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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한 달 살기, 현지 학교에 다니다.

by 아름다움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단연 아이들 학교였다. 짧은 기간이지만 아이들이 현지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길 바랐다. 조금 더 욕심내자면 다양한 문화, 사람, 환경을 접하는 경험을 통해 확장된 시각을 갖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몇 주간 수많은 후기와 정보를 찾아보며, 한국의 여름방학 일정에 맞고, 단기 등록이 가능한 학교들을 찾아 나섰다.


추리고 추려 3곳이 남았고, 나의 최종 선택은 ABS(Ambassador Bilingual School).

ABS는 태국의 사립 바이링구얼(이중언어) 학교로,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학사 체계를 갖춘 곳이다. 교과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태국어와 중국어 수업도 병행된다. 단기로 등록했기에 영어 교육적으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언어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다국적 친구들과 태국의 교육과 문화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홈페이지에 기재된 연락처로 학사 일정과 등록 절차를 문의했는데, 담당자분의 답변이 굉장히 빨랐고 여러 가지 질문에도 친절했다. 한국 학생들의 등록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필요한 서류와 일정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안내해 주어 믿음이 갔다.



대략적인 계획은 이랬다.

국제학교 2주 + 스포츠 클럽 1주 + 각종 원데이 체험

아이들에게는 해외에서의 학교생활이 처음이라 나도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신경 쓰고 집중해서 관찰하게 되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무엇을 선택하든 장단점은 존재하고 완벽한 결정은 없다.

고심 끝에 선택한 이 학교도 그렇다.

하지만, 내가 한 달 살기를 준비하며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후기와 답변들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이 글이 누군가에게도 아이들의 학교를 선택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학교 등록 및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레벨테스트 관련]

입학 하루 전, 학교 담당자분과 OT 및 레벨테스트를 진행했다.

치앙마이에 도착하고 바로 다음 날이라 일정이 엄청 빡빡해 갈까 말까 했었는데 가기를 정말 잘했다. 담당 선생님과의 면담으로 학교와 수업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미리 학교 시설을 둘러본 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입학 전 사정이 있었는데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이들의 입학은 7월 셋째 주였고, 등록과 송금까지 3개월 전인 4월 초에 모두 완료해 둔 상태였다. 그렇게 스쿨링에 대한 부분은 마음을 푹 놓고 있다가 입학을 3주 앞둔 7월 초, 태국 이민국 정책 강화로 외국 학생들의 단기 스쿨링이 모두 취소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날벼락이었다. 아이들과의 치앙마이 한 달 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던 학교를, 이렇게 갑자기 못 다니게 된다니...!

사전에 아무런 노티스도 없었다.

부랴부랴 ABS 담당자에 문의를 했고 그 후 3일 동안 정말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최종 결과가 번복되기를 수차례.

결국, 최종의 최종의 최종의 결론은, 태국 이민국의 새 정책이 발표되기 전 등록한 학생들은 기존 일정대로 진행된다는 것이었는데... 정말 다행이었지만 그 사이 마음고생 엄청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 공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담당자에게 문의하면서, 아이들 수업이 취소될 때의 대안까지 계획해야 했기에... 훌쩍 늙어버린 기분이었다.







[교육 환경과 수업 분위기, 직접 보니 어땠을까?]

지금 돌아보면, 현지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입학하는 시스템이라 아이들에게 매우 생소하고 낯선 첫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행히 이런 단기 학생들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선생님들이라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대화를 시도해 주셨고, 정 안 될 때는 번역기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 실수를 해도 너그럽게 받아주는 분위기였던 듯하다. 반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고학년은 숙제와 테스트도 있어서 학습을 이어가기에도 좋은 구조이다.



* 첫째 아이 반 모습 및 학교 생활 (G6)




* 둘째 아이 반 모습 및 학교 생활 (G2)



ABS의 가장 큰 장점은

1. 태국 현지 학교생활 및 교육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2. 반마다 배정된 Homeroom Teacher가 세심하게 관리를 해주셨고,

3. 영어뿐만 아니라 태국어, 중국어 수업으로 새롭고 다양한 언어를 접할 수 있고,

4. 미술, 체육, 소풍 및 단기로 등록한 학생들도 다채로운 수업과 활동이 가능하며,

5. 학교 관련 이슈 발생 시, 입학 담당자 Neung 선생님의 빠른 일 처리

로 요약할 수 있겠다.



아이들도 첫날 스쿨버스 탈 때는 긴장했지만, 2일 차부터는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도 익히고, 쉬는 시간에 같이 매점도 가며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경험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적응해 준 같아 아이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장점일 수 있는데,

첫째네 반에는 한국 친구들이 많았는데 아이가 새 학교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주말에 따로 약속을 잡아 놀기도 했고 한국 와서도 또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것 같아 기특하고 감사하다.





[학교 시설과 생활환경 & 급식]

학교의 첫인상은 초록 초록하고 자연친화적인 모습이라 좋았다. 건물들이 엄청 신식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기능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느낌이었다. 부지가 넓어 아이들이 체육 활동하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건 교실마다 다른 것 같긴 한데, 둘째네 교실은 엄청 춥다고 해서 매일 얇은 바람막이를 매일 들고 다녔다.




* 급식

식단은 매일 라인(Line)으로 공지되었다. 첫째와 둘째 모두 골고루 잘 먹는 편인데 현지식이거나 모르는 음식이 나온 날은 밥이나 과일만 먹고 오기도 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매점에 가서 간식을 사 먹는 게 학교 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인 듯했다.






[이제부터는 단점]

물론, 단점도 있었다. 아무래도 단기 등록이라 그런지 적응 기간이 짧고, 커리큘럼 흐름을 완전히 따라가긴 어려웠다. 교과서가 없어서 친구랑 나눠봐야 한다든지... 사실 이런 건 다 감안하고 넘길 수 있는 부분이었고.


가장 큰 단점은, 스쿨버스 이슈였다.

첫날만 제시간에 도착했고, 둘째 날은 무려 46분을 기다렸다. 학교에서 미리 연락은 없었고, 담당자에 문의하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만 전달을 받았었다. 태국의 교통체증 십분 감안하더라도 46분은 꽤 오랜 시간이었고 담당자마다 말이 달라서 이 날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다음 날인 셋째 날과 넷째 날은 배차에 문제가 있어서 좌석이 모두 찼고 아이들이 앉을자리가 없어서 아이들 중 한 명은 차 바닥에 앉아서 가야 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다른 차에서도 이런 일들이 발생했다고 한다. 스쿨버스는 안전과 직결된 부분이라 컴플레인을 했고, 학교 측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하여 인지 후 사과를 했고, 배차 및 좌석 확보를 위해 그 후에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했다.


스쿨버스와 관련된 이슈가 몇 번이나 생겨서 굉장히 실망했지만, 각 담당자들이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져 이 부분은 고맙게 생각 중이다.







[총평, 계속 다니고 싶은가요?]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2주만 등록을 했었는데 아이들이 먼저 학교에 더 다니고 싶다고 하여 1주일을 더 연장했다. 그리하여 ABS는 총 3주를 다니고 수료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보다 더 긴 시간 학교에 있었는데도 즐겁게 생활한 것 같아 기뻤고 뿌듯했다. 물어보니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역시, 친구들과의 교류였다. 특히 첫째는 첫날 수학과 과학 수업의 질문들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매우 혼란스럽고 막막했었는데 한국인 친구가 많이 도와주었다고 한다. 친구들의 도움 덕분에 수업 시간에 이해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이를 토대로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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