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탁방 (8화~15화)

인생에 있어 관계를 참 오묘하게 꼬이고 꼬일 때가 있다.

by OH 작가



--8화 --------


S# 1. 세탁방 안.

불이 환하게 켜진 세탁방 안.

지윤, 혼이 나간 얼굴이다. 건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 쓴 채 지윤의 옆에 앉아 있다.

세탁방 앞을 지나가던 행인이 세탁방 안, 혼이 나간 얼굴로 서 있는 지윤을 힐끔 쳐다보고 지나간다.

지윤, 옆자리 건아를 쳐다본다. 아무렇지 않게 앉아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음악을 듣고 있는 건아.

지윤, 꿈꾼 듯한 표정이다.

건조기 완료된 알람이 울린다. 건아가 일어나 건조기를 열고 바구니에 꺼내 담는다.

지윤의 시선은 건아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건아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바구니를 잡고 들어 올리더니 아무렇지 않게 유유히 세탁방을 나간다.

세탁방 앞, 지윤의 앞을 지나가며 지윤을 쳐다본다. 건아의 싸늘한 미소가, 눌러쓴 모자 아래로 지윤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고 지나간다.

지윤은 순간 등골이 서늘함을 느낀다. 건아가 사라지자 다리가 풀리면서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뒤에서 세탁기 완료 알림이 울린다. 지윤은 세탁기 앞으로 다가간다. 세탁기 문 앞에 메모지가 붙여져 있다.

지윤은 문에 붙어 있는 메모지를 잠시 뚫어져라 쳐다본다. 뭔가로 글씨를 쓴 게 아니라 선명하고 굵게 새겨 넣은 거 같다.


‘당신과의 계약이 이루어졌습니다. 일주일 후, 장례식장에서 봅시다.’



S# 2. 인서트

건의의 얼굴이 악마의 웃음처럼 웃고 있다.


건아 : 다 죽어 버렸음 좋겠죠?



S# 3. 세탁방 안.

지윤, 두 눈이 파르르 떨린다.


지윤 : 꿈이 아냐.


지윤, 황급히 세탁방 문을 열고 뛰어나간다.



S# 4. 건물 입구.

건물 입구로 뛰어나와 누굴 찾듯 길거리를 여기저기 휘젓는다. 없다. 어느 쪽을 봐도 안 보인다.

지윤, 두렵다.



S# 5. 건물 옥상.

건아가 건물 옥상 난간에 서서 지윤이 건물 앞 길거리를 휘젓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서 있다.

잠시 후, 건물 안으로 터덜터덜 들어가는 지윤의 모습.



S# 6. 세탁방 안.

세탁방으로 들어와 세탁기 앞에 서는 지윤, 메모를 떼 내어 손에 들고 잠시 쳐다본다.

머리를 좌우로 휘젓는다.

지윤은 세탁기에서 빨래들을 꺼내 건조기로 옮겨 넣는다. 건조기 문을 닫고 키오스크로 가 건조기 사용 결제를 한다.

지윤은 의자로 가 앉는다.

전화가 끊긴다. 지윤은 손에 든 쪽지를 다시 발견, 쳐다본다.



S# 7. 세탁방 안 (회상)

건아 : 다 죽었음 좋겠어요? 내 앞길 막고, 내가 제일 힘들 때 외면한 그들이 미워 죽겠죠? (키득키득 왠지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 나도 그랬는데.


지윤, 건아를 돌아본다. 온통 검은 옷으로 감싼 건아의 모습, 마스크를 벗고 지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서 마주 서는 건아의 얼굴.




--9화 --------


S# 1. 세탁방 안.

지윤, 느낌이 좋지 않다. 설마 설마 싶으면서도 두려움이 깃든 표정이다.

핸드폰 알림이 울린다. 주율의 톡 메시지다.

지윤은 메시지를 확인한다.


주율 : (톡 메시지) ‘엄마 나 저녁에 고기 먹고 싶은데.’


지윤, ‘응, 저녁에 고기 구워 줄게. 쉬는 시간이야?’라도 답장을 보낸다.

바로 주율에게 ‘응. 이제 수업 시작할 거라 핸드폰 집어 넣을 거야.’라고 답장이 온다.

지윤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쪽지를 쳐다본다.

