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쨔시기 Apr 14. 2024

첫 이별 사용법

처음 이별을 했는가? 축하한다.      

마음이 찢어지는 상황에 축하라니, 어처구니없을 테지만 이제야 비로소 사랑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사람들은 왜 ‘처음’이란 단어에 의미를 둘까? 


순수하기 때문이다. 보통 어린 나이에 조건 없이 호감만으로 시작된다.


그래서 첫 이별은 상당히 크게 다가온다. 어쩌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나 역시 첫 이별을 경험했을 때, 저체중인 내가 2주 만에 6킬로가 빠졌고, 밥 먹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별이라는 단어는 우리 연애에 있을 거란 생각조차 못 했다. 달라진 것 같았지만, ‘피곤한가 보다’ 하며 상대가 보낸 온갖 신호를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상대가 헤어지고 싶은데 착해서 말을 못 하는 거구나’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며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 근데 계속 잡으면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하길래 또 믿어버렸다. 이런 게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이별 통보를 받았다.


한동안은 정말 힘들었다. 이별의 이유를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고, 덕분에 나는 ‘사정이 생겼나? 혹시 아픈 건가?’ 하는 생각들로 하루를 보냈다. 친구들을 만나면 재밌었지만, 다시 혼자가 될 때면 공허함이 더 컸다. 그러다 일주일 정도 후에 상대의 새 연애 소식을 들었고, 모든 게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첫 이별을 보내고 혼자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연애는 같이하는 것인데, 정말 내 잘못은 없었을까?”

 

지금의 내가 보기엔, 내가 잘못한 것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내가 우선이 아니었다.

둘째, 이별을 생각하지 않았다.

셋째, 여유가 없었다.

넷째, 상대방의 행동보다 말을 믿었다.

마지막으로, 남자 친구 외에 집중할만한 것이 없었다.

     

지금과 다르게 무료한 일상은 남자친구만 바라보게 하였다. 절대 헤어질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었고 그러려면 내가 더 남자친구를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우리는, 저것을 반대로 하면 된다. 우선 내가 여유가 있어야 한다. 상대보다 나에게, 더 집중할 줄 알아야 하며, 취미를 가지고 내 일상이 소중한 것을 알아야 한다. 내 마음이 어떠한지 항상 생각하고, 말보다는 행동을 믿어야 하며, 상대방의 선 넘는 행동에는 헤어짐을 고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이 특별한 것 같지만, 아니다.


처음 해보는 것이니까 더 설레고, 처음 해본 이별이라 더 아픈 것이다. 어차피 얘 아니더라도 다른 연애를 할 수 있다. 아니 애초에 이 사람 없이도 잘 살았다. 


실제로 첫 남자친구는 3개월도 안되어 다시 연락이 왔다. 하지만 이미 나는 많은 생각에 대한 답을 내린 상태여서 나를 위한 이별을 말할 수 있었다(더 만나도 내가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솔직히 고맙다. 처음으로 나에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이었으니


그 후 몇 번의 연애를 거쳐 헤어질 때마다 복기하고, 계속 스스로 물어보며 “어떤 사람이랑 잘 맞고 마음이 편할까?”의 대답을 하다 보니,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고 현재 결혼 준비 중이다. 


처음은 다 미숙하다. 연애든, 사랑이든 감정표현이든 다. 

그러니 우선 마음껏 울고, 힘들어해라. 하지만 다 지나간다.


잊기 위해 다음 사람을 찾지 말고 내가 어떤 연애를 바라는지, 어떤 점을 잘못했고 잘했는지 묻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내가 보인다. 처음보다 더 나은 다음 연애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첫 이별을 받아들이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첫 이별에서 많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야 앞으로 더 깊은 연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어지고 너무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친구에게 자주 서운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