. 어디까지 재배하시냐,  해발고도를 적어달라 말씀드리면 1,000m에서 2,200m까지 올라간 거예요. 왜 그렇게까지 가시냐 하면 게이샤 같은 몇몇 품종은 추운 곳에서 재배 해야하는데 1,500m-1,600m는 더 이상 생각하는 퀄리티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시는 거죠.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분들에게는 어쩌면 시장이 원하는 퀄리티의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 찾은 답이잖아요. 그런데 또 다른 측면으로 바라봤을 땐 산림이 파괴되고 있는 거예요. 보호되었던 숲을 자르고 올라가니까요. 품종의 변화도 계속되는 것이죠.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현 산업이 겪고 있는 문제점이죠. 


ㅣ정말 아이러니하네요. 소농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현재 그들에게 가장 큰 고민도 같은 맥락일까요?

 그쵸. 나의 일이 지속될 수 있을까. 2023년 기준 올해 같은 경우 멕시코의 로컬 시장 가격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시장 가격이 내려가는 걸 보았는데요. 너무 낮아져 버린 가격에 비해 인건비는 배로 들다 보니까 올해는 수확하지 않으시겠다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인건비를 줄 돈이 없으니까 아쉽지만, 열매가 그냥 땅에 떨어지도록 놔두는 게 낫다-라고 하시는 분들이요. 이 떨어진 열매는 판매도 못하고 낭비가 되지만 이에 대비할 자원이 없는 농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제한적이에요. 그 시간에 나가서 다른 물건을 팔겠다는 등 다양한 일거리를 찾으시겠다는 거예요. 현실적으로는 마음이 아프죠. 올해는 수확하지 않겠다고 말하시면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없어요. 결정권은 본인에게 있으니까 존중해 드리고 맞다고 생각해요. 경제적으로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그 이상의 것도 고민할 수 없으니까요. 


ㅣ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품종의 변화도 계속되고요. 특색있는 품종들이 소비자들에게 다양성을 제공한다면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 입장에서는 특색있는 품종들의 재배를 보다 더 선호하시는 걸까요? 

남들과 다르게 판매하고 싶으신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품종도 그렇지만 가공법만 보더라도 시장에서는 아무리 맛있는 워시드를 가공해도 워시드가 가지고 있는 기본 가격이 있어요. 그 이상의 가격을 넘지 못하다 보니, 그 부분에서 돌파구를 찾으시는 것 같아요. 하시는 말씀이 나도 다른 차별화를 둬야 하는데 이게 차별화가 되지 않을까 하시니까요.


ㅣ마음이 좋지는 않네요. 분명 취향이 있으실 테고 클래식을 지향하시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생업을 위해서 개성을 찾으시는 거잖아요. 

 커피 산업 자체가 구매자가 주도하는 시장이거든요. 소비자가 트렌드를 결정하지만, 그 소비자가 실질적 소비자라기 보다 사실은 로스터리나 수입업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시장에서 팔리는, 그리고 팔고 싶은 커피가 구매되다 보니 보통의 생산자가 가질 수 있는 결정권은 제한적이고요. 상을 받거나 아주 유명한 농장이 아니 고선요. 시장에서 트렌드를 만들고 우리도 맞춰가야지 하는 구조적인 상황이다 보니 어려운 입장 같아요. 현지 상황이 어떻든 기후 변화가 어떻든 일단은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이 옳은 방향이라고 비치는 안타까운 모습도 종종 보이고요. 사실은 그렇지만 저는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해요. 시장에서 가질 수 있는 영향력이 큰 만큼 시장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면 생산지 공동체들과 할 수 있는 것도 그만큼 많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요.





Chapter. 3

커피 산업

ㅣ커피 산업 문제 중 아직도 어려움이 있는 부분과 개선 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Key Insight!

음,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커피 가격이라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산업을 원하고, 더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은 카페, 로스터리, 수입업자들은 아주 많은 것 같은데 더 나은 산업을 위해 충분히 더 공정한 커피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업체들은 적다고 생각해요. 소비국에서 체감하는 인건비 및 비용 상승은 똑같이 생산국에서도 체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두 가격은 변동되지 않고 제자리인 경우가 많아요. 수입을 하시는 분들은 또 다르게 느끼실 수 있을 테지만, 생산자에게 가는 수익은 오르지 않았어요. 이 모습이 어쩌면 산업의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제가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관심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거예요. 한 명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 행동으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로만 끝나는 마케팅이 아닌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놓지 않는 거죠. 


ㅣ우리나라 커피 산업 구조와 다른 나라의 구조를 바라봤을 때 배울 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Key Insight!

한국 시장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짧은 시간 안에 규모가 빠르게 컸고,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다른 부분을 바라보았을 때 느낀점은 한국 커피 산업에서도 퀄리티 이상으로 전반적인 커치 산업의 모습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예를 들면 환경이나, 사화적으로 우리의 구매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요.(웃음) 해외 시장보다 한국 시장에서는 산지나 산업 내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지속 가능성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기후 변화 등 이야기를 하는 일이 드문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을 이야기할 때 어려운 점은 여성 소농과 함께한다, 환경을 위한 커피 등을 이야기했을 때 해외에서는 부가 설명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왜' 함께 하는지에 대한 설명보다는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요. 빈보야지를 먼저 찾아오시는 경우가 훨씬 많고요. 한국에서는 나서서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지속가능성도 우리 커피 산업을 위해 중요한 거예요!'라고 교육하는 부분이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라 뜻깊게 하고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부분도 있어요. 그래도 한국은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일이 빠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영향력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어요.