‘당신과의 계약이 이루어졌습니다. 일주일 후, 장례식장에서 봅시다.’

지윤, 손에 주먹을 쥔다. 지윤의 주먹 쥔 손안에서 그대로 구겨져 손안에 숨겨지는 쪽지.


지윤 : 말도 안 돼. 미친놈.


핸드폰 알림 메시지가 또 울린다. 지윤은 핸드폰을 들고 시계부터 확인한다. 메시지를 연다.


지윤 : (속엣말) 수업 시작했을 텐데?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발신자표시제한 문자다. 지윤은 메시지를 열어 내용을 보고 얼굴이 굳는다.


건아 : (문자 메시지) 나 미친놈 맞아. 그런데 당신이 오늘 나랑 한 계약을 꿈 아냐. 일주일 뒤 장례식장에서 보면 알지. 난 당신이랑 장난할 시간 없어.


지윤의 표정에 불길함이 가득 서린다. 믿고 싶지 않다.


지윤 : (혼잣말) 내 번호는 어떻게 안 거지?



S# 2. 길거리.

빨래가 가득 담긴 웨건을 끌고 걸어가는 지윤의 모습.

끌고 가다가 신호등 앞에 선다. 얼굴빛이 어둡다.

지윤의 상의 주머니 틈 사이로 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린다.

지윤, 핸드폰을 꺼내 톡 메시지를 확인한다. 서경이다.


서경 : (톡 메시지) ‘괜찮아?’


지윤은 핸드폰 화면을 끄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진다.

지윤은 건널목을 향해 한 발 딛다가 멈칫한다. 건너편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는 젊은 남자가 길을 건너고 있다.

지윤, 빨래방에서 본 건아가 생각난다.



S# 3. 인서트

세탁방 앞, 건아의 싸늘한 미소가, 눌러쓴 모자 아래로 지윤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고 지나간다.



S# 4, 길거리.

맞은 편 남자가 서서히 지윤 쪽으로 가까이 걸어온다.

지윤, 가만히 그 남자를 두려운 듯 쳐다보며 서 있다. 남자가 가까워진다. 건아가 아니다.

지윤은 알 수 없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뀐다.

지윤은 내딛었던 발을 다시 도보 길거리로 올린다.

갑자기 낯설게 보이는 거리, 지윤 앞으로 차들이 지나다닌다.



S# 5. 건물 옥상.

건아가 건물 옥상 난간에 서서 지윤이 건물 앞 길거리를 휘젓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서 있다.

신호등 앞에 서 있는 지윤을 내려다보고 있는 건아.

건아 뒤로 조금 빠르게 흘러가는 하늘 전경.


블랙 : (E) 결정한 거야?


건아 옆에서 블랙의 목소리가 들린다. 건아, 옆을 쳐다본다.

블랙이 여유 있게 미소 지으며 건아 옆에 서 있다.




--10화 --------


S# 1. 건물 옥상.

블랙이 여유 있게 미소 지으며 건아 옆에 서 있다. 건아는 블랙의 미소가 악마의 미소로 느껴진다.


건아 : 하라면서요? 해야만 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요?


블랙, 고개를 끄덕인다.


블랙 : 잘 이해하고 있네?


블랙이 혼자 조용히 웃는다. 건아는 고개를 돌려 웨건을 끌고 신호등을 건너고 있는 지윤을 내려다본다.

블랙도 잠시 아무 말 없이 지윤을 내려다보는가 싶더니, 건아를 향해 손짓한다. 블랙이 손짓하자 건아의 핸드폰 알림 메시지가 울린다.


블랙 : 그녀의 부모와 전남편이란 그놈에 대한 정보야. 그럼, 일주일 후에 보지.


블랙은 사라진다. 건아의 표정이 어둡다.



S# 2. 반지하 방 (회상)

불이 꺼져 있다. 켜져 있는 TV 불빛만 맞은편 벽에 기대앉아 있는 건아를 비추고 있다. 건아 옆에 소주병이 3개 있다. 한 병은 이미 빈 병이다. 두 번째 병이 따여져서 한 모금 마신 듯하다. 소주병 앞에는 수면제 한 통이 놓여 있다.

소주병을 집어 드는 건아의 손.

