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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솔부는 책바람 Oct 31. 2023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책리뷰]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 소담출판사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중략)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늙고 추악해지고 성 불능이 되는 권리와 매독과 암에 시달리는 권리와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고생하는 권리와 이투성이가 되는 권리와 내일은 어떻게 될지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아갈 권리와 장티푸스를 앓을 권리와 온갖 종류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할 권리는 물론이겠고요."

멋진 신세계 p.362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아간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느 누구도 불행하지 않고 행복감만 느끼는 세상이 있다. 

스트레스와 질병, 노화로부터 해방되고 자신이 맡은 일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세상. 

그런 꿈같은 세상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안에 존재한다.

1932년에 발표된 『멋진 신세계』는 먼 미래인 2540년의 사회를 그려낸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의 시간은 포드력으로 설정되는데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하여 T형 모델 자동차를 출시한 1908년을 원년으로 삼는다. 책의 시점은 A.F. 632년이다. (After Ford) 

세상은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여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듯 사람들마저 실험용 유리병 안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

대전쟁 이후 거대 세계 정부가 들어서고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이라는 가치 아래 정부의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진다. 

모든 사람은 배양 장치 안에서  인공수정으로 태어나고 태아 때부터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등 5개의 계급으로 나뉘게 되고 정해진 계급과 역할에 맞게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진다.

상위 계급일수록 우월한 두뇌와 외모를 탑재한 채 태어난다. 

하나의 난자로 96명의 태아가 만들어지지만 인구는 20억 명으로 제한한다. 

인공수정으로 사람이 생산되므로 부모와 가족, 결혼, 임신, 출산이라는 개념조차 없고 그런 단어는 이제는 경멸의 단어가 되어버린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면 유도 학습과 세뇌교육을 받게 된다. 

가령 하위계급 아이들이 책과 꽃을 만질 때마다 사이렌 소리와 전기 충격을 가하여 책과 꽃을 혐오하게 만들어 주어진 업무에 방해되는 모든 요소들을 제거한다. 

무의식 속에서 학습된 생각들은 사람들 간의 충돌 위험성을 차단하고 사회의 안녕을 추구하며 자신의 위치에서 아무런 불평 없이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인은 만인의 소유'라는 가치 아래 자유연애와 자유로운 성관계를 이루어지며 불안한 감정이 감지되면 행복감을 주는 마약성 약물 '소마'를 합법적으로 복용한다. 

신세계 안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영혼이 잠식된 채 불행을 모르며 조작된 유토피아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야만인들이 모여있는 원시 보호구역에 살던 존은 신세계에 대한 동경을 품고 문명사회에 입성하지만 인간성이 결여된 사회에서 자유가 박탈된 채 거짓 행복에 취한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낀다. 

존은 자신의 의지로 행복을 얻을 때만이 진짜 행복이며 동시에 불행해질 권리도 주장하며 문명의 세상과 멀리 떨어진 외딴곳으로 홀로 이주하게 된다. 

존은 신세계뿐만 아니라 야만인 보호구역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 무리 안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도 해보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적응하지 못한 채 제3의 장소로 떠나게 된다. 

새로운 장소에서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단련하지만 결국 죽음으로 삶을 마무리했던 결말이 못내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아치형 복도의 꼭대기 바로 밑에 매달린 한 쌍의 발이 눈에 띄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느긋한 두 개의 나침반 바늘처럼 두 발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북쪽, 북동쪽, 동쪽 남동쪽, 남쪽, 남남서 쪽을 가리켰다. 그러더니 잠깐 멈추었고, 몇 초가 지난 다음에 서두르지 않고 다시 왼쪽으로 돌았다. 

남남서쪽, 남쪽 남동쪽, 동쪽······.

멋진 신세계 P.389



허공에 뜬 채 갈 바를 알지 못한 채 이리저리 흔들거리던 존의 두 발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했던 존의 모습과 닮아있어  더욱 씁쓸한 마음이 든다.  







멋진 신세계와 같은 세상에 초대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팍팍한 삶 속에서 점점 떨어지는 체력과 에너지로 가속화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번뇌가 쌓이다 보면 멋진 신세계에서의 삶도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날에는 멋진 신세계에서의 삶을 동경하다가도 또 다른 날에는 원시 보호구역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에게 주어진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갈망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프로그램화된 사회에서 로봇같이 사는 삶은  결코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기 때문이다. 

불행마저도 감수할 수 있을 때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세계를 떠나기 전 존은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존이 말한 불행해질 권리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리며 나만의 멋진 신세계를 어떻게 완성해 갈지 생각해 보게 되는 책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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