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란 '하고 싶은 일을 현재 할 수 있는 사람'이다. - 유수진, "부자 언니 부자 특강" 중에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기분 좋게 일어난 적이 언제였더라. 요즘 읽고 있는 책 "파도치는 인생에서 다시 길을 찾는 법"에서는 인생의 목적이 있다면 눈을 떴을 때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 문장을 읽은 후로 나의 아침을 생각해 봤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침대에 누워 포근하고 까슬한 얇은 이불에 휩싸였을 때다. 하루가 마무리되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오늘 하루도 다 끝났다, 푹 쉬는 것만 남았다, 는 생각이 마음을 노곤하고 편안하게 만든다. 베개에 머리를 대면 금방 잠이 드는 편이라 이 기분을 오래 즐기지는 못하지만, 하루 중 잠들기 직전이 참 좋다. 그러다 새벽 혹은 아침이면, 절로 미간에 주름이 지고 인상이 찌푸려진다. 또 시작이야? 오늘이 또 시작되었군. 뭐부터 해야 하나. 할 일 목록으로 가득 채워진 다이어리를 떠올리며 한숨을 쉰다. 끝낸 일을 하나씩 지워가는 것도 재미가 없다. 쫓기듯 하나씩 처리해 나가는 것이 지겹기만 하다.
그런데 어떻게 아침에 기분 좋게 눈을 뜰 수 있냐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웃으면서 아침에 일어날까, 설레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으면서도 내심 그렇게 일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바쁜 아침을 보내고 둘째까지 등원을 한 후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뭐가 이렇게 재미가 없지. 사는 게 왜 이렇게 지겨울까. 뭔가 재밌고 신나는 일은 없을까. 생각하면서도 복에 겨웠군, 배가 불렀군 불렀어. 평범하고 무탈한 일상에 감사할 줄 알아야지. 마음 한쪽에서는 나를 가르치려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르치려는 나'와 '재미를 찾고 싶은 나'가 대화를 나눈다.
아, 뭔가 재밌고 신났으면 좋겠는데.
원래 사는 건 재미 없는 거야. 대체 뭐가 재밌는 건데?
음... 음... 그게 뭘까?
생각이 막혔다. 재밌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좋아하는 게 잘 생각이 안 났다. 김미경 작가님의 책에서 자신은 하루 안에 하고 싶은 일을 빼곡하게 집어넣는다고 했다. 하루하루가 알차고 의미 있도록. 내 하루는 어땠더라. 등교 등원 준비, 청소와 설거지, 일주일에 몇 번은 빨래. 틈틈이 책을 읽고 글쓰기.
그러고 보니 해야 하는 일 말고 하고 싶고 기대되는 일이 별로 없다. 혼자 카페 가서 책 읽기, 흥미진진한 소설 읽기, 공연 보러 가기처럼 좋아하는 일을 많이 최대한 가득 찾아놔야겠다. 하루에 몇 개씩 넣어둘 수 있도록.
오늘은 등원 후 빵집에 갔다. 진한 초코빵과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나에게 지금 하고 싶은 일은 아침의 여유 즐기기니까.
화분에 물을 주고 하루에 몇 분씩 잘 자라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처럼, 내 하루와 시간도 괜찮은지 잘 자라고 있는지 보살피고 싶다. 마르고 시든 잎을 떼어내듯 울적한 마음을 조금씩 비워내고, 활기차고 경쾌한 내가 될 수 있도록 가꾸어 봐야지. 입꼬리가 슬그머니 위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