소주병을 병째 입으로 가져가 마시는 건아의 눈물 자국 가득한 얼굴과 분노에 찬 두 눈빛.



S# 3. 거실 (회상)

고급 저택의 거실 안, 분노에 찬 건아가 서 있다. 두 손에 주먹이 있는 힘껏 쥐어져 부르르 떨고 있다.

건아 앞에 단호하고 냉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주희.


주희 :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너와 나는 이미 끊어진 인연이다.


건아 : (목소리라 떨리고 분노에 가득 차 있다) 엄마와 아들이잖아요. 끊는다고 끊어져요? 제가 언제 이렇게 (주먹으로 가슴 쪽 옷깃을 꼭 쥐어 잡는다) 이렇게 매달린 적 있어요? 내 아이가, 이제 세 살 밖에 안된 아이가 아프다고요. 그 아이만 살려주면 뭐든 하겠다잖아요.


주희, 건아 쪽을 쳐다보지 않는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서 앞만 쳐다보고 있다. 냉정하고 단호한 표정에도 변화가 없다.


주희 : 너도 나처럼 일찍 이혼한 거잖니. 이혼했으면 미련을 버려, 나는 네 아비랑 너한테 그랬다. (순간 입술이 살짝 일그러졌다 펴진다) 그냥 네 인생 살아. 이 악물고 성공해 보라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건아, 그런 주희를 분노에 찬 눈으로 노려보더니 홱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돌아서서 나가는 건아의 두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S# 4. 반지하 방 (회상)

건아는 혼자 킥킥대고 웃는다. 웃는데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다. 다 비운 두 번 째 소주병을 내려놓는다. 세 번째 소주를 따고 내려놓고는, 수면제 통을 연다. 소주가 가득 든 소주병에 수면제를 탈탈 털어 넣더니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는다.

건아는 수면제가 든 소주병을 집어 들고 마시려 한다.


블랙 : (E) 아니, 아니지. 네가 왜 죽어? 그 여자가 죽어야지.


건아, 뭐지 싶은 얼굴로 갑자기 건아 옆에 나타난 블랙을 올려다본다.

악마처럼 미소 지으며 건아를 내려다보고 있는 블랙.



S# 5. 건물 옥상.

건물 옥상 난간에 서 있는 건아의 표정이 어둡다.


건아 : (혼잣말) 왜 하필 나였던 거야? 왜 하필 그 여자인 거야?



S# 6. 상가건물 안.

지윤이 무거운 웨건을 두 손으로 있는 힘껏 들어서 낑낑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있다.




--11화 --------


S# 1. 원룸 안.

불이 켜져 있는 원룸 안, 거실에 TV가 틀어져 있고 반대 편에 이불 깔고 그 위에 엎드려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고, 핸드폰으로 게임하는 주율.

TV랑 주율이 가운데 작은 상이 하나 펴져 있다. 상 위에 수저 2개, 젓가락 1개, 포크 1개와 밥공기 두 개, 간단한 반찬이 서너 개 놓여 있다.

싱크대에 아래 바닥에서 에어프라이어를 꽂아 놓고 고기를 굽고 있는 지윤.

상 옆에 바닥에 놔둔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린다. 지윤은 슬쩍 핸드폰을 쳐다보고 만다.

잠시 후, 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지윤.

상 옆 바닥에 놓인 핸드폰에서 다시 알림이 울린다. 지윤, 핸드폰을 집어 들고 톡 메시지를 확인한다. 서경이다.


서경 : (톡 메시지) ‘이사 어디로 간 거야? 괜찮은 거야?’


지윤, 메시지만 확인하고 답장하지 않는다. 바로 핸드폰을 무심하게 내려놓는다.



S# 2. 카페 안 (회상)

키오스크로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 지윤, 잠시 후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 2잔.

혼자 앉아서 통화 중인 지윤,


지윤 : (조용히) 응 그러려고. 지금은 주율이랑 일단 살아야니까 달달이 조금씩 갚으면 안되냐고 부탁해 보려고. 변호사 비만 1,200만원이라 한 번에 갚기엔 크긴 커.


그때 카페로 들어와 두리번거리더니 도일.

지윤이 먼저 도일을 본다.


지윤 : (조용히) 오셨어. 응 나중에 봐.


