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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Apr 23. 2024

이혼이 흠이라고? 입닥쳐!

그래서, 너는 완벽하게 살고 있니? 이혼하고 싶어서 했겠니?




진주는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주영은 조용히 문을 닫고 문 앞에 서서 진주의 눈치를 살폈다.

진주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문 앞으로 걸어 오는데 주영이 난처한 표정으로 진주를 막고 섰다. 주영은 한 손에 서류를 꽉 붙들고 두 팔을 벌렸다.     


”회장님이 너 아니면 안 된다고 하셨대. 그런데 그게 있지, 저쪽 회장님 둘째 딸이랑 이태오 변호사랑 선 얘기가 오가고 있어서, 대표님도 어쩔 수 없이 이번만 그렇게 결정 하셨나봐.“     


진주는 팔짱을 끼고 서서 주영의 얼굴을 쳐다 봤다. 주영은 멋쩍게 애써 웃어 보였지만 진주의 표정이 너무 기가 차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알아. 나도 기가 차. 근데 어쩌냐. 네가 대표님한테 올라가 따져 봤자 이미 대표님은 네가 결국엔 자신의 결정을 받아 들일 카드를 준비해 놓으셨을 텐데.“     


진주는 잠시 주영의 얼굴을 쳐다보고 서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다시 자신의 책상 앞으로 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의자에 등을 푹 기대고 앉더니 의자를 벽 쪽으로 돌렸다. 주영은 에휴, 하는 표정으로 진주의 뒤통수만 보이는 의자를 쳐다 봤다.

진주의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 왔다.                              





아파트 단지 맞은 편에 있는 학교,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학교 입구 바로 건너편 신호등에 한솔과 하늘, 연지와 수지, 보국이 서 있다. 그 옆에는 하늘이 엄마도 함께 서 있다. 초록불이 켜지고 하늘이 엄마와 한솔과 하늘, 연지와 수지, 보국이 먼저 뛰듯이 건널목을 건넌다. 하늘이 엄마는 재빠르게 쫓아가며 큰 소리로 말한다.     


”어머, 얘들아! 차 오는지 보면서 천천히 건너.“     


한솔과 하늘, 연지와 수지, 보국은 하늘이 엄마가 학교 입구에 다다르기도 전에 뒤도 돌아 보지 않고 서로 장난치며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선다. 하늘이 엄마는 학교 입구 앞에 서서 피식 웃으며 애들이 운동장을 가로 질러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쳐다 본다.

그때 보라 엄마가 보라를 들여 보내며 하늘 엄마를 발견하고 어깨를 살짝 건드린다.     


”어제 언니네 집에서 파자마 파티 했다더니, 오늘 등교 담당인 거에요?“     


”응.“     


”재밌었겠어요?“     


”애들이 좋아했지 뭐.“     


하늘 엄마는 웃어 보였다. 보라 엄마는 슬며시 눈치를 살피며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다. 하늘 엄마와 신호등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던 보라 엄마는 물어 보고 싶어 미치겠단 표정으로 하늘 엄마에게 슬며시 물어 본다.     

”저기, 보라한테 들었는데 한솔이 엄마네요.“     


하늘 엄마는 보라 엄마의 얼굴을 쳐다 본다. 뭐냐는 듯한 표정이다.     


”그 집 이모가 또 이혼 했다면서요?“     


하늘 엄마는 애써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그리고 대답을 피하고 싶은지 보라 엄마의 시선을 피해 신호등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보라 엄마는 입을 삐죽이며 자신의 어깨로 하늘 엄마의 어깨를 툭 친다.     


”그러지 말고 말 좀 해 줘요. 신기해서 그래요. 어떻게 한 집의 자매가 그렇게 줄줄이 이혼을 하는지?“     


그때, 신호가 초록불로 바뀐다. 하늘 엄마는 개의치 않고 길을 건너간다. 보라 엄마는 총총 거리며 그 옆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졸졸 따라 건넌다.

길을 다 건너자 하늘 엄마가 멈춰 서더니 보라 엄마 쪽으로 몸을 돌린다. 보라 엄마는 급 멈춰 서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빨리 듣고 싶다는 표정으로 하늘 엄마를 쳐다 본다.     


”보라 엄마.“     


”네, 언니.“     


”한솔이 엄마 성격 알지? 그리고 이 동네에서 법적인 자문 구할 때 한솔이 엄마 도움 안 받은 사람 있어?“     

하늘 엄마 말에 보라 엄마의 표정이 머뭇머뭇하다가 토라진 듯 입을 삐죽이고 서 있다.      


”아니 뭐 나는 그냥...“     


”요즘 세상에 이혼이 뭐 흠이야. 애들 생각해서라도 말 좀 조심하자? 응?“     


하늘 엄마는 한 손으로 보라 엄마의 어깨를 일부러 토닥여 주더니 돌아서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 들어 간다. 보라 엄마는 그런 하늘 엄마를 쳐다보며 입을 삐죽인다.     


”아니 뭐, 시대가 변해도 이혼은 흠은 흠이지 왜 흠이 아냐. 웃겨.“                         





아파트 단지 전경에서 저 멀리 하늘이 엄마가 동 건물 안으로 들어 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 옆 동 건물에서는 진화가 동 건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진화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진주에게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고 있다.      


‘화장실, 주방 청소 완료. 진실이는 언니가 말한 시간에 한솔이 데리러 가기로 했음. 거실 청소 중.’     


진화는 핸드폰을 팔에 걸친 백에 집어 넣고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이 걸어 나온 동 건물을 올려다 본다. 걱정스런 얼굴로 쳐다 보고 서 있다가 다시 걸어가며 혼자 말을 한다.      


”진실이 저거 괜찮을까? 어릴 때도 진주 언니한테 꼬박꼬박 대들어서 잘 싸웠는데...“     


진화는 걱정스런 얼굴로 아파트 단지 입구를 걸어 나가기 시작한다. 진화의 옆에서, 아파트 단지 입구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보라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진실은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스팀 물걸레 질을 한다. 청소기랑 스팀 물걸레를 가지고 부엌 옆 다용도실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마른걸레를 손에 들고 나온다. 마른 걸레로 TV 장식대를 닦으려다 잠시 멈추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한솔이 하교 시간 15분 전에 맞춰 놔야 시계 일일이 안 봐도 안 늦지.“     


자명종 맞춰 놓고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마른 걸레로 닦기 시작하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혀를 쯧쯧 찬다.     


”지 일만 깔끔하고 완벽했지, 이봐. 아줌마들이 가구 먼지는 닦는지 안 닦는지 확인도 안 했지 뭐.“     


진실은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른걸레로 깨끗하게 닦는다.

이전 06화 그녀가 무서워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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