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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러버(Lover)들의 천국

드디어 눈을 뜨다

by 아름다움
1일 1 망고
아이들의 버킷리스트


그리고 나는 새콤한 과일을 좋아한다. 아오리 사과와 자두, 그린 키위를 특히 좋아하고 자몽, 스위티, 레몬도 나의 취향이다. 디저트는 앙버터, 호두과자, 단팥소보루 같은 단 맛을 좋아하지만, 유독 과일만큼은 상큼하고 신 맛난 과일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단맛 나는 과일을 안 먹는 건 아니다. 샤인머스캣, 배, 멜론처럼 달콤한 과일들도 잘 먹는다. 다만, 망고는 왠지 내 취향이 아니었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으로 여행을 갔을 때도 사람들은 한가득 망고를 쌓아놓고 먹었지만, 나는 손이 가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여기서(동남아 호텔 조식에서 비싼 망고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데) 망고를 안 먹을 수 있어?’라며 놀라곤 했지만, 그 특유의 향과 맛이 내게는 잘 맞지 않았다.




아무튼, 취향은 다르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과일 러버(Lover)'다.

그리고 나는 해외에서 로컬 시장과 마트 가는 걸 가장 좋아한다. 대형 쇼핑몰이나 럭셔리한 백화점에 가도 지하 1층(식품관)이 가장 재미있고, 그곳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다. 영롱한 명품 주얼리를 보는 것만큼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 향긋하고 예쁜 과일들을 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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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과일들






아이들의 과일 사랑과 나의 시장 구경 취향이 겹쳐지는 지점, 그 교집합이 바로 치앙마이였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자주 간, 하루에 세 번도 갔던 나의 방앗간은 숙소 근처의 탑스(Tops) 마트였고, 치앙마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쇼핑몰인 센트럴 페스티벌에서도 나의 눈과 발을 사로잡은 곳은 바로 지하 1층에 위치한 탑스 푸드 홀(Tops Food Hall)이었다. 디스플레이도 어쩜 그렇게 예쁘게 해 놓았는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치앙마이에 도착하자마자 망고를 사러 갔었는데 망고를 파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일반 마트에서 파는 망고는 가격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싼 편이었다. 그러다 치앙마이에서 오래 거주했던 지인분과 숙소 직원분이 동시에 추천해 준 시장이 있었는데 '므엉마이 시장'이란 곳이었다.

므엉마이 시장은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치앙마이 최대 규모의 과일 도매시장으로 신선한 열대 과일과 채소, 해산물과 고기 등 다양한 식재료와 식료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3.3km, 거리도 가깝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느낌이 왔다.



완전! 우리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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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기대를 안고 시장을 요리조리 둘러보는데 망고가 안 보인다.

시장 상인분들께 여쭤보니 요즘 망고철이 아니라 별로 없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망고를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에서도 그린 망고는 많았지만 아이들이 사랑하는 샛노란 망고는 별로 없었다. 살짝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다른 과일들이 많으니... 두 손 가득 과일들을 사 왔다.

그중 40밧, 우리 돈으로 2,200원이었던 수박은 정말 달고 식감도 좋아 성공적이었다.

900_20250723_144739.jpg 40밧의 행복






며칠 뒤,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 므엉마이 시장을 다시 방문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시장길은 매우 혼잡했지만 현지 느낌도 물씬 나고 특유의 활기찬 느낌이 좋았다.


동생의 버킷리스트인 두리안부터 먹어보기로 했다.

태국에서 두리안은 '왕의 과일'로 불리는 만큼 태국인들에게는 특별하고 귀한 과일이라고 한다. 우리가 머물렀던 7~8월이 제철이라 므엉마이 시장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두리안을 볼 수 있었다. 십여 년 전 베트남에서 두리안을 먹어볼 기회가 있어 야심 차게 시도했었는데 내게는 무리였다. 코로 계속 치고 올라오는 특유의 향으로 맛을 느끼기 전에 이미 완전히 불호였다. 하지만 이번에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살 계획이라고 하니 지인들은 두리안을 꼭 먹어보라며 다시 먹어보면 다를 거란 이야기에 도전을 했다.

두리안 맛에 한번 빠지면 돌아올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궁금하기도 했다.

동생은 입 안에 퍼지는 달콤함과 진한 꼬소함이 환상적이라며 연신 감탄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신선한 두리안을 바로 썰어서 맛보니, 처음 먹었을 때보다는 훨씬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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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 맛보기를 완료하고, 다시 망고를 찾아 나섰다. 오늘은 꼭 사갈 수 있기를 바라며.

지난번보다는 망고가 보이긴 했지만 한국에서 보던 잡티 하나 없이 샛노란 망고가 아닌 과후숙된 바나나처럼 군데군데가 갈색 반점이 있는 망고들 뿐이었다.



Try Try!

작은 리어카에서 용과와 망고를 파시는 사장님이 지나가는 우리에게 시식을 권하셨다.

이곳의 망고도 껍질에 점박이가 있어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망설이는 우리에게 사장님은 망고 한 조각을 건넸고 동생이 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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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맛있어!"

생긴 것과 달리 과육이 엄청 쫀득하고 달콤하단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일단 2kg만 사 보았다.

다른 가게들을 둘러보았지만 비슷한 퀄리티의 망고들 뿐이었다. 추가로 구매한 수박과 배, 사과와 옥수수까지 양손 가득 안고 숙소에 도착했다. 아이들 줄 망고를 손질한 동생은 한 입만 먹어보라며 제일 맛있는 부분을 권했다.



1kg 20밧, 860원

망고 한 조각을 먹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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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하고 꼬득하고 향긋하고 캐러멜 같은 깊은 풍미의 단 맛까지 느껴졌다. 그동안 별로 안 좋아했던 망고 특유의 향도 없어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제껏 가지고 있던 망고에 대한 선입견을 한 번에 날려 준 망고였다.




더 사 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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