지윤이 전화를 끊는데 지윤을 발견하는 도일.

지윤의 맞은편에 앉는 도일, 자리에 앉자마자 안주머니에서 꺼낸 통장과 계좌 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지윤이 보라는 듯 테이블 위에 얹어 놓는다.


도일 : 오면서 통장 확인했는데 아직 입금 안 됐더라. 나 만나면 바로 입금할 건가 보다, 하고 왔지. 네 엄마가 서경이가 또 돈 얘기하는데 어쩌냐고 묻는데 (한숨) 아주 그냥, 키워 놨으면 됐지 돈 돈 거리는데 미치겠다. 걔가 뭐 부모 돈이라고 지 돈인 양 여태 갖다 쓴 게 얼만데 생전 일 원 한장 갚는 것도 못 봤고, 그렇다고 부모 늙어 가는데 용돈 한번 주기를 하나. 이젠 그냥 모른 척하고 싶더라. 너라도 안 그래서 다행이다 싶다.


지윤, 잠시 애써 눈을 마주치는 걸 피하며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해 놓은 커피를 마시는 도일을 쳐다본다.

지윤은 목구멍에서 올라오려던 한숨을 삼킨다. 입을 꼭 다물고 핸드폰을 집어 든다. 핸드폰 모니터에 은행 앱을 로그인시킨다.



S# 3. 원룸 안.

고기를 입안에 우겨넣는 지윤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주율에게 안 들키려고 컵을 들고 일어나 싱크대 위 정수기로 가 물을 받는다. 주율 몰래 손으로 얼른 눈물이 흐르지 않게 눈을 비비는 척하며 닦는다.

다시 주율이 옆으로 가 앉는데 핸드폰에서 다시 알림음이 울린다.

지윤은 모른 척한다. 그런데 다시 알림음이 또 울린다.

지윤, 핸드폰을 쳐다본다. 주율, 그런 지윤을 본다.


주율 : 엄마거 아냐? 문자 온 거 아냐?


지윤, 주율을 쳐다보고 애써 미소 짓고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톡 메시지를 확인한다. 서경이다.


서경 : (톡 메시지) ‘내가 괜한 말을 해서...’


거셩 : (톡 메시지) ‘그래도 어디로 간 건지는 얘기해 주면 안 돼? 걱정돼서 그래. 아빠가 해 주신 돈이 누나가 갚은 돈인지도 모르고 내가 괜한 말을 한듯해 미안해.’


지윤은 입술을 살짝 꽥 깨문다. 답장하지 않는다. 기분이 좋지 않다. 핸드폰을 무심하게 내려놓는다. 밥을 한 수저 떠먹더니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든다. 핸드폰 케이스 뒤에 꽂아 놨던 메모지를 빼서 펼친다.


‘당신과의 계약이 이루어졌습니다. 일주일 후, 장례식장에서 봅시다.’


메모지에 새겨진 글씨를 뚫어지게 내려다본다.


지윤 : (무심결에 혼잣말) 정말, 진짜인거야?


주율, 지윤을 쳐다본다.


주율 : 뭐가?


주율이 지윤에게 바짝 다가앉으며 메모지를 슬쩍 보려 한다. 지윤은 애써 미소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메모지를 재빨리 접어서 다시 핸드폰 케이스에 끼워 넣는다.


지윤 : 별거 아냐. (고기 접시를 본다) 맛있어? 고기 더 구워 줄까?



S# 4. 상가건물.

2층짜리 상가건물, 지윤과 주율이 거주하는 2층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12화 --------


S# 1. 아파트.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잘 정돈된 테라스가 있는 고급 아파트 건물 전경.



S# 2. 거실.

불이 꺼져 있다. 소파 위에 잠들어 있는 건아.

꿈을 꾸는 듯한 건아의 얼굴, 좋은 꿈은 아닌 듯하다.



S# 3. 거실 (건아의 꿈속)

블랙이 주희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공중에서 조르고 있다.


주희 : 나, 나를 왜?


블랙, 악마 같은 미소로 킥킥거린다. 고갯짓으로 건아를 가리킨다.


주희 : 그건 네가 냉차게 버린 네 아들한테 물어봐야지. 나한테 묻지 말고.


