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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스니퍼 Jun 25. 2024

파브스 커피


koffee sniffer

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국가 재정 이유로 귀족층에게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습니다.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고, 커피 향을 찾아내 단속하는 직업이 바로 '커피 스니퍼'였습니다. 그 뜻을 재해석해,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커피 스니퍼의 역할이란 의미로 쓰이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들과 향을 소개합니다. 


Chapter 1.

카페의 시작과 운영


Q. 처음부터 카페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정주님) 둘 다 커피를  좋아했고, 일반 소비자였고 연애 하던 시절, 남편이 연구차 타 지역이나 해외에 갈 때면 카페에 가서 컵 홀더를 챙겼어요. 디자인 마다 다르기도 하고, 기념 삼아 모은 홀더가 몇백 개가 되더라고요. 저는 저대로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꼭 먹어야 했던 사람이었고요. 미국 웨스트버지나아주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인 모건 타운에서  남편은 공부를 했고 저는 일을 할 수 없는 F2 가족 비자로 1년 반 동안 도서관에 다니며 공부만 했어요. 지루함과 외로움이 컸을 때 동네에서 사람들이 가장 바글거리는 카페에 일을 하게 되었고, 6개월간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5시까지 무료로 일했어요.(웃음) 따로 돈을 주겠다 했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도 있었고, 그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더라고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어진 일이 있다는 감사함,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에게 고마웠어요.


Q. 토목공학 수자원 연구를 한 남편, 아랍어를 전공한 아내가 카페를 시작한 계기정주님) 운이 좋게 남편이 조기 졸업을 하게 되었고, 6개월 뒤에 박사 과정을 밟기로 했는데 시간이 붕 뜨더라고요. 그때 뉴욕 여행을 갔다가 로스터리 카페에 들어가 물었어요. 커피를 하고 싶은데 미국에서 어떤 것부터 해야 하는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물었고 알려준 과정을 공부해 가면서 스페셜티를 알게 되었어요. 한국에 잠깐 들어와 더 깊게 공부했고요. 공부를 하면서 남편 합격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어요. 좋아서가 아니라 답답했던 그 일상 속에 일도 할 수 없고 외롭게 있을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때 내 마음이 시키는 게 뭘까 생각하게 되었고 남편에게 같이 커피를 해보면 어떨지 말하게 되었죠.



Q. 함께 하자고 제안하셨을 때 고민이 많이 되셨을 것 같아요. 

준선님) 크게 상관은 없었어요. 박사를 하더라도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해야만 하는 것이고, 스스로 연구가 적성에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커피라는 분야를 연구하면 되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단지 연구 주제가 하천의 흐름에서 커피로 바뀐 것뿐이라 생각하고요.(웃음) 제가 연구했던 물과 모래 입자가 물과 커피 입자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연관성은 크진 않지만, 로스팅도 연구의 일환이라 생각합니다. 


 Q. 함께 일하시면 파트를 나누기는 쉬우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부부가 함께 일을 한다는 점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준선님) 맞아요. 와이프도 로스팅을 하지만 운영을 저보다 잘하고, 저는 뒤에서 서포트하는 능력이 좋다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나눠진 것 같아요. 서로가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도 중요한 것 같고요. 예를 들어 집에서도 일에 대해 논의하는 경우가 많아요. 몰입해 있다 보니 말이에요. 그래서 일과 가정에서의 밸런스를 맞추는 걸 저희도 배우는 중인 것 같아요. 


정주님) 성격이 정말 극과 극이지만, 서로의 가치관이 비슷해요. 다르지만 먼 이야기를 해봐도 항상 끝이 같고요. 센서리도 다르게 느끼지만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해요. 가끔 동의하는 부분이 있으면 맞을 확률이 높은 거니까요. 둘 다 리프레쉬 하는 방법도 같아요. 다른 카페에 가면 되거든요.(웃음) 그래서 크게 에너지가 소비되지 않아요.

 

준선님) 잘 맞아야 하는 부분도 중요한 것 같아요. 집에서는 일 이야기를 안 하고 싶어도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 부분이 힘든 사람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주님) 그럴 땐 저희는 서로 이야기해요. 지금은 쉬고 있다고. 하지만 금세 불붙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만요. 그래서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가족 운영으로 창업을 하려는 분들께 어떤 조언을 드릴 수 있을까요?

*Key Insight!

