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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Jul 10. 2024

멍, 넌 나를 쉽게 봤어!

상처 받은 건 추억이 될 수없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게 슬플 뿐이다.

(요즘 연재가 바로바로 지켜지지 않아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제때에 올릴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로맨스 소설과 또 다른 소설도 준비 중이니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진실과 진화는 창밖을 바라봤다.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 약속이나 한 듯 잔이 비워 있었다. 옆에서 주스를 마시고 있는 한별은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으로 바뀐 진실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란히 앉은 진실과 한별의 사이에는 쇼핑백들이 몇 개 놓여 있었다.

진화는 진실을 힐끔 쳐다 봤다. 창밖을 쳐다보는 표정은 뭔가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했다.      


‘여기서 또 부딪힐 건 뭐야. 티는 안 내도 유리땜 속이 지속이 아닐 텐데.’     


진화는 아까 백화점 복도에서 우연히 봤던 화자와 진상, 진상이 두르고 있는 힙시트에 안겨 있던 유리를 떠올렸다.

진실은 옷을 입어 보느라 탈의실에 들어 갔다가 막 나오던 중이었다. 진실은 우리를 힙시트로 안고 있던 진상과 시선이 마주쳤다. 다행이 화자는 구경하느라 진실을 보지 못했다. 

진실은 진상의 품에 안겨 있는 유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멍하니 서 있다 화자가 고개를 돌리려 하자 재빨리 탈의실로 몸을 숨기고 문을 닫았다. 진화는 한결이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등을 지고 있었다.

진실에게 괜찮냐고 묻지 않아도 지금 어떤 마음일지 진화가 모를리 없었다. 그때 진화의 핸드폰과 진실의 핸드폰이 동시에 알림 소리를 냈다. 진화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주영이었다.     


”뭐야? 언니한테 무슨 일 있냐?“     


진화와 진실은 주영이 보낸 동영상을 열었다. 진주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것도 원샷으로 연거푸 2잔을 들이 마시고 있었다. 진화와 진실은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 봤다. 한솔은 이모들의 표정과 눈치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진실이 들고 있는 핸드폰 화면 쪽으로 허리를 숙여 쳐다 봤다. 그러더니 쯧쯧 혀를 차 보이는 시늉을 하더니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한솔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진실과 진화를 쳐다 봤다.     


”안 가요? 엄마 데리러 가야죠.“     


진화와 진실은 한솔을 쳐다보며 ”어? 어!“하며 자리에서 이러나 쇼핑백을 챙겼다.                          






”다 돌려놔 너를 만나기 전에 내 모습으로 추억으로 돌리기엔 내 상처가 너무 커“     


주영, 태오, 한강실 이사, 주실장은 넋을 잃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술병을 드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진주를 쳐다 봤다. 주실장은 다른 테이블들에 앉아 웃으며 쳐다 보고 있는 수십 명의 시선들이 자꾸 신경 쓰였다. 몇 몇은 그래도 노래 잘 한다며 박수를 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뭐야? 노래방 가서 불러, 조용히 나가.“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다.

주영은 팔장을 끼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어차피 예상한 일이라는 듯 진주를 쳐다 보며 피식 웃었다. 한강실 이사는 두 손을 입 가까이 갖다 대고 충격적인 얼굴로 진주를 쳐다 보고 있었다.     


”얘 뭐야? 이래서 술을 안 마시는 거였어?“     


한강실 이사는 ‘넌 알고 있었지?’란 표정으로 태오를 쳐다 봤다. 그리고 다 알고 있고, 어쩔수 없다는 듯 진주를 쳐다 보고 있는 태평한 진주를 노려 봤다.     


말렸어야지, 그럼. 이게 뭐야, 창피하게.“     


태오는 신경질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한강실 이사를 두 손으로 제지해 앉히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주에게 다가갔다. 태오는 진주에게 박수를 치며 다가가 진주 손에서 술병을 조심스레 빼앗아 내려 놓고 진주 손을 잡았다.

그리고 진주 귀속에 속삭이듯 달래며 말했다.     


”와! 우리 강진주 변호사 짱, 짱이야. 멋져. 그러니까 우리 저기 무대로 옮기자.“     


태오는 진주 손을 살며시 잡아끌며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한강실 이사는 어이가 없다는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자신의 술잔에 술을 가득 붓더니 단숨에 들이 켰다.     


”쟤 다시는 술 먹이지마. 어머, 내가 진짜 창피해서.“     


한강실 이사는 두 손으로 화끈 거린다는 듯 얼굴 앞에 대고 부채질을 했다. 주영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진주 술 먹인 거 이사님이시거든요.“     


한강실 이사는 주영을 째려 봤다. 주영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피식 웃더니 잔을 들어 단숨에 마셔 버렸다. 





         

막 택시에서 내리는 진화와 진실, 한솔이의 눈에 태오가 진주의 손을 잡아 이끌고 밖으로 나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화와 진실은 ‘이미 해 버렸구나.’하는 표정으로 서서 태오아 진주를 쳐다 봤다. 한솔은 태오에게 달려 갔다.     


”아빠.“     


”아구, 우리 아들, 이한솔.“     


태오는 한솔을 두 손으로 받아 안아 올렸다. 순간 진주는 몸의 균형을 잃을 듯 휘청이는가 싶더니 벽을 잡고 섰다. 진화와 진실이가 그런 진주에게 달려와 양쪽에서 진주를 부축했다.      


”내 마이크 어디 갔어? 내 마이크?“     


태오와 한솔은 그런 진주를 동시에 쳐다 보더니 피시 웃었다.      


”우리 노래방 가야겠다, 아빠. 그지?“     


태오는 한솔을 쳐다 보며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주, 진화, 진실, 태오, 한솔은 다 같이 탬버린도 치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래도 다들 표정이 즐거웠다.

노래가 끝나자 다들 자리에 앉는데 진주가 술집에서 일어나 불렀던 노래 번호를 누르고 또 시작 버튼을 눌렀다. 진화는 어지간하다는 듯 큰 소리로 ”언니, 이제 그 곡 좀 그만 부를 때도 되지 않았어?“하더니 어쩔거냐는 표정으로 태오를 쳐다 봤다. 진실과 한솔도 태오를 쳐다 봤다.

태오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진주 맞은 편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래, 내가 죄인이다. 죄인. 당신 지칠 때까지 불러 봐 어디.“     

 

태오랑 진주는 함께 온 힘을 다해 큰 소리로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너 나를 쉽게 봤어. 그렇지 않니. 너는 몰라, 너무 몰라 사랑을“     


진실과 진화, 한솔은 그런 태오랑 진주의 모습을 보며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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