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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금작가 Jul 08. 2024

감자탕과 인간관계

행복

고등학교 때 엄마는 식탁에 앉으셔서 무언가를 드셨다. 뼈가 붙어 있는 걸 잡고 뜯고 있는데 고기가 덜 익었는지 뼈에 딱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어느 정도 끊였을 때 뼈와 고기는 이별을 한다. 뒤도 쳐다보지 않고 나의 입으로 직행한다. 그때 처음으로 돼지 등뼈로 만든 감자탕을 먹을 수 있었다. 그 맛이 좋아서 가끔 떠오른다.      

서민의 음식으로 몇천원하면 몇끼를 먹을 수 있다.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임신했는데 감자탕이 먹고 싶었다. 토하는 입덧을 해는데 머릿속에 감자탕이 떠올렸다. 침이 고이고 감자탕 넣은 커다란 감자가 눈에 밟혔다. 들어간 김장치치, 우거지가 나를 유혹한다. 먹음직한 고기가 붙어있고 뼈에 있는 살을 안보이게 뼈를 쪼개서 쪽~쪽 팔아서 먹는다. 넌 참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저 감자탕 먹고 싶어요?” 남편에서 말을 건넸다.

남편의 한마디 “음식점에서 감자탕하는 걸 보고 더러워서 못먹는다고.” 차갑게 말했다. 누군가가 끊여줄 사람이 없어서 난 서운했다. 음식을 할 줄 모르는 나는 그 말에 눈물이 핑돌았다. 남편은 감자탕 거리를 사와서 레시피를 보고 어머니께 해주신 걸 넘어 봐서 배운걸 끊여주었다. 다 완성이 되어서

식탁 앞에 있는 감자탕은 먹음직 스러웠다. 국물을 우선 떠서 먹어보니 음식점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리료 넣지 않게 깔끔하게 끊였다. 한그릇을 개눈 감추듯 맛나게 먹었다. 남편의 정성으로 뱃 속의 아이는 무럭 무럭 자랐다.     

남편이 사업을 하고 어려울 때 등뼈를 사서 탕을 만들기도 하고 간장을 넣어서 조림을 했다. 가성비에 비해 맛이 좋고 여러번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네 아는 동생이 자기도 남편이 사업이 어려울 때 감자탕을 많이 해놓고 며칠을 먹었다고 한다. 질리지 않는 사랑 받은 음식이다. 애환이 깃들인 음식이다.      

어느날 나는 등뼈를 사러 단골 정육점을 들어갔다.

“사장님! 등뼈 두줄 주세요!”했더니 

“어디 친정가세요?”하고 말씀을 한다.

“아녀. 저희 식구들이 좋아해요.

아이들은 등뼈에 있는 살을 좋아한다. 난 우거지랑 감자도 좋아해서 아이들 등뼈를 서너개 준다. 한참 클 아이들이라 큰 대접에 가득 준다. 고기를 발리면 얼마 나오지 않는다. 남편 수입이 많이 않은 달은

조절해서 써야한다. 그때는 내가 돈을 벌고 있지 않고 집에 있어서 좀 더 절약을 했었다. 집 밥을 해먹이더라도 골고루 해먹일려고 했다. 어렸을 때 내가 잘 먹고 자라지 못해서 아이들에게는 먹는 걸 풍족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힘든 걸 티내고 싶지 않았다.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을 반은 먹고 간다. 몇마디 말해보면 진국인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는 사람으로 분리 된다. 학교 다닐 때도 나의 판단은 맞았다. 그래서 더 친구한테 다가가지 않았다.내 마음을 내어주기가 어려웠다. 내 프레임에 갖춰놓고 틈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좁은 친구관계였지만 단짝은 5명이 있었다. 나를 포함은 아이들은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었다.     

인스턴트처럼 3분만 데우는 그런 인간관계가 아니다. 감자탕 요리를 할려면 3~4시간은 고아야지 진국이 된다. 뼈와 살에서 울어난 국물은 더 맛이 난다. 거기에 우거지, 감자, 다른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이기적이고 권위적이고 얌체짓하는 사람, 돈만 따라가는 사람, 갑질하는 사람은 오래 관계 유지를 못한다, 《내가 죽음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김상현 작가님의 책을 보면 

첫째는 결국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

둘째는 좋은 사람이 돼서 좋은 사람을 곁에 두었으면 한다는 것,

셋째는 결국 사라이라는 것이라고 써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기 위해서 모든 일을 하고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일 이 두가지만 잘해도 삶은 살아가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경쟁에서 벗어나고 미워하는 건 대충하고 자신의 과거와 마음껏 경쟁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스스로 자책에서 벗어서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는 게 필요하다.     

감자탕은 뜨거운 시간을 견뎌 내어 나에게 행복을 준다. 주변에 있는 누군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주면 그 사람은 행복을 느끼고 그게 바로 행복이다. 행복은 바로 옆에 있다. 멀리서 찾으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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