정주님) 가족을 떠나 공동 창업자여도 간절한 마음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간절함이 일치해야 서로가 지쳐도 끌어줄 수 있거든요. 남편이 지난주에 로스팅 대회 심사위원으로 자리를 비웠을 당시, 친정어머니께 부탁해 애들 등원시키고 매장 운영을 다 해냈어요. 그게 남편을 위한 길이고, 저를 위한 길이고, 팀원들을 위한 길이니까요. 서로 배려하고 지치면 다른 누군가 더 맡아서 할 수 있는 이해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준선님) 인터뷰 동안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서비스직과 거리가 먼 성격이지만, 부인이 하는 노력을 뒤받쳐주기 위해 손님을 대하는 호스피탈리티에 대해 많은 노력을 했었어요. 


정주님) 그래서 오픈 초창기에 둘이 산에 가서 '안녕하세요!' 외치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웃음) 한 사람에게 모든 걸 맡길 수는 없는 거니까. 뭐든 함께 해야죠.


Q. 그렇다면 매장을 운영함에 있어 투자해야 하는 부분과 아껴야 하는 부분도 일치하시나요?

정주님) 운영을 하는데 쓰이는 비용의 조화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지만, 인력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파브스는 직원이 3명이에요. 매출이나 매장 규모로 봐서는 지출이 많은 편이지만 저희는 아이들과의 시간에도 투자를 해야하고, 사람에게도 투자를 해야 해요. 우리는 열심히 해서 커질 테니까(웃음) 함께할 사람을 계속 키우는 게 중요하고 투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Chapter 2.

파브스 성장 과정 


Q. 그래서 예전에도 일하셨던 분들과 대회 준비도 같이 하시고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함께하셨죠. 파브스를 보면 함께 성장하자는 취지가 분명하신 것 같아요. 

준선님) 맞아요. 결국 항상 고민하는 부분은 바리스타들이 직업적으로 어떻게 하면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예요. 누군가 좋은 사례를 보여주면 따라 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사례를 찾지 못했어요. 커피 분야의 모든 대표님들의 고민이 아닐까 싶어요. 


정주님) 제가 임신한 순간 알았어요. 여성 바리스타가 이 직군에서 어떻게 버틸 것인가. 임산부이지만 직장인으로서 아이를 지켜야 하는 부분과 내가 이 업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몸은 따라 주질 않는 거죠. 저는 만삭까지 일을 했어요. 도움이 되기 위함인데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부딪힐 수도 있고 점점 내 몸이 둔해지면서 감각도 둔해지니 퍼포먼스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더욱 생각하게 되고 여성 바리스타로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미지 출처: 파브스커피 인스타그램


Q.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출산하시고 얼마 안 돼서 대회에 출전하셨죠. 

정주님) 출산하고 우울한 감정의 호르몬이 강하게 왔어요. 저도 처음 겪는 일인데 컨트롤할 수도 없으니, 우울감이 더 커졌죠. 출산하고부터는 새벽잠을 못 잤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도 그 시간이 육아를 끝내고 저만이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요. 그때도 잠 못 이루고 있다가 우연히 추가 모집 공고가 뜬 거예요. 2주 남았는데 내일이 마감이다. 누군가 남기고 간 자리에 내가 도전해도 이 대회에 피해가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신청할 때만 해도 KNBC대회가 어떤 건지도 몰랐고 그냥 했어요. 해야만 했고, 해내야만 했어요. 쌍둥이 아이들을 심사위원으로 앉혀놓고 시연하면서 대회를 준비했던 과정과 성취감이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 같아요. 


Q. 두 분은 끊임없이 자기 개발에 힘쓰시는 것 같아요. 해낼 수 있는 원동력,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Key Insight!

준선님) 20대 때 배운 것 같아요. 연구를 했으니까 내가 퍼포먼스를 어떻게 내야하고 노력의 정도나 방법들을 배웠던 것 같아요. 만약 카페가 아니라 닭강정 집을 했어도 똑같이 했을 것 같아요. 기름을 연구하고 온도를 연구하고 닭 해부부터 품종까지 공부했겠죠. 이렇게 해야만 퍼포먼스가 난다는 것을 경험했으니까요. 성공을 위해서 아니라 주어진 삶에 열심히 살아가는 것뿐이에요. 아기들이랑 시간도 많이 보내고 싶고, 우리와 함께하는 친구들이 잘 됐으면 좋겠고 그런 것 때문에 열심히 하는 거죠. 저는 공학자잖아요. 확률로 따지면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한다면 잘 될 확률이 높아지는 거고요. 확률을 계속 높이기 위해선 대회에 나가기도 하고, 그곳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고 그 사람들을 흡수하면 되는 거고요. 


