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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누씨 Oct 28. 2023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

해외살이 3개월차의 마음가짐

어느덧 아일랜드 더블린에 산지 3개월차.

크게 특별하지 않은 오늘 하루지만 문득 감사함이란 감정이 크게 들었다.


거대한 계기가 있던건 아니였다.


그냥 평소와 같이 오전을 집에서 보내고 시내에 있는 카페에 가 글을 쓰려던 중, 수십번도 넘게 다닌 길이 아름다워 보였다.


습도, 냄새, 색감, 그리고 강아지들과 함께 산책을 하는 아이리쉬 사람들까지.

모든 장면들의 박자가 딱 들어 맞은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이 장소가 만들어진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 처럼 말이다. 나는 정말 운 좋게도 그 완벽한 현장에 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처음 이 나라에 오고 한달 동안은 정신 못 차릴만큼 심적으로 힘들었다.

너무 대책 없이 온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기대가 컸다.

한국에서도 못하던 걸 아일랜드에 오면 모든게 해결될 것이란 기대, 이 곳에서의 인생은 파란만장할 것이란 믿음 말이다.


하지만, 어딜 가나 결국 나와 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지상낙원 같은건 없는 것이다. 돈을 쓰러 오는 여행객한텐 어딜 가나 친절하지만 살러 오는 외국인에게까지 마냥 친절할순 없는 노릇인 것이다.


한국과는 다른 답답한 행정처리, 일자리는 고사하고 두발 뻗고 살 집조차 구하기 힘든 현실인 요즘,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들에 대한 존재가 이 곳에선 위협 받고 있으니 그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집 구할 당시엔 집을 보러 가게 해달라고만 거의 메세지를 150통 가까이 보냈으며 이 중에서도 대답은 10통 미만으로 왔다. 


집을 보러 갔을 때도 나와 같은 처지에 예비 세입자들이 줄을 서서 면접을 봐야 했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적으니 집 월세값은 상상을 초월하고 그나마도 경쟁률이 심각했다.


심지어 아일랜드는 전세계 1인당 GDP 2위에 달하는 나라라 물가도 굉장히 비싸다. 거짓말 1도 없이 외식 없이 항상 집에서 해먹고 집에서 숨만 쉬어도 월 200은 우습게 깨지는 나라다. 처음엔 집도 일도 쉽게 구해서 영어실력도 금방 늘리고 아일랜드에서 가까운 유럽 나라 한달에 한두번씩 여행 갈 수 있을꺼라 생각했지만 크나큰 착각이였다.





그러던 와중, 친구들에게 연락이 온다.


너 해외에 있는거 너무 즐거워보여


너 사는 거보면 부럽다



한창 괴리감에 빠져 있는 나에게 이런 연락은 답장을 해야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하나의 단면만 보고 나를 규정짓고 판단하는 것만 같았고 모르는 사람도 아닌 나와 친구라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대해 배신감과도 같이 느껴졌다.

당시 나는 너무 어두웠다.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친구들도 힘든 자기 상황을 중심으로 생각했을 때 나는 굉장히 윤택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느꼈을 수도 있다. 저런 말을 하는 친구들은 대체로 본인은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에서 버티며 산다고 표현을 한다. 그렇기에 해외라는 키워드는 저 친구들에게 있어 '탈출구' 과도 같은 것이다.


결국 친구들도 힘든 내 모습을 알아주길 바란 문장을 던진 것이고 나 또한 힘든 내 상황을 알아주길 바랬던 것이 아닐까. 인간은 본디 나 먼저 생각하기에. 나쁜 의미가 아니라 남을 도우려는 마음도 결국 내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안정이 되야 할 수 있는 다음 스텝과도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너와 나, 우리 모두는 모두 힘들기만 했었나보다.




지금은 이 모든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되어 일상 루틴이 만들어진 상황이다. 물론 아직도 월세 내는 날에는 한숨 쉬면서 통장잔고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우리가 여행이 즐겁고 재밌고 또 가고 싶고 아쉬운 것은 말 그대로 끝이 존재해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결국 언젠간 죽는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부담감은 내려놓고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이 끝이 있는 아름다운 인생을 좀 더 충분하게 즐겨보려고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곳에 서 있을 수 있는 현재 내 상황에 감사함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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