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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Nov 01. 2024

아웃풋의 시작

24년 10월에는

  시간이 흐른다. 나뭇잎들이 어느새 노랗고 빨간빛을 띠는가 싶더니 바람에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름이 지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찬바람에 몸이 움츠러들고 두터운 옷을 찾게 된다. 연둣빛 여린 잎이 초록으로 단단해지고 어느새 가지를 떠나는 동안, 나에게도 자그마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봐야 겨우 눈치챌 수 있을 만한, 나만 알 수 있는 달라짐이지만 멈추지 않고 조금씩, 읽고 쓰고 했던 것들이 영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구나 안도한다.




  시월에는 해 보고 싶은 것을 시도했다. 상황이 쉽지 않아 금세 포기했던 것들에 용기를 냈다. 체험해 보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먼저 카약, 보트 타기. 근처에 체험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고민이 됐다. 서툰 운전 실력에 목적지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을까? 핑계와 변명거리는 그때를 놓칠세라 나를 붙잡는다. 퍼스널 컬러 진단 강의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버스를 타고 40분 가까이 이동한 후, 강의를 듣고 부랴부랴 하교 시간에 맞춰서 와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듣고 싶었던 작가님의 강연은 아이 하교 시간이랑 겹쳤다. 해 보고 싶은 것들이 여러 개, 가지 못하는 이유도 여러 개. 신포도를 떠올리며 가지 않는 쪽으로 합리화를 하던 참에, 황지혜 작가님의 "호비클럽으로 오세요"가 생각났다. 원하는 게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후회 없이 해 보라는 것. 일단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후련해졌고 편안해졌고 기뻤다. 카약 체험은 비가 오는 바람에 행사일이 바뀌어서 남편 휴무일에 맞춰졌고, 덕분에 운전하지 않고 편하게 조수석에 앉아서 이동했다. 퍼스널 컬러 진단 강의는 나에게 어울리는 색과 스타일을 알 수 있어서 바쁘게 움직인 보람을 느끼기 충분했다. 작가님의 강연 시간에는 아이에게 집 앞 도서관에서 두 시간 동안 책을 읽고 있으라고 말해두었다. 안 된다고 생각하기 전에 일단 해보려고 하기 그리고 어떻게 방법을 찾을 건지 생각해 본다는 어느 작가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시월에는 걱정과 불안을 덜어내려고 노력했다. 걱정거리가 많았다. 깃털만큼 가벼운 것에서부터 몇 날 며칠 가슴을 꽉 누르는 무거운 것들까지.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놈의 걱정은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책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속에 담긴 인생 선배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걱정해 봤자 달라지는 게 없으니 할 일을 해라. 걱정이 하나 생기면 걱정을 붙잡고 부피를 키우기에 여념이 없던 나였는데, 일부러 다른 것에 집중을 하니 아주 조금 마음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게 될까' 하던 마음이 '그게 되네'로 바뀌었다. "아티스트 웨이"에서 본 모닝페이지 쓰기도 좋은 방법이었다. 생각이 나는 대로 이것저것 쓰다 보면 걱정이 비워지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시월에는 루틴을 다시 만들어가고 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자고 마음먹고 잠들었어도 다음 날 새벽이면 알람을 끄고 잠들기 일쑤였다. 컨디션에 맞춰 너무 피곤하지 않게 일어나는 시간을 조정했다. 동기 작가님들과 새벽에 필사를 하고 글쓰기를 하면서 약한 의지에 힘을 더했다. 덕분에 시월에는 새벽 루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센지 다시 깨닫는다.


새벽 기상 포스팅


  시월에는 아주 조금 다정하고 평온해졌다. "성장할 수 있는 용기"에서 배운 대로 화가 날 때마다 심호흡을 했다. 청소해 둔 거실이 너저분해졌을 때, 등교 준비로 마음이 바쁠 때, 아이들이 서로 다툴 때, 숨을 천천히 쉬고 내뱉으며 마음을 다스린다.

  오늘 엄마 화 한 번도 안 냈어, 울이가 말했다. 그동안 얼마나 화를 많이 내 왔던 것인지.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그럼에도 오늘은 화를 안 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노력하고 있으니까 점점 더 나아지고 좋아지겠지. 아이들도 엄마가 감정을 조절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생겼었다. 읽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는데 열심히 읽는 게 도움이 될까. 지금은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속의 문장들이 하나둘 쌓이고 겹쳐지고 의미를 만든다는 것을.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반짝 하고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내어준다는 것을. 