정주님) 20대의 삶이 30대를 만들고 30대의 삶이 40대의 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바리스타에게 맛은 기본이에요. 이 세상 이력서를 받아도 다 똑같아요. 추출, 재고관리, 매장 운영, 호스피탈리티 등 그 안에 내가 무엇을 얹을 것인가. 그게 바리스타의 차별성을 만들어주고 다음 단계를 만들어주는 스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일을 하면서 꿈도 계속 꾸고요. 저는 어린이집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의 자녀들을 맡길 수 있는 곳이요.


Q. 현실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상상도 못 했어요. 너무 멋있는 꿈이에요.

*Key Insight!

정주님) 그러니까 구조를 바꿔야 하죠. 파브스는 커피만 하지 않아요. 기계 개발도 하고 있고, 생두와 관련된 것들 등 할 수 있는 일은 두드려 보고 있어요. 매장 외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로 자본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더 큰 운영은 불가능하니까요. 


Q. 좋은 커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로스터리라는 카페의 의미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주님) 큰 그림으로는 직군 적으로 고민을 하고 개선할 필요성, 문제 해결이 맞죠. 커피적으로는 투명한 얼굴이 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고요. 이것 또한 선한 영향력이라 생각해요. 어떤 생산자가 재배를 하고 어떤 마음을 담아 어떤 방법으로 로스팅을 하고 추출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열정이 한잔에 담기잖아요. 10잔이 나가도 한 사람에게는 한 잔 뿐이니까요. 그렇게 얼굴이 담긴 한 잔을 드시게 할 수 있는, 보이지 않지만 계속해 내고 해내야만 하는 열정이 우리의 마음가짐이고 결국 직업 정신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Q. 맞아요. 운도 있어야 하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잖아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도 눈여겨보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주님) 그쵸, 저희가 노력하지 않았더라면 산지에 초대받거나, 무언가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지 못했을 거예요. 상대방도 우리에게 얻어야 할 인사이트가 있고, 필요로 해야만 이루어지는 거잖아요. 저는 대표이지만 다른 곳에 취업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해요. 그게 실력이니까요. 그게 개인의 성장이자 차별성을 만드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준선님) 전국의 바리스타 중에 나는 어느 위치에 있을까. 혹은 로스터 중에 어느 위치에 있을까? 그래서 계속 대회에 나가 부딪히고 배우는 것 같아요.




Chapter 3.

파브스의 색



Q. 파브스의 추구하는 맛과 향

정주님) 파브스는 성장 중이라 어떤 맛을 추구한다. 정확히 그려놓지 않아요. 원두마다의 특색과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어떤 맛을 지향한다는 없어요. 원두의 장점을  살려야 하는 부분이 가장  크니까요. 거래처에 납품 세팅을 도와드리러 방문하면, 각 대표님마다 파브스 원두로 표현하는 방향이 다르세요. 장비 환경이 다른 것도 있지만 추구하는 운영 방식과 맛의 역치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그럴 때면 우리는 떡볶이 가게에 고춧가루를 납품한다고 비유를 들어요. 열심히 로스팅한 고춧가루로 떡볶이집에서 표현하는 떡볶이 맛은 다양하니까요.



Q. 파브스는 평범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웃음) 다양하게 하시고 있는 일들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방향성은 어떨까요?

준선님) 저도 궁금해요.(웃음) 현재로서는 온라인 통해서 판매를 하기보다 소통을 할 수 있는 경로를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것 또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루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유튜브가 될 수도 있고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겠죠? 소통을 통해 우리가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뻗어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Q. 무엇이든 추천해 주세요!

준선님) 추천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나를 이끌어 주는 사람을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관계도 자석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열심히 하는 사람은 그 사람과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공부를 할때도 너무 힘들거든요. 그런데 마지막까지 힘들 때 받쳐줄 수 있는 힘은 '좋음'밖에 없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분명 또 다른 누군가와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정주님) 저는 요리를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라면을 잘 끓이는 것, 찌개 간을 맞추는 게 생각보다 중요해요. 요리를 하면 간을 맞추고 재료에 대해 이해를 하는 것은 맛과 향의 감각을 깨워준다고 생각해요. 커피 추출도 커피라는 요리의 간을 맞추는 것 아닐까요? 커피 성분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막막하다면 다양한 맛을 만들어보고 느껴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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