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쓰이는 일이 생기면 푹 자고 일어난 뒤에도 불편하고 찜찜한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간밤에 아이에게 소리를 질러댄 날이면 더욱 그렇다. 아이들은 엄마의 야단을 다 잊고 푹 잠이 들었을 텐데, 엄마는 잠든 아이들을 보며 안쓰럽고 미안해진다. 어젯밤 일곱 살 아이가 써준 편지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 마음이 찌르르 울렸다.
눈을 무섭게 뜨고 아이를 혼내놓고서는 며칠이 지나면 아이가 뭘 잘못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사소한 실수에도 왜 그렇게 소리를 질렀을까. 불같이 화를 내놓고는 자기 마음이 가라앉고 나면 슬그머니 아이 옆으로 가서 놀라고 속상했을 마음을 토닥여준다.
꿍이야,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많이 놀랐지?
으응.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었는데, 엄마가 너무 화를 냈어.
아니야, 엄마. 내가 잘못했어. 죄송해요.
아이는 언제나 엄마의 사과를 잘 받아준다. 화내고 사과하는 것, 이제 그만하고 싶다. 언제쯤 감정 조절이 가능한 어른이 되려나. 머쓱하고 부끄럽다.
오늘도 꿍이는 엄마에게 혼나고 눈물을 찔끔 흘렸다. 엄마는 마음이 가라앉자 또 미안해졌다. 꿍이에게 다가가 사과를 하고 안아주고서 저녁 뒷정리를 하러 갔다. 꿍이가 갑자기 바빠졌다. 거실에서 방으로 언니를 찾아다녔다.
언니, '괜' 자 어떻게 써? '괜' 자 말이야.
언니가 연필을 잡고 동생에게 글자를 써주는 것 같다. 둘이서 속닥속닥 뭔가를 하는 모양이다. 잠시 후 꿍이가 설거지를 하는 나에게 다가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다. 모르는 글자를 물어서 열심히 써왔다. 정성 어린 편지에 엄마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엄마 나한테 화내서 미안하지? 나는 괜찮아...'
'괜찮아' 옆의 말줄임표가 사실은 꿍이가 괜찮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엄마가 속상할까 봐 안심시켜 주려는 것 같기도 했다. 꿍이의 고운 마음에 엄마는 다시 다짐을 한다.
꿍이야, 울이야. 엄마가 진짜 오늘은 한껏 다정해져 볼게.
이 다짐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다행이 오늘 아침에는 여러 번 심호흡을 하며 위기를 넘겼다. 체력이 떨어져 피곤함이 엄습하는 저녁이 제일 위험하다. 밤에 침대에 누우면, 오늘은 다정하고 포근한 엄마였다고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