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강건 Mar 27. 2024

영어 공개수업 날, 수업보다 빛나는 이것?

"멋있어요."

"어, 고마워."     

창문 밖에서 교실에 있는 나에게 여학생 2명이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한다. 평소에 못 듣는 소리를 들어본다. 누가 사십 대 남자에게 초등학교 6학년이 멋있다고 하겠는가?      


오늘은 6학년 영어 공개수업이 있는 날.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학교에 왔다. 십분 뒤에 학부모가 와서 영어수업을 본다. 이십사 년째 했는데도 늘 긴장한다. 운이 좋아 미국 원어민 교사와 같이 수업을 했다. “Do you know anyhting about hanok? 을 묻는다. 교과서에 플라멩코(스페인 전통 춤)가 나오고, 솜브레로(멕시코 전통모자)가 나오길래 그걸 짧은 동영상을 보여 준다. CD를 틀고 대화문을 따라 한 문장씩 말하게 했다.  아침이라 큰 목소리는 안 나오지만 열심히 따라 하니 감사하다.


두 번째 활동으로 원어민이 한국 전통문화 퀴즈를 낸다. 외국인 한국 전통문화 퀴즈를 내니 신선한 느낌이다. 원어민은 20대 여자인데, 머리도 금발이고 성격도 활발하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원어민이 교실에 서 있으면 그냥 분위기가 좋아진다. 영어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고, 한국인에게 없는 미국인 특유의 흥이 흘러나온다. 

      

전체 학생이 스물한 명인데 두 명씩 앉다 보니 한 명이 혼자 앉아 있다. 표현 연습을 해야 하는데 원어민이 가서 쪼그려 앉아 질문을 하니 한 어머니가 걸상을 가져다준다. 어머니 인성이 빛나는 순간이다. 덕분에 걸상에 앉아 더 자연스럽게 대화 연습을 했다.     


옆짝과 표현을 여러 번 연습하고 뒤에 계신 어머니한테 가서 영어로 질문을 하라고 했다. 어머니는 "No, I don’t."만 하면 된다고 했다. 자녀가 가면 포토타임이라고 사진도 찍고 대화도 하라고 했다. 학부모 참여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둘째가 초등학생 시절에 학부모 공개 수업 때 가서 나는 느꼈다. 자식이 발표하면 정말 행복할 텐데. 둘째는 발표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같은 공간에 자식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마냥 흐뭇했다. 내가 공개 수업할 때는 '모든 학생이 발표도 하고 사진 찍을 공식 시간도 줘야지' 다짐했다.   


마지막은 갤러리 워크 활동 시간이다. 윷놀이, 씨름, 한옥, 민화 그림 앞에서 가서 옆 짝과 대화하는 활동이다. 여러 번 반복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곧잘 따라 한다. 맨 앞에 앉은 여학생은 계속 나보고 멋있다고 하고, 작은 목소리로 "힘내세요" 하는 덕분에 기분이 좋아서 수업 진행을 더 잘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친절을 좋아한다. 크기에 상관없이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겨운 사람을 미워할 사람은 없다. 작은 목소리로 힘내라고 한 여학생이나, 의자를 가져다준 학부모의 친절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다정한 태도나 마음가짐이 사람을 힘나게 하고, 아름답게 한다. 멀리 갈 거 없고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한번 웃거나 엄지손가락 치켜들거나 부드러운 말 한마디를 실천해 보면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시도해봐 모든 걸, 실패밖에 더하겠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