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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May 08. 2024

내가 어때서? 초라해도 좋아!

개성도, 옷차림도 다른 세 자매! 유난히 초라해 보이는 막내 딸!

(사정상 하루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화령은 창밖을 바라보며 옆 동 건물 입구에서 나오고 있던 진실의 옷차림과 모습을 생각했다.      


‘옷 가지도 제대로 못 챙겨 나온 거야, 뭐야?’     


화령은 이내, 항상 깔끔하게 명품 정장 차림인 진주와 캐주얼 하면서도 요란하지 않고 세련된 진화의 옷차림을 떠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실의 옷차림이 제일 초라해 보인다. 화령은 핸드폰을 꺼내더니 진화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벨이 좀 길게 울린다 싶더니 헐레벌떡 전화를 받는 진화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네, 네, 어머니.“     


”얘, 막내는 그래 뭐 옷도 다 뺏기고 왔다니?“                         






”옷은 다 가지고 나왔죠. 왜요?“     


한 손으로 핸드폰 수화 쪽을 막고 고개를 흔들며, 그게 아니란 듯 손짓하는 진화의 모습이 보인다. 진화의 시선을 따라가면 바로 앞에 크로마키 배경 설치가 돼 있고 그 앞에 캐주얼 의상을 입고 쉬고 있는 모델이 앉아 았다.

한쪽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있는 진화는 대형 컴퓨터 화면앞, 모델의 포즈 사진에 의상 브랜드 로고 자라를 찾고 있는 직원이 앉아서 진화를 쳐다보고 있다. 진화는 손짓으로 위치를 가리킨다.     


”아니, 그런데 걔는 옷차림이 왜 그리 ... 에휴 아니다. 바쁘니?“     


”무지 바쁘죠, 어머니?“     


”알았어. 끊어.“     


진화는 끊긴 전화를 잠시 쳐다봤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실의 옷차림을 떠올려 본다. 그러다 박수를 치며 스텝들에게 신호를 한다.     


”다시 찍어 볼까요?“                         







”그 좋은 검사 일 때려 치고 기업 카달로그 찍고, 전시회 하며 사진작가 되더니 그래도 지 밥벌이는 잘하네.“     

화령은 등을 푹 기대고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 말을 한다. 택시 기사는 룸미러로 화령을 힐끔 쳐다보는가 싶더니 피식 웃으며 운전에 집중한다.     


”아니, 그런데 왜 막내만 저 모양이래?“ 


화령은 못마땅 하다는 듯 속상한 얼굴 표정이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때, 택시 기사가 건물 앞에 차를 정차한다.     


”다 왔습니다. 손님.“     


화령은 카드를 꺼내 결제하고는 택시에서 내렸다.                          






진실은 주머니에서 헝겊으로 된 휴대용 장바구니를 꺼내 펴더니 시장 입구로 들어 갔다. 야채를 손으로 들어 보기도 하고, 나물을 생으로 아주 조금 찢어 먹어 보기도 하고, 정육 고기를 살피며 구입하기도 하고, 생선과 해물을 꼼꼼히 쳐다보며 고르는 진실이다.

휴대용 장바구니가 꽤 묵직해지려는데, 시장 가운데 늘어서 있는 떡볶이 자판들을 지나며 쳐다보던 진실이 한 군데 자리를 잡고 앉았다.     


”떡볶이 1인분이랑 순대 1인분 주세요.“     


진실은 혼자 앉아서 휴대용 장바구니를 옆에 내려놓고, 지갑을 꺼내 지갑 안에 든 신용 카드를 꺼내려 집으려다 얌전히 꽂혀 있는 5만원짜리 지폐 10장을 내려다 봤다.                         





진상은 활짝 열린 문 앞에 서서 답답하고 미치겠단 듯 진실을 쳐다보고 서 있더니 바지 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을 펼쳐 지폐가 든 곳을 펼쳐 보는데 5만 원짜리 10장이 들어 있는 게 보인다. 진상은 5만 원짜리 지폐 10장과 진실을 번갈아 쳐다보며 머뭇거리더니 5만원 짜리 10장을 꺼내 진실에게 내밀었다.     


”지금 내가 줄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어. 엄마가 너 나가면 돌려준다고 내 신용 카드도 다 빼가서.“     


진실은 침대 모서리 끝에 걸쳐 앉아 텅 빈 화장대 위와 화장대 앞에 놓인 큰 캐리어 가방 2개를 쳐다 봤다. 분했다. 화가 났지만 참고 있기만 한 얼굴 표정이다. 진상 쪽은 쳐다 보지도 않는다.

진상은 그런 진실을 쳐다보고 있다가 5만 원짜리 10장을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는 큰 소리로 말하며 나가 버린다.     


”천천히 정리해서 나가. 나 내일 밤에나 들어올 거니까.“     


대문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진실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진실은 입술을 깨물고 울지 않으려 애쓰는 표정으로, 화장대 위에 놓인 5만 원짜리 10장을 노려 본다.                         





진실은 5만 원짜리에 손을 가져가려다 아니라는 듯 그냥 신용 카드를 집어 들었다.     


”장볼 때는 이 카드 써.“     


진주가 준 신용 카드였다. 그 신용 카드를 아줌마에게 내밀었다. 아줌마는 떡볶이와 순대를 한 접시씩 진실 앞에 턱하고 놔 주더니 카드를 받아 결제를 하셨다.

진실은 다시 카드를 받아 들고 혼자 앉아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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