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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Jun 18. 2024

예감이 좋지 않은 회식

재발 그 술 안 마시면 안 될까? 


”알았어. 회식 잘하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진화는 핸드폰을 덮어 주머니에 넣었다. 두 손도 양쪽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래, 언니랑 막내랑 다 같이 다니면 그 사이에서 속만 불편하지 뭐. 덕분에 오랜만에 언니 카드를 좀 긁겠고만.“     


진화는 혼자 피식 웃었다. 그렇게 벤치에 앉아 있자니 한솔이와 진실이가 나란히 걸어 오고 있는 게 보였다. 진화는 한솔이 옆에서 걸어 오고 있는 진실의 모습을 위 아래로 훑어 봤다. 진실의 모습 위로 진상과 연애 당시 스무 살 시절에 입고 다니던 원피스 차림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네. 쟤 왜 저렇게 궁색 맞아 진 거야 대체?“     


한솔은 진화를 보자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모.“     


진화는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벌려 한솔을 안아 올리더니 빙빙 돌리며 장난을 쳤다.      


”어이구, 우리 한솔이 그새 무거워 졌는 걸!“     


진화는 한솔을 다소곳이 내려놓더니 한 손으로 한솔의 머리 위에 갖다 대고 자신의 몸 어디쯤인지 갖다 대 봤다.      


”키도 큰 거 같은데?“     


진화는 장난끼 어린 얼굴을 웃으며 한솔을 쳐다 봤다. 한솔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사 일 전에도 봤거든요. 그 사이에 무거워졌음 얼마나 무거워지고, 얼마나 컸다고.“     


한솔은 입을 삐죽거렸다. 진화는 귀엽다는 듯 한솔을 쳐다 보며 한솔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더니 진실을 쳐다 봤다.


”언니 카드 네가 갖고 있다며?“     


진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오랜만에 네 덕에 언니 카드 좀 긁어 보자.“     


진화와 진실은 한솔을 가운데 걷게 하고 나란히 공원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한강실 실장은 자리에 앉을까 망설이다가 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는 진주와 주영을 얄밉게 쳐다 봤다.      


”아니, 오늘 제대로 된 곳에서 회식하는 거 아니었어?“     


비꼬는 한강실 이사의 말에 주영은 보란 듯이 잘 익은 고기를 입에 넣어 보이며 큰 소리로 말하며 헛기침을 했다.     


”여기 소문난 맛집이에요.“     


주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불판 위의 고기를 집어 먹고 있었다. 태오도 고기를 집은 젓가락을 한강실 이사에게 들어 보였다.     


”분위기는 좀 그래도 맛있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양복 차림이 신경 쓰이고 불편한지 한 손으로 옷매무새를 매만지며 애써 미소를 짓는 태오였다. 그러면서 운동화에 디자인이 예쁜 브랜드 추리닝 차림의 진주를 힐끔거렸다. 진주 옆에 앉아 있는 주영도 운동화를 신고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태오는 편해 보이는 그 차림이 부러운지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 본인들만 차 안에서 갈아입고 이런데를 데리고 옴 어쩌나. 우리한테도 좀 언질을 주고 데리고 오던지?“     

진주는 태오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자신의 빈 잔에 사이다를 따르더니 불판 위에서 익은 고기를 집어 먹고 있었다. 주영은 그런 태오를 쳐다보더니 태오의 시선을 따라 진주를 힐끔 쳐다 봤다. 주영은 다시 태오를 쳐다보며 참 너도 딱하다는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자신의 잔에 남아 있는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진주 성격 아시잖아요? 사무실에서 퇴근하면 바로 차 안에서 환골탈퇴하는 거. 뭐 평소 하던 대로 한 건대 새삼.“     


진주가 그때 잔에 담겨 있던 사이다를 한 번에 마셔 버리고 잔을 내려 놓는데 한강실 이사가 재빠르게 그 잔에 소주를 따랐다. 진주는 뭐냐는 듯 한강실 이사를 쳐다 봤다. 주영과 태오도 뭐냐는 듯 한강실 이사를 쳐다 봤다. 주실장만 열심히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 열심히 굽고 열심히 집어 먹고 있었다.     


”우리 옷차림에 안 어울리는 이런 곳으로 우릴 불렀으면 오늘 같은 날은 한 잔 해야지? 무슨 사이다를 마시고 있어? 강진주 변호사 술 잘 마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진주는 한강실 이사가 가득 소주를 채워 놓은 소주잔을 내려다봤다. 주영과 태오는 난처한 듯, 긴장한 듯 진주와 가득 채워진 진주의 소주잔을 번갈아 쳐다 봤다.     


”아이, 한이사님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본인이 안 마시겠다는 술을 막 따라 주고 그러세요?“     


태오는 넉살 좋게 한 마디 하며 진주의 소주 잔을 집어 들려 했다. 그러자 진주가 재빠르게 잔을 집어 들더니 단숨에 잔을 비웠다.

한강실 이사는 그제야 기분이 좀 좋아졌다는 듯 다시 소주병을 집어 들더니 진주의 빈 잔에 소주를 가득 채웠다. 주영이가 난감한 표정으로 애써 웃으며 진주의 팔을 툭 치며 귀속말 하듯 진주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여태 잘 참았잖아. 한강실 이사 괜히 빈정대는 거에 장단 맞춰줄 필요 없어.“     


”그냥 내가 마시고 싶어서 그래. 적당히 마실게.“     


진주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덤덤하게 대답했다. 바로 한강실 이사가 가득 따라 놓은 잔을 들어 한강실 이사와 건배하듯 잔을 부딪히더니 또 단숨에 마셔 버렸다. 

태오는 오랜만에 재밌다는 표정으로 자신도 잔에 소주를 가득 붓더니 진주와 한강실 이사와 잔을 부딪힌 뒤 한 모금 마셨다. 그러면서 힐끔힐끔 진주를 쳐다 봤다. 주영은 그런 태오에게 표정으로, 눈빛으로 말리라는 듯 태오에게 눈치를 줬다. 태오는 그런 주영에게 어쩌라는 거라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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