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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Apr 06. 2024

감사일기_24.04.06 토요일

 올 해는 개화시기가 늦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서울은 아직 꽃이 피지 않았었는데, 창원에 출장을 간 남편이 남쪽 꽃사진과 영상을 보내주었었다. 사진 속 꽃을 보고, 남편의 마음이 감사해서, 며칠을 계속 들여다보았었다. 그리고 드디어 서울에도 만개했다.

 근래에는 우울했다. 항암 치료를 마쳤다는 홀가분함이 큰데, 마음 한켠은 두렵고, 걱정되는 시간이 있었다. 애통하는 마음으로 기도의 시간을 가졌는데, 주님은 말씀으로 위로를 건네주신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디모데후서 1장 7절- 아멘.


 아침 일찍 석촌 호수 벚꽃 나들이를 다녀왔다. 

두리번거리는 어느 아주머니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본인 손을 잡아 줄 수 있냐고 물으셨다.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계신 모습이, 몸 한쪽이 불편하신 듯해 보이셨지만.

워낙 이상한 세상인지라 순간 무섭기도 하고 선뜻 손을 내밀지는 못하고, 왜 그러시냐고 물었다.

본인이 계단 한 칸 정도 오르셨다가, 이도 저도 못 움직이겠다고 붙잡고 내려달라고 하셨다.

그제야 손을 내밀어 잡아드렸고 그 계단 한 칸을 내려오시고는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셨다. 

한 가지 부탁해도 되냐며 벚꽃 사진 찍어 달라고 폰을 머뭇머뭇 내미신다. 본인을 찍어 달라 하시는 알았는데 꽃사진만 찍어달라시며, 친구분들이 제주도에 봄꽃 보러 가신 게 부럽다고 자기도 꽃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나오셨다고. 한 손으로 사진 찍기가 어렵다고 도와달라셨다.

"그런데 여기가 제주도 보다 좋아요!" 하고는 대신 남편이 이 꽃 저 꽃 여러 장 찍어 드리고 호수 건너편 벚꽃 사진까지 야무지게 남겨 드렸다. 너무 고맙다고 건강하고 받으시라는 그분의 인사를 들으며 마음이 찡했다. 저도 아파봤다고. 어떤 마음으로 꽃구경 나오셨는지 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건네본다.

그 많은 사람 중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해 주셔서 감사, 도울 수 있었음에 감사.

그리고 봄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 진심으로 가까운 석촌호수가 제주도 보다 좋았음에 감사!

나의 모든 것 오늘도 살아계신 주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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