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것인 것처럼
그것 그대로에만 남아 있다 어딘가로 옮겨지지 않는다
낙엽을 주워서 활짝 펼쳐 놓은 마른 냅킨 두 겹 사이에 끼워 넣는다 샌드위치처럼 마른 냅킨 사이에 끼워 넣은 낙엽의 향기는 나의 손에 남아 있을까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본다 낙엽이 마른 냅킨 사이에서 바싹 마르면 그 낙엽의 붉고 노랗게 물들어 있던 색감들이 마른 냅킨에 베어 들지는 않을까 싶어 자꾸 들추어 본다
낙엽의 향기는 나의 손가락 사이들을 지나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코를 아무리 갖다 대어도 느껴지지 않는다 낙엽의 붉고 노랗게 물들어 있는 색감들은 낙엽이 말라도 바스락 바스락 부서질 거 같은 낙엽 속에만 남아 있다
어디에서 왔을까 싶은 그것 그대로의 향기와 색감은 그것 그대로에만 남아 있다 어딘가로 옮겨지지 않는다 내가 그저 나인 것처럼, 내가 너도 그 누구도 될 수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