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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Jun 04. 2024

이혼의 뒤끝에 남은 미련! 너 말고...

뺏기지 말았어야 할 것에 대한 미련, 끝나도 끝난 게 아닌 거 같은 이혼



진실은 한솔의 학원 가방을 손에 들고 한솔의 뒤를 따라 걸으며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아이 엄마를 쳐다 봤다. 유모차 안에서 꼬물거리며 엄마를 쳐다 보고 있는 아기를 보니 유리가 보고 싶어진다.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상실감에 진실은 한동안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진주는 진실의 이혼 소송을 처음 맡을 때 진실을 나무랐었다.     


“처음부터 의논을 했어야지. 대책 없이 이렇게 다 뺏기고 나서 얘기하면 어쩌자는 거니, 너는?”     


진실은 진주의 그 말에 그때까지 참고 이 악물고 있던 오기가 무너져 내리며 바닥에 주저 앉았었다. 그런 진실을 진화가 껴안아 주었다. 함께 엉엉 울어 주었다. 그리고 진주는 현실적인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진상과 아니, 시어머니의 입김과 치맛바람이 뒤에 있는 진상과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래도 진실은 유리의 양육권을 빼앗아 오지 못한 그 한 가지 사실만은 도저히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모?”     


한솔의 목소리에 진실은 멍한 얼굴로 초록색으로 바뀌어 있는 신호등을 발견했다. 진실은 한솔의 뒤를 따라 얼른 건널목을 건넜다.
 길을 건너면서도 아이 엄마가 끌고 이쓴 유모차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화령은 막 택시의 뒤 차 문을 열고 내리는 중이었다. 신호 대기 앞에 서 있는 택시 기사에게 길가 옆 바로 일차선에 서 있으니 내려도 되냐고 묻고 얼른 차에서 내려 길가로 올라갔다. 그러다 발걸음은 재빠르게 한솔을 뒤따르고 있으면서도 고개는 그 옆으로 지나가고 있는 유모차 쪽으로 돌려져 있는 진실을 발견했다.

화령은 아장아장 걷는, 큰 눈은 지 엄마를 닮고 웃는 모습은 마냥 사람 좋아 보이고 맑아 보이던 지 아빠를 닮은 유리의 얼굴이 생각났다.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오며 혼자 말을 했다.     


“유리 일이라면 지 목숨도 안 아까울처럼 구는 애가 유리는 왜 뺏긴 거야? 대체!”     


화령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한솔의 뒤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진실의 뒤 모습을 쳐다보고 서 있었다 돌아섰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화령의 뒤 모습에서 두 어깨가 힘이 없어 보이는데도 꿋꿋하게 허리 펴고 당당히 걷는 느낌이었다.                         






“네, 회장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긴 한데, 그 문제는 제가 서류로 정리해서 비서실로 전송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표님하고도 의논 하겠습니다."


진주는 ‘변호사 팀장 강진주’라는 패말이 놓인 책상 앞에 앉아 두꺼운 서류철들을 뒤적이며 통화 중이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태오가 진주의 변호사실 문을 열고 빼꼼히 얼굴을 들이밀고 진주의 눈치를 살폈다. 진주는 힐끔 쳐다보는가 싶더니 통화를 마무리 했다.     


”네, 회장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태오는 누구랑 통화 중인지 파악했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레 진주의 변호사실 안으로 들어와 소리 나지 않게 문을 닫았다. 그리고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     


”그래요. 내가 강진주 변호사를 믿지. 그래서 꼭 강진주 변호사한테 맡아 달라고 이태상 대표한테도 부탁한 거고.“     


”감사합니다.“     


진주는 상대 쪽에서 먼저 통화를 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태오 쪽은 쳐다보지 않고 계속 서류만 들여다봤다.

태오는 진주의 눈치를 살피며 멋쩍게 앉아 있다가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듯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며 진주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저기, 어쨌든 뭐 같은 팀으로 일해야 하는데 팀원들이 간단하게 저녁 밥이라도 같이 먹자해서. 소고기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가야지?“     


진주는 대답 없이 서류를 계속 살피고 있다가 서류를 덮었다. 피곤한 지 의자에 어깨를 푹 기대로 눈을 감는가 싶더니 눈을 뜨고 일어 났다.

태오는 옷걸이에서 코트를 챙기는 진주의 눈치를 살피며 머리를 긁적였다.     


”같이 갈 거지?“     


진주는 서류 가방과 백을 챙겨서 사무실 문 앞으로 가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주영과 주실장과 변두리 변호사가 나란히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주는 그들을 빤히 쳐다보다가 태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들 기다리시네. 안 가?“     


태오는 문 밖에 서 있는 주영과 주실장과 변두리 변호사를 그제야 쳐다보더니 진주가 잡고 있는 문틈으로 쏙 빠져나가며 하하, 웃었다.     


”한강실 이사님은요?“     


주실장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듯 애써 미소 지으며 태오를 따라 웃었다.     


”대표님이랑 잠시 얘기 중이라고 먼저 가 있으라고 하시네요. 그쪽으로 직접 오신다고.“     


태오는 양팔을 벌려 주실장과 변두리 변호사 어깨에 어깨 동무를 하더니 엘리베이터로 이끌었다. 주실장은 그런 태오를 쳐다보며 피식 웃으며 진주를 쳐다 봤다. 진주는 고개를 저어 보이며 주실장과 함께 그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이전 12화 가족이 더 잔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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