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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로 걷기 May 12. 2024

자녀 혼인증여 1.5억 원이 가이드라인?

- 증여는 언제? -

11월에 아이의 혼사를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거나 비혼 주의자가 많은 시대에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겠다는 것 자체가 고맙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접어두고 부모로서는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난제인 ‘혼인 자금문제'가 앞에 놓였다.


대부분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자식들 혼사를 위해 가능한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반면 혼인할 정도로 양육을 했으면 부모의 도리를 다한 것이기에 최소한만 돕고 본인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자녀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은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된다면 가능한 많은 지원을 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간혹 그동안 키워준 걸로 감사하고 본인들 스스로 힘으로 혼사를 치르겠다고 하는 대견한 자식들도 아주 드물게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부모가 도와주는 혼인증여는 얼마가 적정 금액이고, 언제 해 주는 게 바람직할까? 


적정 증여금액과 관련해, 올해부터 개정된 상속 및 증여세법 시행으로 자녀에 대한 증여가 5천만 원에서 혼인 시 1억 원 더 증액되었다. 마치 법으로 혼인 지원자금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준 것 같은 느낌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1억 5천만 원으로 증여 한도의 상향은 능력 있는 부모의 세금 부담을 줄여 주고, 애초부터 5천만 원 조차도 해 줄 수 없는 부모는 상실감만 커졌을 뿐 이 두 부류에 속한 부모들의 증여 규모에 대한 외형 변화는 없다.


문제는 이도 저도 아닌 입장에 있는 대부분의 부모들이다. 법 개정으로 결혼할 자식의 부모에 대한 기대 수준은 높아졌고, 형편이 안 됨에도 증여금액을 늘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부모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통계청 발표 22년 말 기준 전체 가구의 순자산은 4.4억 원이고 혼인을 앞둔 자녀를 둔 5~60대 가구는 대략 5.5억 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평균 자산을 보유한 일반적 부모들이 해 줄 수 있는 혼인 자금으로 1억 5천만 원은 투 머치이다.


자녀 한 명에게 1억 5천만 원을 증여해 주려면 보유한 금융자산을 대부분 써야 한다. 그리고 80% 안팎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기에 모자라는 금액은 집을 팔아 좀 더 외곽으로 이사를 하는 방법 등으로 차액을 마련해 증여를 해야 한다. 


자녀 혼인을 앞둔 부모들은 은퇴 전후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은퇴연령 62.7세인데 이 연령대 전후의 세대는 대부분 자식들 키우느라 은퇴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향후 경제활동도 마땅치 않다. 혼인증여는 고사하고 60% 가까이가 은퇴 후 생활비조차 부족하다 한다.


이렇듯 혼인 자금 증여는 부모 마음과 달리 현실에서는 녹록지 않고 무리해서 증여를 하게 되면 노후대책이 막막하다. 결국 형편에 맞게 은퇴 후 생활자금 등과 아이들 혼인 증여를 적당한 선에서 저울질해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게 넉넉지 않는 대부분 부모들의 숙제이다.


증여 시기와 관련해, 금번에 바뀐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혼인신고일 이전 2년 및 이후 2년 기간에 증여 1억 원에 대해 공제를 해 준다고 규정되어 증여 시기는 법적으로 혼인신고 전후 총 4년이다.


결혼한 자녀에게 지원하는 1억 원의 혼인 증여공제는 시기를 벗어나면 세금을 부과받게 될 것이니 증여할 능력이나 계획이 있는 부모는 이 기간에 하라는 취지인 듯하다.


공제제도가 아니라도 대부분 부모들은 결혼식과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위한 주거지, 혼수품 마련 등을 위해 가장 많은 자금이 필요한 시기가 결혼 전후이기에 이 시기에 가능한 금액을 증여를 해 주려 할 것이다.(자녀 혼인 후 2년 이내 증여가 어려운 부모는, 출산 후 2년 이내 같은 금액의 출산공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어떤 부모는 해 줄 수 있는 돈을 다 주고 나면 부모를 홀대하기에 최소한만 도와주고 천천히 조금씩 나누어 주어야 그나마 자식들이 부모를 공경하고 나중에 손주들도 찾아온다고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애지중지 키운 사랑하는 자식들이 증여시기가 당겨진다 해서 부모를 경시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긍정 마인드는 모든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자녀에 대한 믿음이기에 그런 이유 때문에 증여를 늦추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위에 살펴본 혼인증여 금액과 시기는 형편과 생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모범답안이 있을 수 없다. 다음으로는 실제 이러한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 나의 답안지 초안을 공유 해 보려 한다.


나도 여느 부모와 같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만큼 해주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다만, 증여 시기는 생각이 좀 다르다. 결혼할 때는 필요경비 등만 지원하고,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증여는 아이가 결혼생활을 어느 정도 한 후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충족되는 적절한 때에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그리하려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우리 부부의 은퇴 후 안온한 삶을 위해서이다. 34여 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은퇴 해 오랫동안 계획했던 가고 싶은 곳도 가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낼 때인데 준비했던 은퇴자금을 아이 혼사에 대부분 지원을 하고 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궁핍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거기다 좀 더 해주고 싶은 마음에 자금 마련을 위해 집이라도 팔라치면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규모가 작은 집이나,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연고도 없는 곳으로 이주해 어색하고 불편한 하루들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젊은 시절 자식들을 가장 우선순위로 여기며 살아왔기에 은퇴 후에는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하며 부모의 시간을 갖는 것이 그동안 고생에 대한 보상이고 혼인을 시킬 정도의 자녀가 있는 부모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아이의 독립성을 위해서이다. 같은 금액을 지원하더라도 아이가 가정을 꾸리고 가장으로서 스스로 독자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하고 헤쳐나가는 것을 어느 정도 깨우친 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젊은 시절, 나도 누구나 그런 것처럼 월세 살 때는 전세가, 전세 살 때는 내 집 마련이 꿈이었다. 변두리에서 교통이 좋은 곳, 주변이 복잡한 곳에서 환경이 좋은 곳, 그리고 신축 아파트, 화장실 두 개 있는 집 등 소박한 바람을 가졌고 노력을 해서 그게 현실이 되면 기쁨과 성취감을 가질 수 있었다. 


만약 처음부터 혹은 필요할 때 누군가의 지원 등에 의지했더라면, 온전한 나의 힘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헤쳐 나오는 독자생존 능력도 생기지 않았을 터이다. 열심히 일해 거주여건 등이 조금씩 나아지며 느끼는 자신감과 만족감 그리고 가장 중요한 '노력의 결과인 현재의 환경과 삶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알지 못했을 터이다.


아이가 혼인 할 정도로 장성했지만 아직 부모의 눈에 독립성은 부족한 듯 하다. 그러나 부모로서 안쓰러운 마음에 바로 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아이 스스로 고기 잡는 것을 깨우치는 게 앞으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나갈 생존능력을 갖추고 노력한 결과에 대한 성취감 그리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상 자녀 혼인증여 문제에 대한 일반적 이야기와 내 소견이 자녀 혼사를 앞둔 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한편으로, 이러한 주제로 고민을 하는 부모는 적어도 비혼 시대, 저출산 시대에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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