블랙의 악마 같은 미소와 주희의 괴롭고 창백한 얼굴을 쳐다보는 건아의 시선.


블랙 : 어때? (다른 한 손으로 주희의 고급 주택을 휘 둘러 가리키며) 이제 다 네 거야.


블랙의 소름 끼치는 웃음 소리.


숨이 막힐 거 같은 건아.



S# 4. 거실.

잠든 건아. 괴롭고 숨이 막혀오는 듯한 건아의 얼굴.

헉헉거리다 깨어남. 벌떡 상체를 일으키며 숨을 고르는 건아.

건아의 얼굴, 식은땀들.

건아, 숨을 겨우 고르고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에서 작은 생수 한 통을 꺼내 벌컥벌컥 다 마셔 버린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등을 냉장고에 기댄다. 뒤통수도 냉장고에 기댄다.

고개만 옆으로 돌려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고 밝은 그레이톤의 주택 안을 빤히 쳐다본다.



S# 5. 거실 (회상)

블랙이 상속 서류를 살려 달라고 빌고 있는 주희에게 내민다.

두려움에 가득 찬 두 눈으로 블랙을 올려다보며 덜덜 떠는 손으로 건아에게 모든 걸 상속한다는 서류에 인감 도장을 찍는 주희의 모습.



S# 6. 거실.

뒤통수와 등을 냉장고에 기대고 앉아 있는 건아.

너무 웃기다는 듯 킥킥거리더니 혼자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 내 웃는 건아.



S# 7. 거실 (회상)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소파에 도도하게 앉아서 초라한 몰골로 서 있는 건아에게 차갑게 내뱉는 주희.


주희 : 어차피 너랑 나랑의 모자 관계는 끝난 지 오래다. 나 혼자 이룬 성공이니, 네가 하나뿐인 혈육의 흔적이라고 해서 너한테 줄 거란 기대도 버려라.



S# 8. 거실.

혼자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 내 웃는 건아.




--13화 --------


S# 1. 테라스.

위에서 아래로 바라본, 건아가 서 있는 테라스를 중심으로 고급 주택 동 건물 전경.

테라스에 서서 고급 주택 앞, 한강이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건아.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다. 핸드폰 모니터가 켜져 있다.

모니터에 떠 있는 도일의 이력서, 이력서에 있는 명함 사진.



S# 2. 세탁방 안 (회상)

건아를 마주 쳐다보는 지윤의 얼굴.


S# 3. 테라스.

건아의 복잡한 심정의 얼굴, 블랙이 건아 옆에 나타난다.

블랙은 건아 옆, 어느새 옮겨진 의자에 여유 있게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블랙 : 왜 망설여져?


건아, 블랙을 쳐다본다.


건아 : 알고 있었지?


블랙, 재밌다는 듯 하면서도 차가운 미소.

건아는 그런 블랙의 미소가 악마의 미소로만 보인다.


건아 : 왜 나야?


블랙,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해 보인다. 자리에서 일어선다. 블랙이 일어나자 테리스 테이블 앞에 놓여 있던 의자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블랙은 테라스 난간으로 가 걸쳐 앉는다.

건아는 테라스 난간에 걸쳐 앉은 블랙의 등을 쳐다본다.


블랙 : 너니까.


건아 : 뭐라고?


블랙의 몸이 공중으로 띄워진다. 블랙을 다리를 펴고 공중에 선다. 그대로 건아 쪽으로 돌아선다.


블랙 : 너니까.


건아는 블랙을 노려본다.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핸드폰을 부셔 버릴 것 같은 기세다.


블랙 : 네가 할 수 있을까?


차갑게 건아를 쏘아보며 순간적으로 건아 앞으로 휙 날아간다.

건아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마주 세우는 블랙, 조롱하듯 차가운 얼굴로 건아를 노려보는 블랙의 얼굴.

건아, 블랙의 얼굴을 한 대 쳐 주고 싶은 얼굴이다.


블랙 : 그 여자는 모르지? 지금 너는 (블랙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두 팔을 활짝 편다) 이 세상 사람들에게 불

편한 괴물 같아 보인다는 걸. 그래서 검은 옷만 입고, 마스크에 모자를 눌러쓰고 다닌다는 걸.


