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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lㅡQuestion Dec 02. 2023

순례길에서 자주 듣는 질문

산 후안 데 오르떼가에서

호세의 집에서 나와 오늘의 목적지인 산 후안 데 오르떼가에 도착했다. 그곳 공립 알베르게는 수도원을 개조해서 만든 것이다. 깨끗한 샤워실에 온수는 너무 잘 나왔다. 피곤한 몸을 씻은 나는 낮잠을 자기 위해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침대에 난간은 없었다... 최대한 침낭에서 움직이지 않고 정자세로 자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낮잠을 잔 뒤 지친 몸을 일으켜 동네를 구경하기 위해 나섰다. 그리고 제시라는 중국 여자를 만났다. 제시는 한국인이 왜 이렇게 많은지 물어봤다.


사실 나는 론세스바예스 이후로 한국인을 만난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지 못 느꼈다. 그래서인지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종종 이런 질문을 받았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고민을 했다. 


왜 많은 한국인들은 순례자의 길에 도전하는 것일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일까? 삶이 척박하기 때문일까? 경쟁에 지쳐서일까? 부양해야하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까? 걷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도심속에 살다보니 자연을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일까? 기독교 비율이 높았었기 때문일까? 이 모든 것일까?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하기 때문에 나는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어렸을때부터 경쟁에 치이고,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도시(진정한 축하를 받기 힘든 도시)에서 태어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만 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 1~2인 자녀와 고령화 사회 때문에 부모와 조부모에 대한 부담감때문에 하고싶은 일보단, 해야하는 일에 집중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늦게라도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기분으로 나는 일반화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일 아침에 먹을 과일을 사러 bar에 갔다. 사과가 3개 남아있어서 3개 전부 사려고 했는데, 1개를 공짜로 주셨다. 이유는 약간 물렀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아는 사과모양이 아니었다. 모과를 약간 달은 것이 달달하니 부드러워서 먹기 좋았다.


내일을 위한 준비를 마친 나는 내일도 즐겁길 바라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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