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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Sep 24. 2024

초콜릿에 담은 마음

  우리 집에는 간식데이가 있다. 목요일과 토요일이다. 하원하고 나면 마트에 가자고 하는 걸 매일 안 된다고 하기도 지치고, 그렇다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매일 과자를 사줄 수도 없는 노릇에 생긴 결과다. 옆집 엄마가 주 1회 간식데이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집에도 적용하기로 한 것. 매일 먹던 과자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려니 아이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요일을 고르게 하고 일주일에 두 번 간식데이를 만들었다. 조건은 토요일은 엄마가 간식 사 주는 날, 목요일은 아이들 용돈으로 과자를 사 먹는 날로 하기. 밥을 먹고 후식으로 과자를 자주 먹었던 터라 간식데이가 아닌 날에는 밥을 먹고 나서 요거트나 과일을 주기로 했다. 과자를 줄이는 건 너희들의 건강을 위한 거야,라는 말에 아이들도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수긍했다.


  시작은 늘 어렵다. 간식을 먹고 싶었지만(사실 나도 후식으로 단 것이 너무 당긴다) 아이들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잘 참아냈다. 마트에 가자고 했다가도 간식데이가 아니라는 말에 울상을 지으며 마트 대신 집으로 향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목요일, 아이들은 당당하게 외쳤다.

  "간식데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 앞 상가에 있는 마트로 향했다.



  울이와 꿍이의 간식을 구입하는 스타일은 다르다.

  아홉 살 울이는 합리적이다. 자기 용돈을 쓰는 목요일에는 이것저것 둘러본 후 양도 적당하고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 먹어보지 않았지만 맛있어 보이는 것을 잘 골라낸다. 엄마가 사주는 토요일에는 값이 비싸면서 양도 많은, 평소에 사지 못했던 과자를 고른다.

  일곱 살 꿍이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눈에 끌리는 맛있는 것이면 된다. 주로 킨더조이를 고른다. 달걀 모양에 반은 장난감, 반은 초콜릿이 들어있어 재미와 맛을 다 잡을 수 있는 달콤한 초콜릿이 제일인가 보다.


  고민 끝에 오늘의 간식이 결정됐다. 언니는 아이셔 소다맛 캐러멜. 동생은 킨더조이 사각형 초콜릿이다. 계산을 하자마자 서둘러 포장을 뜯더니 서로에게 사이좋게 하나씩 권한다. 언니에게는 아이셔가 10개 넘게 들어 있는데 동생 초콜릿은 4개뿐이다. 꿍이는 하나는 언니, 하나는 자기, 하나는 엄마에게 주더니 남은 하나를 상자 속에 그대로 남겨 두었다. 다 먹고 나서 다음에 또 먹으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아이가 문득 말했다.

  하나 남은 건 아빠 거야.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을 다 먹으려고 하지 않고, 다음 주 주말에나 볼 아빠를 생각하고 남겨두다니. 아이의 따스한 생각에 엄마 마음이 말랑해졌다. 아이 아빠가 멀리서 일하고 있지만 꿍이의 마음을 안다면 힘이 불끈 나겠다 싶어서 얼른 남편에게 톡으로 소식을 전해주었다.


  동생은 자신 몫의 초콜릿을 홀라당 먹어버렸는데 언니에게는 아직 아이셔가 많이 남아 있다. 꿍이는 부러운 듯 언니를 보더니, 하나 남은 초콜릿을 만지작거린다.

  한 개 남은 거 그냥 먹을까. 아니야, 아빠 거잖아. 그런데 먹고 싶다.

  꿍이가 중얼중얼,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려고 애를 쓴다. 초콜릿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냥 먹어도 돼. 아빠가 이해해 주실 거야.라고 말할까 하다가 그대로 지켜보았다. 초콜릿의 유혹에 망설이며 고민하는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 귀여웠다.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그래도 우리의 꿍이는 초콜릿을 먹을까 말까를 계속 중얼거리며 유혹을 부단히 물리쳤다.



  저녁 시간, 아이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씻으러 갔다. 그 사이에 모종의 밀담이 오갔던 모양이다. 언니 울이가 동생의 초콜릿을 나눠먹자고 꼬드겼고, 꿍이는 언니 말에 응했다. 힘겹게 먹고 싶은 마음을 이겨냈지만 언니의 말에는 마지못한 척 넘어갔다. 달콤하고 살살 녹는 유혹을 지금껏 버텨낸 것만 해도 대단하다 싶어, 아이들에게 잘 먹었다고 말했다.


  한 달에 두 번밖에 보지 못하는 아빠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아빠가 계속 자리하고 있나 보다. 귀염둥이들의 마음에 엄마는 감동을 받고 고마워진다.


  울이야, 꿍이야. 다음에 엄마 초콜릿도 이렇게 남겨 둘 거지?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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