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아온 오리 May 21. 2024

막내이모는 품행제로, 변화가 필요해!

눈치보며 궁색하게 살았나 보다. 어린 조카 눈에 내가 초라해 보일 줄이야


진실은 학교 정문 앞으로 길을 갔다. 학교 앞에는 이미 하늘이 엄마, 연지 엄마, 수지 엄마, 보국이 엄마가 와서 함께 서 있었다. 다른 엄마들도 띄엄띄엄 학교 입구를 바라보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보라 엄마는 이제 막 뛰어와 엄마들에게 인사를 하며 진실을 힐끔힐끔 아래위로 쳐다봤다.     


“누군데 그렇게 자꾸 쳐다 봐요?”     


“어느 워킹맘 엄마네 집에 새로 온 도우미겠죠. 젊으시네.”     


“아니에요. 저분, 한솔이네 막내 이몬데 글쎄 이혼 당하고 한솔이네 얹혀 산대요. 저 집은 신기하게도 자매 셋이 다 이혼하는 거 보니 자매들 팔자가 참!”     


보라 엄마는 나름 엄마를 눈치를 살피며 옆에 엄마들에게 속닥거리며 묻지도 않는 얘기까지 주저리주저리 혼자 떠들었다. 

보국 엄마는 애들이 나올 때가 된 거 같아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학교 정문 안 쪽을 쳐다보다 보라 엄마가 진실을 아래위로 계속 힐끔거리며 같이 있는 엄마와 속닥거리는 걸 봤다. 참 못 말린다는 듯, 보란 듯 고개 짓으로 보라 엄마를 가리키며 피식 웃었다.     


“보라 엄마 저러다 또 일 치겠어.”     


“아침에 주의를 줬는 대도 저러네요. 한솔이 엄마가 알면...”     


연지 엄마도 보라 엄마를 한번 무심한 듯 쳐다보고는 진실이를 조심스레 쳐다봤다. 진실이 주위를 잠시 둘러보다 연지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연지 엄마는 미소 지으며 진실이에게 살짝 고개 숙여 보이며 인사를 했다. 진실이도 연지 엄마 쪽을 쳐다 보며 허리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해 보였다. 그러더니 처음 보는 엄마들 얼굴에 멋쩍은지 정문 안 운동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혼이 죄도 아닌데 아직도 편견 있는 사람들이 있나 봐요.”     


“근데 한솔이 막내 이모, 옷차림에는 조금은 신경을 쓰시는 게 좋겠다. 나중에 한솔이 엄마 기분 안 나쁘게 귀뜸은 해 줄까?”     


보국이 엄마 말에 하늘이 엄마가 걱정 말라는 듯 웃으며 정문 안 학교 건물을 고개 짓으로 가리켰다.      


“한솔이가 해결하지 않을까 싶은데? 애들 나온다.”     


엄마들은 일제히 정문 안 쪽을 쳐다 봤다. 아이들이 학교 건물 입구에서 하나둘 나오고 있었다. 보국, 하늘, 연지, 수지, 한솔은 장난을 치며 나란히 건물 입구로 나와 엄마들 쪽으로 뛰어 왔다. 한솔은 둘러보다가 진실을 발견하고는 진실 앞으로 갔다. 진실은 한솔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책가방 들어 줄까?”     


한솔은 진실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쳐다 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괜찮아. 이모도 짐 있잖아. 책가방 별로 안 무거워.”     


한솔은 한 걸음 떼려다 한솔을 위 아래로 쳐다 봤다. 그리고 아이들을 챙겨 학교 정문으로부터 발길을 돌리는 엄마들을 둘러 봤다. 한솔은 다시 진실의 옷차림을 쳐다 봤다. 그러더니 책가방 어깨 줄 한쪽을 풀어 내려서 책가방 앞 작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한솔은 핸드폰으로 진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는 다시 핸드폰을 책가방에 집어 넣고 어깨 줄 한쪽을 다시 어깨에 걸쳐 맸다.

그 모습을 발견한 하늘이 엄마는 보란 듯 팔꿈치로 보국 엄마의 팔을 살짝 쳤다. 보국 엄마는 ‘응?’하는 표정으로 한솔 쪽을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안 가?”     


진실은 한솔 쪽으로 살짝 허리를 숙여 보이며 한솔의 얼굴을 쳐다 봤다. 한솔은 이모의 얼굴을 조심스레 살피는가 싶더니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모, 화장 안했지?”     


진실은 허리를 펴고 다른 한 손으로 얼굴을 한번 쓰다듬듯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외출하는 게 아니라서 굳이 안 했지. 여기 오기 전에 시장 갔다온 게 다야.”     


한솔은 ‘흠!’하는 표정으로 진실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진실은 그런 한솔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뒤따라 걷다가 한발 빠르게 쫓아가 한솔과 나란히 걸었다.     


“집 밖으로 나오는 건 모두 외출인데.”     


한솔의 혼잣말을 들은 진실은 한솔을 내려다 봤다.      


 “어?”     

한솔은 발걸음을 멈추고 진실과 마주 섰다. 진실도 걸음을 멈추고 한솔을 내려다 봤다.      


“집 밖으로 나오는 건 다 외출이라고. 우리 엄마 아빠가 그랬거든, 이모.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도 중요하다고.”     


진실은 멍한 얼굴로 한솔을 내려다 봤다. 그리고 자신의 신발 끝부터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얼굴의 뺨을 민망한 듯 쓰다듬었다.     


“이모는 얼굴도 예쁜 편이잖아. 이모부가 그런 이모 예쁘게 하고 다니라고 백화점에서 옷도 안 사 줬어?”     


“어? 어, 그게...”     


“이모부 나빴네. 예쁜 이모를 꾸며 주지도 않고.”     


한솔은 작은 한숨을 내쉬어 보이더니 다시 앞을 보고 걷기 시작했다. 진실은 뭔가 한 대 얻어 맞은 듯 멍하게 서 있다가 정신 차리고 한솔을 뒤따라 걸어 갔다. 







진주는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을 집중해 넘기며 볼펜으로 체크 해 가며 집중적으로 쳐다 보며 습관적인 듯 자연스레 옆에 놓인 커피 잔을 들었다. 커피 잔을 입에 가져다 댔지만 남이 있는 커피가 없었다. 진주는 텅 빈 커피 잔 안을 쳐다 보는가 싶더니 커피 잔을 내려 놓고 책상 위를 둘러 보며 한 손으로 서류들 틈으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진주의 핸드폰 알림음이 울렸다. 진주는 힐끔 핸드폰 모니터 화면을 쳐다 봤다. 화면에 한솔이 톡을 올린 알림글이 떠 있었다. 진주는 얼른 핸드폰을 집어 들고 한솔이 ‘돌아온 친정’ 단톡방에 올린 사진과 글을 쳐다 봤다. 동시에 책상 위 서류들 틈을 더듬던 손에 잡히는 걸 주워 들었다. 커피 맛 캔디였다. 진주는 얼른 커피 맛 캔디 하나를 뜯어 입에 넣었다.

‘돌아온 친정’ 단톡방에는 학교 앞에 서 있는 진실의 전신 사진과 ‘이모부가 예쁜 막내 이모 옷도 잘 안 사 준 거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찍사 이모가 막내 이모 옷 좀 사 주면 안 되요?’이라고 써 올린 한솔의 톡 글이 올라와 있었다.

진주는 한솔이 올린 진실의 전신 사진을 클릭해 쳐다 봤다.

이전 10화 품에서 놓아 주기, 너는 너 나는 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