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3일
월요일 글에서 언급한 나를 일산 - 삼성동 - 연희동의 미친 동선으로 움직이게 한 미팅은 인도네시아의 어느 투자가가 한국의 자산운용사를 통해 자금을 운용하고 싶어 하는데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있으니 잘 아는 자산운용사를 연결해 달라는 지인의 부탁으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내용이었다.
인도네시아의 한 자산가가 한국에 큰 투자를 검토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자리였다. 투자 조건에 몇 가지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잘 아는 자산운용사를 찾고 있다며 나에게 연결해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자산운용사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데리고 갔다.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꽤 좋았다고 해야겠다. 규모도 크고, 속도도 빠르고, 무언가가 곧 결정될 것 같은 분위기라 같이 갔던 친구는 혹한 눈치였다. 그만큼 겉으로만 보면 놓치기 아까운 기회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팅이 진행될수록 마음 한쪽이 계속 불편했다. 이야기가 계속 덜커덕거리고 확실한 자료도 없었고 그저 번지르르한 말 뿐인 사람들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이상함’에는 몇 가지 공통된 결이 있었다. 설명은 많은데 핵심은 없었고, 많은 프로젝트를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확정된 것은 없었고, 무엇보다 진정성에 대한 질문을 하면 계속 피하거나 인도네시아로 가서 직접 만나서 확인하라는 것이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어. 큰 기회는 원래 복잡하고 이해가 잘 안 될 수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려고 해 봐도 이해되지 않는 구조에는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우리에게 딜을 연결하는 조건으로 확실한 대가를 먼저 요구하고 나선다는 것이 아무래도 석연치 않았다. 정말 사업을 하고 비즈니스를 할 사람이라면 같이 성공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제안할 것이다.
나의 부정적인 '직감'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인터넷상에서 받은 정보들을 검색하고 AI에게 그 정보들을 검증하도록 시켰다.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고 AI는 100% 사기, 그것도 구식 사기 수법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런데도 내 친구는 이 딜을 끝까지 믿어보고 싶은 것 같다. 이거까지 AI에게 물어봤더니 투자사들이 빠지는 모순과 오류가 90%가 가짜고 10%만 진짜라도 대박이라면 걸어보는 무모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부정적 판단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결정을 유보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려 한다는 것이다. 내 친구가 나에게 한 정확한 문장을 AI가 이야기해서 정말 인공지능의 통찰력이 어디까지인지 놀랍기만 했다.
"조금 더 보면 진짜인지 아닌지 알게 되겠지"
요즘 프로젝트마다 중단되고 확실히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없다 보니 나도 이 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원래도 육감 혹은 직감이라는 증명 안 되는 느낌이 강하게 맞는 편인 나로서는 나의 감각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겠다. 완벽히 틀릴 수도 있지만 완전히 근거 없는 감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상한 기회를 피하는 건 그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