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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May 30. 2024

가족이 더 잔인해.

이혼은 죄가 아니다. 나도 이혼하고 싶어 이혼 했냐고? 못 살겠으니 했지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화령은 핸드폰 모니터 톡 방에 떠 있는 사진을 확인하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택시를 잡아 주겠다고 옆에 서 있던 대한도 그 사진을 클릭해 들여다보고 있었다. 대한은 슬며시 화령을 힐끔 쳐다 봤다. 화령은 속이 터져 버릴 거 같은 얼굴로 핸드폰 화면을 꺼 버리고 있었다. 그때 화령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화령은 모니터에서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얼른 전화를 받았다.      


“형님, 잘 지내셨어요?”     


대한은 화령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고 핸드폰으로 날짜를 확인했다. 그러고 고개를 끄덕이며 택시가 오는지 도로를 살폈다. 세종에 사는 누나가 전화가 올 때가 됐구나 싶었다.

마침 택시 한 대가 대한과 화령 앞에 정차하더니 택시 기사가 조수석 차창을 열고 빼꼼히 쳐다봤다.     


“콜 부르신 거 맞죠?”     


“네, 맞습니다.”     


대한은 얼른 뒤 자석 차 문을 열었다. 화령은 손가락으로 통화하고 있는 핸드폰을 가리켜 보이며 대한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그리고 얼른 택시에 올라 탔다.

대한은 차 문을 닫아 주고, 열려 있는 조수석 차 창 틈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아파트 이름과 잘 부탁한다 말하고 다시 길가로 올라섰다.

대한은 출발하여 멀어져 가는 택시를 쳐다 봤다.     


“우리 원여사 또 복장 터지시겠네. 어쩌나, 언제나 편안해 지려나."                         






화령은 애써 웃으며 통화를 하느라 무릎 위에 놓여 있는 손에 힘이 들어 갔다. 주먹을 꽉 쥐었다. 속이 터졌지만 티 안 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럼요, 형님. 아니에요. 제가 진화 보고 모시러 가라고 할게요. 네, 네. 그쪽으로 미리 예약해 놓을게요.“     


화령은 전화를 끊고 창 밖을 내려다 보는가 싶더니 차 창을 열려고 손잡이 쪽에 있는 창 버튼을 눌렀다. 창문이 안 열렸다. 다시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눌렀다. 창문이 안 열렸다.      


”기사님 죄송한데 여기 차창 좀 다 내려 주세요.“     


택시 기사는 룸미러로 화령을 힐끔 쳐다보더니 차창을 열어 줬다. 화령은 한숨을 쉬며 한 손으로 가슴팍을 한두 번 치더니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그대로 맞았다.

그러더니 핸드폰을 꺼내 가족 단톡방에 메시지를 전송 시켰다.                         






”아! 또? 어머니 제발! 왜 나만 항상 이 짓을 해야 하냐고?“     


운전대를 잡고 있던 진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막히고 있는 도로를 쳐다 봤다. 미간을 찡그렸지만 화령이 메시지를 올린 단톡방에 재빨리 ‘예썰’이라는 이모티콘을 전송 시켰다.

그러고 나서도 답답한 표정으로 진주와 진실과 단체 영상 통화를 걸었다. 진주와 진실을 다행히 바로 전화들을 받았다.     


”봤어?“     


”응.“     


진실은 대문을 여닫고 있는 중이었던 거 같다. 대답을 하는데 한솔이가 바로 옆에서 신발을 벗고 책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진주는 대답 없이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살피고 있었다.     


”언니랑 막내는 참석도 하지 말라면서 왜 나는 매일 고모를 픽업 하러 보내시느냐고? 돌아가면서 해야 하는거 아냐?“     


진주가 서류를 잠시 덮고 핸드폰 화면을 쳐다 보고 있었다.     


”난 상관 없는데 가능 하겠어? 엄마가 우리 다 이혼 했다고 가족 모임에 참석 안 시키는 건데 가능 하겠냐고?"     


진화는 ‘끄응’ 소리를 내며 반박이 불가능한 진주의 똑부러지고 정확한 목소리와 말투에 억울해졌다.     


“나도 이혼했는데 왜 나만이냐고?”     


“넌 털털하고 넉살 좋게 연기 잘하니까. 나랑 진실이가 그게 가능하디? 이혼한 거 들켰다고 엄마 난리 나시지 않겠어?”     


진주는 또 다시 ‘끄응’ 소리를 내며 운전대를 손가락으로 탁탁 쳐 댔다.     


“더 할말들 있어?”     


“아니.”     


진화와 진실이 동시에 대답 했다. 진화는 힘없이 마지 못한 목소리였고, 진실은 무심한 듯 건조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저녁에 둘 다 백화점으로 나와. 할 일 있잖아, 우리.”     


진주는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진화와 진실은 말없이 영상 화면을 켜고 있다가 동시에 전화를 끊어 버렸다. 진화는 미치겠다는 듯 운전대를 손가락으로 탁탁 쳐 대다가 음악을 크게 틀었다.

그리고 혼자서 큰 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이혼이 무슨 죄냐고? 누구는 이혼 하고 싶어서 했냐고? 가족이 더 잔인해, 가족이 더 잔인해.”     


진화는 소리를 지르는 듯 랩을 하듯 노래 소리에 맞춰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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