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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May 01. 2024

적과의 합류 (네가 죽나 내가 죽나 해보자)

전남편과 전 와이프, 남매 중에 제일 앙숙인 자매의 동거

(죄송합니다. 연재가 하루 늦어졌습니다.)





화령은 이제 막 화장을 끝내고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대 위에 올려져 있던 미니 크로스 백을 잠시 만지막 거렸다. 썩 나갈 기분이 나지는 않는 표정이었다.      


”언니 냉장고 정리 다 했어. 시간 됐는데 안 나가? 나도 가게에 나가 봐야해.“     


거실에서 들리는 화정의 목소리에 화령은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갔다.      

화정은 빈 반찬통을 몇 개 챙겨 종이백에 담고 있었다. 부엌이 깨끗하게 정돈되고 청소돼 있었다. 화령은 그런 화정을 식탁 앞에 서서 물끄러미 쳐다 봤다.     


‘그래도 진주, 진화, 진실이는 한 번씩 갔다 라도 왔지. 저 지지배는 평생 저리 혼자 살 건지...’     


”어머, 역시 우리 언니 살아 있네. 예쁘다. 형부가 이러니 언니를 그렇게 공주처럼 떠받들고 살지.“     


화령은 듣기 싫진 않았지만, 괜시리 입을 삐죽 거렸다.     


”예쁘긴 무슨, 쭈글쭈글 주름만 늘어 가는 할머니가...“     


화정은 한 손에 종이 백을 들고 한손으로는 화령의 팔을 잡아 끌었다.      


”좋으면서! 빨리 가자. 형부 기다리시겠다.“                         






아직 찬바람이 남아 있는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아파트 단지 안으로 비춰 들어오는 햇살만큼은 따스하게 느껴졌다.     





화령과 화정이 동 건물 안에서 팔짱을 끼고 나오는데 바로 옆 동 건물에서 막 나오고 있는 진실과 마주쳤다.   

  

”어디가?“     


화정은 화령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진실에게 살갑게 말을 걸었다. 진실은 화령의 얼굴 표정을 힐끔 쳐다보는가 싶더니 상관없다는 듯 등을 보이며 먼저 걸었다.     


”장 보러 가요.“     


화정은 화령의 팔을 잡아끌며 굳이 진실의 옆으로 가 나란히 걸었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진주가 월급 얼마나 준대? 너 진주랑 어제 첫날 밤은 괜찮았어? 너희 어릴 때부터 유난히 둘만 붙으면 잘 싸웠잖아?“     


”셋이서 진탕 퍼마시고 뻗어서 별일 없었어요.“     


진실은 화정과 화령 쪽은 일부러 쳐다 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화정이 뭔가 더 물어 보려 했지만, 화령이 먼저 진실을 향해 단호한 어조로 쏴 붙였다.     


”동네 챙피하게 모자 눌러 쓰고 마스크 쓰고 야쿠르트 배달 매니저 하는 것보단 낫지. 그나마 진주가 능력이 있으니, 언니한테 고마워하고 잘 붙어 있어. 네 승질에 또 언니 이기려고 욱하지 말고...“     


진실은 순간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홱 돌리더니 화령을 쏘아 봤다.

그 바람에 놀란 화정이 급정거 하듯 걸음을 멈춰서 화령의 몸이 휘청거렸다. 팔짱을 끼고 있던 화정의 손 힘에 겨우 중심을 다시 잡았다. 화정은 왜 괜한 소리를 하냐는 듯 화령의 옆구리를 툭 쳤다. 화령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화정의 팔을 잡아 끌었다.     


”네 형부 기다려. 빨리 가.“     


화정은 진실에게 애써 웃어 보이며 화령과 아파트 단지를 걸어 나갔다. 진실은 가만히 서서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는 화령의 뒤 모습을 노려 보고 서 있었다.                         





진주는 주영과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 갔다. 태오가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진주는 태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건너편 자리에 멀찍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영은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애써 미소를 지으며 태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해 보이고 진주 옆으로 가 앉았다.

태오는 진주의 눈치를 살피며 괜스레 한 손으로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 주실장이 들어 오자 태오는 반갑다는 듯 주실장에게 자기 옆에 와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주실장은 진주와 주영에게 인사를 하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 조합 뭐지? 뭐야? 나 몇 달 동안 지옥 속에서 일해야 하는 거야?’     


주실장은 죽었구나 싶은 표정으로 태오의 옆에 가 앉았다. 태오에게 애써 웃어 보이고, 한 손으로 얼굴 한쪽을 살짝 가리고는 주영과 눈이 마주쳤다. 주실장은 주영에게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태오와 진주를 가리켜 보이며 뭐냐는 듯 표정으로 말을 했다. 주영은 어쩌겠냐는 듯 두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주실장은 얼굴 한 쪽을 가리고 있던 손을 힘없이 내려 놓았다. 문이 열리고 변두리 변호사와 한강실 이사가 들어왔다. 한강실 이사는 태오와 진주를 번갈아 쳐다 보더니 재밌다는 표정으로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요?“     


변두리 변호사가 앞에 서더니 회의실 안의 전등을 끄고 회의 자료 프로젝트 빔 자료를 켰다.

진주는 서류를 쳐다 보고 앉아 있다가 프로젝트 빔 자료를 쳐다 보며 서류에 뭔가 표시를 하며 메모하기 시작한다. 태오도 프로젝트 빔 자료와 서류를 비교해 쳐다 보며 회의에 열중해 있는 진주를 힐끔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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