블랙은 맘껏 비웃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건아는 그런 블랙의 얼굴을 한 대 쳐 주고 싶지만 참고 있다.

블랙은 건아의 귀에 입을 아주 가까이 갖다 댄다.


블랙 : 네가 그를 죽여야, 이제야 갖게 된 이 부유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 지금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네 옆

에 있으려 할거고.


블랙, 뒤로 휙 물러나 하늘을 배경 삼아 공중으로 날아올라 보란 듯이 건아를 내려다본다.


블랙 : 나는 기회를 줬을 뿐야.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블랙이 사라진다. 건아는 블랙이 사라진 곳을 경멸하듯 쳐다본다.

테라스 전경. 테라스에 혼자 서 있는, 검은 바지에 검은 티셔츠에 칙칙해 보이는 건아의 모습.



S# 4. 아파트 단지.

수도권 도시 한복판의 대단지 아파트 전경.

밤이다.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거실 소파에 편안히 앉아 TV를 보고 있는 도일의 모습이 들여다보인다.



--14화 --------


S# 1.아파트 단지.

밤이다.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거실 소파에 편안히 앉아 TV를 보고 있는 도일의 모습이 들여다보인다.



S# 2. 옥상.

도일이 있는 거실의 맞은편 동 건물 옥상, 옥상 난간에 서서 도일이 들여다보이는 곳에 서 있는 건아.

불빛이 새어 나오는 베란다 창을 통해, 건아의 시선으로 가깝고 선명하게 들여다보인다. 여유 있게 TV를 보고 있는 도일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건아의 얼굴.



S# 3. 경찰서 (회상)

‘10년 전’이란 자막.


학생 1과 부모와 변호사, 학생 1은 깔끔하고 원단 좋아 보이는 교복에 명품 브랜드 운동화를 신고 있다. 그 옆의 도도한 태도로 명품을 입고 있다. 변호사도 유명 로펌에서 온 변호사인지 명품에 명품 브랜드의 서류 가방을 들고 있다.

건아는 조금 낡은 듯한 교복에 낡은 운동화를 신고 혼자 앉아 있다.

학생 1과 건아는 서로 싸운 듯 얼굴에 멍과 상처들이 있다. 학생 1과 건아의 교복도 먼지가 묻어 있고, 구겨져 있다.

과장 자리에 앉아 힐끔힐끔 지켜보는 도일.


변호사 : 저희는 합의를 원치 않습니다. 보시죠 (학생 1을 가리킨다) 우리 의뢰인이 폭행 당한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강형사 : (알겠는데, 짜증나려한다. 건아를 가리키며) 그렇게 따지면 이 학생도 폭행당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엄마 : 아니, 형사님. 지금 누구 편을 드시는거에요? (건아를 가리키며, 화를 낸다.) 이 학생이 먼저 때렸다잖아요. 그러면 우리 애가 맞고만 있어야 맞나요?


학생 1의 아빠가 학생 1의 엄마를 눈짓과 손짓으로 말린다.


아빠 : (속삭이듯 그래도 들리는) 됐어, 가만 있어.


변호사를 쳐다보며, 빨리 끝내 달라는 듯 눈짓을 한다.

이때 도일 쪽에는 막내 형사가 도일에게 조용히 다가가 뭔가를 건넨다. 도일은 수고 했다는 듯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막내 형사의 어깨를 토닥인다.

변호사 고개를 끄덕이며


변호사 : 어차피 (형사 보라는 듯 건아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어차피 저 학생은 할 말이 없는 듯 한데, 저희는 고소장을 제출하려 합니다. 그러니 조서를 이만 끝내 주시죠.


엄마 : (혼잣말처럼, 건아를 불량소년 보듯 내려다보며) 저런 애가 어떻게 전교 3등을 했대.


아빠 : (나름 속삭이듯 그래도 들리는) 그런다고 좋은 대학 들어가겠어? 어차피 같이 섞일 수 있는 애가 아냐.

강형사는 조서를 작성하며 작은 한숨을 조용히 쉬며 건아를 쳐다본다.


강형사 : 보호자 연락처 대라니까. 누구 오실 분 없어?


건아 : 없어요.


강형사, 건아를 쳐다보며 답답한 얼굴이다. 이때, 도일이 변호사에게 다가온다.

