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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돌이 번역가 Dec 12. 2023

베트남 뜻밖의 한류 3

일본에서 개발했지만 베트남에서는 한국 과일이라며 유행하는 이것은?


외국에서 한국 음식이 유행한다고 하면 일단 김치와 불고기가 떠오른다. 마찬가지로 한류 가수라고 하면 아이돌이나 싸이 정도가 생각난다. 하지만 막상 하노이에서 유행하는 한국 문화는 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심지어 일본에서 개발된 것도 있었다. 하노이에서 만난 뜻밖의 한류 세 가지를 소개한다.



십원빵


하노이 서호변의 십원빵 광고 간판. 메뉴를 잘 보면 이 집에서는 십원빵 외에도 떡볶이, 타코야키 등 여러 외국 간식을 판다.


하노이에 처음 도착해 길을 걷다가 뭔가 특이한 빵이 그려진 입간판을 목격했다. 동그란 빵 그림과 함께 쓰여 있는 이름은 Bánh 10 won, 즉 십원빵이었다. 뜻밖이라고 생각하며 지나쳤는데 그런 입간판이 두세 블록마다 하나씩 있었다.


알고 보니 베트남에서 십원빵이 크게 유행해 줄을 서서 살 정도라고 한다. 한국 사람인 나도 안 먹어 본 십원빵을 베트남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먹고 있다니! 하노이에서 한 달을 지내면서 체감하기로는 십원빵을 파는 집이 베트남의 대중적인 간식인 바나나빵(Bánh chuối)이나 튀김빵(Bánh rán) 가게만큼이나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사 먹는 사람을 본 적은 없으니 아마 대형 쇼핑몰이나 번화가에서 많이 팔리는 모양이다.


가격은 삼만 동에서 사만 동 정도다.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천오백 원에서 이천 원이니 큰 돈이 아니지만, 비슷한 길거리 간식인 바나나빵이나 옥수수빵 등이 하나에 만 동 내외라는 걸 생각하면 십원빵은 꽤 비싼 간식인 셈이다. 치즈가 들어서일까? 그런데 귀국한 뒤 한국에서는 십원빵 하나에 삼천 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베트남에서 먹어 볼 걸!



샤인머스캣


하노이 낌마 거리의 과일 가게. 샤인머스캣 사진과 한국 국기 그림이 들어간 광고 족자를 걸어 놓았다. 한쪽에는 한글로 영천 포도 세계 최고라는 문구도 쓰여 있다.


하노이에는 과일 가게가 많다. 내가 많이 다니는 동네 기준으로는 편의점보다 과일 가게가 더 많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과일 가게마다 어김없이 걸려 있는 것이 샤인머스캣을 판다는 광고 포스터였다. 포스터에는 반드시 한국 국기 그림이나 한국(Hàn Quốc)이라는 글씨가 들어가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다가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베트남에서 한국 과일이라며 유행하는 샤인머스캣은 사실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이라는 것. 하지만 샤인머스캣을 개발한 일본 측에서 품종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로열티 없이 재배하여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 어쨌든 한국에서 유행해서 한국에서 많이 재배한 샤인머스캣이 베트남으로 수출된 것이니 개발국과 상관없이 한류는 맞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하리원


길에서 만난 베트남 사람이 하리원 얘기를 하다가 내가 못 알아들으니 답답해하며 설명한 기록.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한국인이 하리원을 모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것 같다.


저녁에 호숫가를 걷다가 길가 좌판에서 술을 마시던 아저씨들이 말을 걸어서 합석한 적이 있다. 말이 거의 안 통해서 거의 번역기를 통해 대화했는데,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한 명이 자신은 한국을 아주 좋아한다며 하리원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번역기에도 그냥 하리원이라고 나와서 그 사람이 한국을 좋아한 나머지 스스로 하리원이라는 한국어 이름을 지은 줄만 알았다.


알고 보니 하리원은 베트남에서 아주 유명한 한국 출신 가수의 이름이었다. 나는 음악을 많이 안 들어서 잘 몰랐는데, 최근 한국에서도 신곡을 냈다고 한다. 아마 내게 하리원 얘기를 한 사람은 한국인인 내가 인기가 대단한 한국인 가수 하리원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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