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길을 덮었다
너에게 이르는
길을 찾아 겅중대지만
눈은 어지러운 발자국도 덮어버렸다
사방이 뿌옇다
서로가 가리어졌다
향취란 얼마나 좋은 것인가
자국 없이도 닿을 수 있으니
추억은 오므라진 꽃
공허를 삼켜내느라 꽃잎을 닿았다
잘게 부스러진 시간들은
속을 긁으면서도 단물이 난다
숨이 쉬어질 때면
허공을 뚫고 날아가는 향기
자꾸 눈이 내렸다
눈
필수불가결
사방이 뿌옇다
처음부터 길은 없었다
길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풀어놓은 마음 녹아드는
어릿한 가시거리의 자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