도일은 변호사와 학생 1의 부모에게 가까이 서서


도일 : 괜찮으시면 잠시 저랑 얘기 좀 하실 수 있을까요?


학생 1의 부모는 도일을 뭐냐는 듯 쳐다본다. 변호사, 도일이 있던 과장 자리를 힐끔 쳐다보는데 도일이 변호사 귀에 조용히 뭐라고 속삭인다.

변호사 표정이 난처한 듯, 애써 침착하게


변호사 : 그러시죠.


변호사 학생 1의 부모에게 귓속말을 한다. 변호사와 학생 1의 부모들은 도일을 따라 밖으로 나간다.

시간이 조금 경과한 느낌, 강형사가 건아와 학생 1을 앞에 앉혀 놓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밖에 나갔던 도일이 변호사와 학생 1의 부모와 함께 들어온다.

변호사는 학생 1의 부모와 눈짓을 교환하고, 학생 1의 부모는 학생 1의 팔을 잡아 끈다.


아빠 : 일어나, 가자.


학생 1은 부모를 어이 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아무 말 말라는 엄마, 아빠의 눈짓에 그대로 끌려 나간다.

변호사, 도일에게 가만히 인사를 한다.


변호사 : 그러면 말씀하셨던 대로 잘 좀 부탁드립니다.


도일, 고개를 끄덕이며 그만 가라는 듯 손짓을 한다.

변호사, 건아를 한 번 힐끔하며 표정이 순간 아주 잠가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나가버린다.




--15화 --------


S# 1. 옥상.

도일이 있는 거실의 맞은편 동 건물 옥상, 옥상 난간에 서서 도일이 들여다보이는 곳에 서 있는 건아.

불빛이 새어 나오는 베란다 창을 통해, 건아의 시선으로 가깝고 선명하게 들여다보인다. 여유 있게 TV를 보고 있는 도일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건아의 얼굴.

일그러진다. 혼잣말하는 건아의 목소리가 잠겨 있다.


건아 : 참 더럽게 꼬이네.



S# 2. 거실.

도일, TV를 보며 앞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을 한 번씩 쳐다본다.

아무 알림도, 연락도 없는, 조용한 핸드폰이다.



S# 3. 카페 앞 (회상)

지윤, 도일을 원망스러운 듯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빠르게 걸어간다. 손가락으로 얼른 눈물을 닦는다.

지윤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쳐다보던 도일의 시선.



S# 4. 거실.

괜히 신경 쓰이지만 TV로 시선을 돌리는 도일.

TV에 나오는 예능 프로를 보며 ‘허허.’하고 헛헛하게 웃는다.

그러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지 베란다 창밖을 쳐다본다. 건너편 동 건물 옥상에 검은 뭔가가 서 있는 거 같다. 도일은 뭐지 싶은 표정으로 두 눈에 힘을 주고 상체를 앞으로 내밀며 쳐다본다. 뭔가 검은 실루엣이 보이는 거 같다. 눈이 좀 침침하다.

도일은 탁자위에 있는 안경을 쓴다. 안경을 쓰고 다시 베란다 창 밖, 건너편 동 건물 옥상 쪽을 쳐다본다. 아무것도 없다.



S# 5. 아파트 단지.

아파트 단지 전경, 저만치 아파트 입구로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건아의 모습이 보인다.



S# 6. 원룸 안.

불이 꺼져 있다.

원룸 한쪽 이불 위에서 잠들어 있는 주율.

그 옆, 이불을 체만 덮고 벽에 기대앉아 건아가 남기고 간 쪽지를 손에 쥐고 있는 지윤.


지윤 : 진짜, 진짜로 죽여 준다고? (피식) 누구를? 누구를 진짜 죽여 주겠다는 건데? (두 눈에 고이는 눈물) 내가 누구를 죽여 달라고 부탁한 건데, 대체? 네가 왜 죽여준다는 건데? 네가 무슨 상관이라고?


손에 쥔 쪽지를 내려다보며 잠들지 못하고 있는 지윤.



S# 7. 도로 위.

밤, 한적한 도시의 도로위.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도일의 오토바이.



S# 8. 중환자실.

힘든 모습으로 누워 있는 기찬을 내려다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건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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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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