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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누씨 Oct 28. 2023

2천만원을 썼지만 아깝지 않은 이 것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나는 언제나 이 것을 갈망하였고 후회하고 싶지 않아 1년이란 시간을 투자하고 돈도 2천만원 훨씬 넘게 썼다. 내가 평생을 모은 돈을 써버린 것이다. 


그러면 지금은 후회할까?

그렇지 않다. 나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똑같이 시간과 돈을 투자할 것이다. 지금 얻은 것을 그대로 갖지 못한다는 가정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것은 바로 '경험과 지식'이다



재작년 난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대학교 졸업 하자마자 바로 취업을 하게 돼 4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다. 학생 때는 학업을 이유로, 청춘을 핑계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취업을 하니 적응을 이유로, 사회생활을 핑계로 인생이 흘러가게 내버려 두었다. 


2020년 우리에게 찾아온 코로나 바이러스는 내 일상생활에도 타격을 주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알게 모르게 무기력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일적으로도 그 외적으로도 모든 활동이 축소됨에 따라 내 몸과 마음은 계속 웅크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겨내는 방법을 몰랐다. 나는 이 무기력함을 이겨내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항상 막내 포지션인 나는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위치기도 했지만 사실 나조차도 시키는 걸 수행하는 게 너무나도 편했다. 순간 나는 느꼈다.




아 그동안 너무 수동적으로 살았구나



먼저 현재 나에게 정말 필요하거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질문의 답은 '주체적인 삶을 선택하는 과정, 다양한 문화와 사람을 통한 배움' 이였다.



무얼 하든 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결정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필요했다. 돌이켜보면 조금만 큰 결정을 해야 될 상황에 놓이면 난 혼자서 결정하는 것을 무서워했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잘될 때가 더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온전히 나만의 힘으로 이룬 성취감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또,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사이트가 필요했다. 틀에 박힌 삶, 목표 같은 것에 무게를 두지 않은 삶을 살다 보면 모든 건 평화롭고 안정적이게 흘러갈진 몰라도 편견에 빠질 확률이 크다. 항상 보던 것, 느끼던 것 속에서만 살기에 조금만 다른 것을 접하더라도 거부감이 들거나 이해하지 못할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것에 대한 해답은 나와 다른 분야,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 속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었다.





328일간의 여행, 20개국 세계여행을 마치고


그래서 난 배낭 2개를 짊어지고 작년 한 해 동안 세계를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800km 순례길 완주, 어드벤스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취득, 인도 요가원 한 달 살기, 남미에서 스페인어 배우기, 여행유튜버 도전 등 장기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해보지 못할 경험들을 했다. 또 여행에서 만난 정말 수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엄청난 영감이 되었다. 내가 절대 경험하지 못할 압도적인 삶을 살고 있던 그들, 그 삶 속에서 가지게 된 철학은 나에겐 그저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은 이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유럽 서쪽나라 아일랜드에서 여행 가이드라는 삶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선택이 나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진 정말 모르겠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내가 선택한 삶이고 이 삶 속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든 책임을 질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경험과 지식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되었다. 집이 폭삭 망해도, 하루아침 강도가 내 모든 걸 빼앗아간다 하더라도 절대 훔쳐갈 수 없는 것들 말이다. 나는 이 경험과 지식을 통해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정한다. 또한, 거듭되는 선택 속 쌓여가는 또 다른 경험과 지식이 축척되며 더 멋있는 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부푼 마음을 가지고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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