  

  한달을 열 번 돌아보며 깨달았다. 실망하고 아쉬운 순간도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앞으로 성큼 나섰다가, 힘이 들어 주춤하고 쉬기도 했다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한 발짝 나아가기도 하는 거다. 보일락 말락 작은 노력일지언정 어쨌든 어제보다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으니 그거면 됐다. 잘하고 있다. 쑥스럽고 머쓱하지만 나에게 칭찬을 듬뿍 하면서 올해의 남은 두 달, 새롭게 다가올 시간을 보내고 싶다.  



*10월 결산

- 이달의 책:
 황지혜, "호비클럽으로 오세요" -> 취미의 발견, 삶을 소중히 대하는 방법들

- 이달의 문장:
 다행히도 우리는 온 인생을 단번에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한 번에 하루를 살면 된다.
(앤절린 밀러,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중)

- 이달의 음악:
 '솜과 사탕(안녕하신가영)' -> 상큼하고 아련하고 고운 음색에 빠져든다.

- 이달의 공연/전시/영화/드라마/행사:
꿍이 유치원 가족 숲체험

- 이달의 여행지:
여행을 가지 못했지만 단지 앞 산책로를 자주 걸었다.

- 이달의 소비: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시간이 좋았다.

- 이달의 음식:
아이를 위해 등갈비찜을 만들었다. 요리를 너무 싫어하지만 그래도 이건 할 만했다.

- 이달의 새로움:
 퍼스널컬러 진단. 여름 쿨 라이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분홍색이 어울린다는 것도. 어둡고 진한 색은 이제 그만. 자주 입었던 검정 색도 이제 가끔 입어야겠다.



* 10월을 돌아보고, 11월을 계획하는 질문들

1. 24년 나의 목표는?
  - 꾸준히 읽고 쓰면서 평온한 내가 된다.

2. 10월은 (아웃풋이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3. 지난 한 달간 내가 잘한 것은?
 - 새벽 루틴을 실천했다. 마지막 주에는 기상 시간을 앞당겨 5시에 일어났다.
 - 5분 저널, 모닝페이지 25개를 작성했다.
 - 감사일기를 31일 완주했다.
 - 하고 싶은 것을 일단 시도했다. (강연 듣기, 퍼스널 컬러 진단, 혼자 카페 가기 등)
 - 자기 전 아이에게 영어 책 1권, 한글 책 1권씩 읽어주고 있다.
 - 새벽 줌 모임을 시작했다.
 - "어린 왕자" 필사를 시작했다.
 - 등원 후 바로 집에 오지 않고 단지 주위를 한 바퀴 걸었다.

4. 지난 한 달간 아쉬운 부분은?
 -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다. 엄마 눈치를 보는 모습에 속상했다.
   엄마부터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경청하기,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기, 내 기분을 파악하기, 화가 날 때 심호흡하기)
 - 글쓰기에 소홀해졌다.
   ( -> 매일 10분 글쓰기를 시작하자.)
 - 인스타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
   ( -> 책 리뷰 게시물을 올려야겠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간단하게 하나씩 남겨야겠다.)
 - 운동이 부족했다.
   ( ->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뭘까?)

5. 10월에 배우고 성장한 것은?
 - 걱정거리가 생겼을 때 모닝페이지를 쓰거나 할 일을 하면서 걱정의 부피를 키우지 않았다.
 - 9월보다 책을 조금 더 많이 읽었다.

6. 내게 기쁨과 만족을 주었던 것은?
 - 카약 타기와 보트 체험을 고민하다가 신청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했고, 나도 재미있어서 좋았다.

7. 다가올 한 달은 어떻게 살아보고 싶은가?
 - 4:40 기상, 새벽 루틴 습관 유지하기(명상, 스트레칭, 포스팅, 독서, 필사, 글쓰기)
 - 매일 글쓰기 15분 습관을 만들겠다.
 - 인스타그램 주 2회 업로드를 하고 싶다.
 - 가볍고 다정하고 평온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만족하면서 지내고 싶다.
 
(질문 출처: 벨류비스 컴퍼니)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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