ㅣ스페셜티 기준도 많이 달라졌고요.

 이제는 사람들이 스페셜티를 먹었을 때 품종도 중요하지만, 어떤 스토리를 입혀서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기준이 높아진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지금 나아가려는 방향 같고요. 스페셜티 커피는 퀄리티는 당연히 좋아야 하고, 그 이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 이상으로도 할 수 있는 역할의 힘이 상품이 아닐까. 라는 게 지금 스페셜티 커피 해외 산업 내에서의 화두인 것 같아요. 




Chapter. 4

승희님에 대해서


ㅣ궁금해요.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데 본인의 일을 계획할 시간이 있으신가요?

 없어요.(웃음) 회사 분들은 못 느끼시겠지만, 저는 완전 'P' 성향이 강한 사람이에요. 일을 할 땐 J 성향이 되지만요. 업무를 하고 뭔가 발표를 해야 할 땐 계획적이지만, 평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끌려서 하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창업할 줄은 꿈에도 몰랐고, 남미에서 일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웃음) 그 당시 내가 관심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지금까지 쭉 이어진 것 같고요. 빈보야지 같은 경우도 하는 일이 정말 다양해요. 무조건 이건 해야 돼. 있어야 돼가 아니라 그때 농부님들을 만났을 때 필요한 것. 그때 이야기를 나누고 필요한 것들을 하다 보니 점점 프로젝트가 다양해지고 규모도 커진 것 같아요. 그런 형식으로 삶을 살다 보니까 제 개인적인 계획은 항상 뒷전이긴 하고요.(웃음)


ㅣ우연의 연속으로 승희님만의 인생을 걸어오셨네요.

 스티븐 잡스가 스탠포드 졸업 영상에서 인생은 랜덤해 보이는 점을 찍는 것의 연속이지만 지나고 돌아보면 의도해서 찍은 점들이 아닌데 다 연결이 된다고 말해요. 그 얘기를 듣고 너무 공감했어요. 여태 해왔던 일이 그 당시에 재미있어 보여서, 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함께 했을 뿐인데. 그때는 이 분야랑 그 분야가 관련이 없다가도 후에는 꼭 연결이 되더라고요. 안 해봤으니까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해봤으니 해보면서 생신 점들이 결국은 선으로 이루게 되더라고요.


ㅣ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으시다면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우리가 놀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있어서 나의 역량은 어디까지인가 지금 고민하는 단계이고요. 제가 함께하는 동료들이 빈보야지에 맡긴 삶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고, 이 친구들이 함께 오래오래 성장하는 길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당연히 빈보야지가 필요에 의해 존재할 때까지- 이지만요!(웃음) 


ㅣ무엇이든 추천해 주세요!

*Key Insight!

 올해 다시 읽었던 책이 레베카 솔닛과 텔마 영 루투나타부아가 엮은 'Not Too Late'(늦지 않았다)라는 책이에요. 아직은 한국어로는 번역이 안 됐더라고요. 번역판이 나온다면 꼭, 추천해 드리는 책입니다. (원서로 읽으셔도 너무 어렵지 않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지만요!) 기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다양한 작가와 액티비스트들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에요. 보통 제가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 끝이 없는 터널을 계속달리는 느낌을 종종 받았는데요. 끝도 없는 싸움을 하는게 맞나?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 맞는 일인가 했을 때 책에서 읽은 문장을 꼭 마음에 품고 다시 들여다보곤해요. 책에서 기후 위기에 맞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 자체는 어렵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답은 심플하다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하던 사랑을 담아 최선을 다하면 된다. 라고 말해주는 거예요. 그리고서 환경 활동가라면 길로 나가 가장 큰소리로 내가 하느 필요한 일에 대해 알리고, 혹시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엄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을 해줘요. 예를 들면 나의 아이가 자연을 사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사랑하고, 보존하는 방식으로 교육하고 돌보면 그 자체가 네가 할 수 있는 아주 크고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는데 굉장히 공감 가더라고요. 왜냐하면 저도 가끔 기후 위기 혹은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작다고 생각이 들어 작게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아무리 교육을 해봤자 미미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들고요.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있나,라는 나약한 생각도 들었어요.(웃음)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제가 이 일을 좋아한다면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이 길을 열심히 가면 되고, 옆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응원해 주고 함께 갈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시작과 끝이 아닐까 하고요. 그럼 신기하게도 계속할 힘이 생겨요!


ㅣ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어떤 매개체인지를 떠나 정성스럽게 질문을 준비해 주시잖아요. 그 부분에 감사함을 느끼고 그 질문들 안에서 제가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니까 답을 생각하며, 대화를 하면서 생각이 확장되는 사실이 너무 좋아요. 속해있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이 문제를 설명하는 능력이 늘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니까 하고 설명을 안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제가 하는 이 일이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이겠다 싶기도 하면서 사람들에게 더 쉽게 설명할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을 때였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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