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배운 깨달음( 一切唯心造)

마음의 여유

어젯밤, 눈이 엄청 쏟아졌나 보다. 퇴근할 때는 조금씩 내렸는데,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서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자고 일어나니 웬걸... 엄청나게 쌓였다.

'출근해야 하는데...'

나는 눈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눈이 와서 미끄러운 것을 싫어한다.

안 그래도 힘든 출근길이 두배로 싫었다.

'빨리 녹았으면 좋겠다'

이 생각을 오늘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분명 며칠 전엔 봄 날씨였고 따뜻하다고 느꼈는데 하루아침에 이럴 수가 있다니

'점심시간엔 제발 많이 녹았으면'

하지만 여전히 눈은 많았고 투덜거리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배부르게 나오니까 안 보이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무 위에 새하얗게 쌓인 눈은 아름다웠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멈춰서 그 모습을 사진 찍고 있었다. 눈을 싫어하는 내가 봐도 대단했다. 마치 소설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디선가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겨울산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었다. 심지어 날이 풀릴까 봐 정말 한겨울에 가시는 분들도 있을 정도로!

'대단하지만 겨울은 불편하지 않을까? 사진으로 봐도 충분히 이쁠 텐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점심시간에 소복이 쌓여있는 눈을 보니까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실제 산에서 보는 풍경은 얼마나 절경일까?).

사람 마음이 참 신기하다.  

출퇴근할 때는 눈이 쌓여있으면 조심하려고 밑을 보며 걷는다. 주변은 보이지도 않고 그저 짜증만 났다.

점심을 먹고 조금 여유 있을 때는 앞을 바라보고 멀리 보게 된다. 안 보이던 것들도 보이고 싫다고 생각한 것도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

이번 겨울은 눈이 참 많이 내렸다. 그런데 처음으로 아름답다고 느꼈다니...

'출퇴근 시에 더 짜증 났던 것도 눈 때문만이 아니라 여유 없이 빠르게 가려고 했던 것 때문이지 않았을까?'

 오늘 퇴근길에는 조금 여유롭게, 쌓인 눈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갑작스럽게 일상에서 배운 깨달음이 감사하고, 싫어하던 눈 덕분에 새삼 배우게 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