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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윙클 twinkle Nov 30. 2023

언년아~

층간 소음에 언년이라니

출처 : 위키백과

"가슴을 데인 것처럼

눈물에 베인 것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이 괴롭다

내가 사는 것인지 세상이 나를 버린 건지

하루가 일 년처럼 길구나

그 언제나 아침이 올까

메마른 두 입술 사이로

흐르는 기억의 숨소리

지우려 지우려 해 봐도

가슴은 널 잊지 못한다

서러워 못해 다신 볼 수 없다 해도

어찌 너를 잊을까"



2010년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딸아이가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추노라는 드라마는 2010년에 방영된 KBS2 드라마이다. MZ세대가 아니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가끔씩 예능에서 성대모사하는 그 유명한 대사 "언년아~~~" 그 언년이가 오늘따라 지겹게 싫어지는 날이다. 오늘도 윗집 어딘가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노래방 기기인지 노래방 마이크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장에서 노래방 스피커의 울림에 머리가 어지럽다.

 공동 주택에 사는 이상 기본적인 층간소음에 완전히 해방될 순 없다. 아파트에 살면서 웬만한 층간소음은 견뎌 보았다. 층간소음 배틀을 한다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웬만한 층간소음은 껌이다. 코로나 시기 윗집의 2주간의 리모델링 공사 소리도 잘 견뎠다. 항의하지 않았다.(단, 코로나로 아이 줌 수업에만 시끄러운 공사를 미뤄달라는 부탁을 공손히 했었다. 항의가 아닌 공손한 부탁이었다.) 카페로 피난 갈 수도 없을 정도로 코로나가 창궐하던 때여서 집에서 공사 소음을 견뎌야 했었다. 새벽 5시 시끄러운 청소기 소리, 망치 소리, 물건 쿵쾅 옮기는 소리, 고요히 잠을 자는 시간대 부부의 싸움으로 우는 소리와 물건 던지시는 소리. 그리고 아이 뛰는 소리는 애교로 느껴질 정도였다.(이보다 더 심한 층간 소음을 참아야만 하시는 분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새로 이사한 집은 층간소음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은 그저 혼자만의 바람으로 끝나버렸다. 아이가 집중해서 공부해야 하는 오후 5시면 어김없이 윗집에서 언년이를 부른다.


"가슴을 데인 것처럼 눈물에 베인 것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이 괴롭다" 


이 노래 한곡만 무한 반복하신다. 도대체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무엇일까? 어제도 오늘도 무한 반복. 무한 반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발~~ 언년이 그만 찾으라고!"


 늦은 밤 언년이 소환은 용납할 수 없었다. 바로 관리실로 항의 전화를 했다. 그 집으로 찾아가서 부탁을 하고 싶었지만, 층간소음으로 사건 사고가 많았던 때라 찾아갈 수 없었다. 주말부부라 평일엔 감히 항의하지도 못했다. 항의했다간 혼자 아이 키우는 유부녀로 생각하고 해코지할까 봐. 관리실에 여러 번의 전화 항의를 넣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힘들어하던 어느 날, 아이와 층간 소음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되었다.(토론 후 실행은 할 수 없었다.)

 "제발, 저희도 다양한 곡 들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신청곡 10곡. 신곡으로 부탁드립니다."라고 엘리베이터에 상소문처럼 붙여 놓아 볼까? 이것 또한 후한이 두려워 아이와 상상만 하고 끝냈다. 아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큰 소리(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다른 집에 방해를 주는 것이기에 안되지만, 언년이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생각은 해보았다.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이해는 하고 싶지 않았다.)

 

 요즘은 괜찮냐고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들리고 있어요. 작은 방에 방음장치 또는 볼륨을 조금 낮추어서 부르시네요. 관리실에 전화하기는 조금 애매모호한 정도의 소리입니다. 그렇다고 절대 작은 소리는 아닙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소리는 쿨하게 넘어가 주려고요.(이제 이사를 하니 언년이 소환하는 5시가 그리워질 수도 있겠어요.)


 오늘따라 이 노래를 아이와 함께 흥얼거리고 있어요. 딸아이와 제가 언년이를 소환하고 있답니다. 노래가 좋아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들어서 습관적으로 오후 5시가 되면 우리가 부르고 있어요.


 12월엔 새로 이사 온 분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러주시면 어떨까요?

 

추노 : 도망간 종을 찾아오던 일

언년 : 손아래의 계집아이를 귀엽게 부르는 말.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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