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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 씨 Apr 19. 2024

세상에서 제일 쉬운 나물요리

첫 번째 전체 요리입니다.

오랜만에 장을 봐왔다.

내가 장 봐온 건 1380원 1킬로 무, 4500원 세척당근 1킬로, 1500원 세발나물, 1300원 콩나물, 얼갈이 대략 3000원? 그리고 20개 내외로 든 표고버섯을 샀다.

(가격이 기억이 안 나서 대충 쓰겠습니다.)


그리고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냉장고에 3일 정도 묵혀 놨다가 드디어 꺼냈다.

꺼내자마자 콩나물, 버섯나물, 무생채, 호박나물, 겉절이, 세발나물 총 7개의 반찬을 했다.


지금 까지 봐오고 여러 레시피를 공부해본 결과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나만의 레시피 법칙이 생겼다.


나만의 노하우 첫 번째.


음식, 식재료, 건자재 등 모든 입에 들어가는 것들을 다 먹어본다. 음식이라는 것은 눈으로 맛보고 코로 느끼며 입으로 음미하고 귀로 식감을 듣는 아주 복합적인 행위를 전달해주는 매개체이다.


그렇지만 맛은 어떻게 보는가? 눈으로만 보면 이게 어떤 맛인지 대충 감이 안 잡힌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쉽게 접하는 설탕, 소금은 단순히 짜고 달기 때문에 우리가 기억하기가 쉽다. 그렇지만 멸치액젓, 새우젓, 트러플 오일 등 향이 되게 쌔면서도 특이한 친구들은 한가지 재료에서 다양한 맛이나며 그 재료마다 개성이 있다.

멸치 액젓은 비릿하지만 짜고 끝맛엔 고소함이 진하게 남고, 새우젓 또한 비린맛이 살짝 남고 고소함이 남는다. 트러플 오일 또한 그 원재료는 진한 버섯향이 남고 고소하지만 다른 음식과 만나면 새로운 맛을 낸다. 시중에 파는 고추장을 예를 들면, 그 각각의 고추장 브랜드 마다 맛이 다르다. 어떤 고추장은 적당히 맵고 짜며 어떤 고추장은 텁텁하고 맵긴 하나 끝맛이 쓰다. 그리고 나물류는 어떤가? 채소류는 또 어떤가, 그 각각의 재료마다 향이 다 다르고 특징이 있다.

그래서 요리를 하려면 양념이나 재료들은 다 입으로 맛보고 기억해야 한다. 마치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책들을 많이 읽는 것처럼.

자고로 우리나라 요리 명인들은 원재료를 하나 맛보고 음미하면서 식감, 맛, 향 등등 이 원재료를 곧바로 분석하고 그에 어울리는 양념을 바로 찾는다.

그렇다고 배 터지게 먹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똑같은 음식을 계속 입에 넣으면 그만큼 그 음식에 대해 미각이 둔해지기 때문에 기억하기는 힘들다.(무한리필집 가면 우리가 음식이 물리는 이유다.)

그래서 결론은 요리란 계속 접해봐야 된다. 즉 경험이란 뜻이다. 맛집을 가서 이맛 저 맛 다 느껴보고 왜 이 집 돈가스에는 등심을 안 쓰고 지방이 삼겹살처럼 껴있는 돈가스를 쓰는지,  이 집에는 왜 이것저것 안 넣고 살짝만 무치는지 계속 먹어보고 탐구하고 적용시켜 봐야 된다.


첫 번째 노하우는 여기까지 적어두고

두 번째는 다음에 요리하게 되면 적어두겠다.


그리고 레시피의 법칙이 생겼는데


내가 만든 반찬의 레시피로 예를 들면


세발나물

세발나물 (200g) 이 친구는 처음 써봤는데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바로 빼야 한다. 너무 데치면 물러지더라..


고춧가루 2큰술(30g) 고춧가루는 더 들어가면 뻑뻑해지고 덜 들어가면 색감이 안 산다.


식초 3큰술(45g) 식초는 신맛이 나며 여기서 오차범위로 더 들어가면 신맛이 곧바로 강해지는 친구라 넣을 때 조심해야 한다.


설탕 1큰술(15g), 매실액 2큰술(30g)

매실액과 설탕이 되게 중요하다.

매실액(상큼함)이 식초(신맛)와 마늘(감칠맛)과 합쳐져 샐러드드레싱과 같은 상큼함을 올려주지만(이것은 맛의 상승효과라고 불리기도 한다. 매실액+식초) 단맛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생겨 이 단점을 설탕이 보완해준다


참기름 1작은술(5g)

이 참기름이란 친구도 되게 빠져선 안 되는 친구인데

참기름을 고소한 맛에 먹는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만 이 레시피에선 틀렸다. 그래도 고소한 맛을 원하고 싶으면 그냥 기름장에 찍어먹으면 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참기름의 용도는 살짝의 고소한 맛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참기름의 유분기를 이 재료 하나하나 한가닥 한가닥에 골고루 묻혀 2프로 부족한 식감을 살려주는 아주 듬직한 서포터와 비슷한 친구다.


통깨 1큰술(15g)

참기름과 딸려오는 자매품

통깨로 말하자면 아까 매실액의 단맛을 설탕이란 친구가 보조해 주듯이 이 친구도 재료 사이사이에 침투하여 참기름의 고소함을 톡톡 터트려 주는 친구이다.


음.. 레시피 하나 가지곤 법칙이 보이지 않을 것이니

하나 더 써보겠다


무나물

무 (1kg)

이 친구는 신게 하게도 사계절 내내 재배되는 독특한 친구인데 10월에서 12월 차가워지는 시기쯤에 시원하고 달콤한 맛을 낸다. 참고로 햇빛을 받는 초록색 부분이 당분이 많으며 흰색으로 갈수록 시원한 맛이 난다. 국이나 나물로 다재다능하게 쓰인다.


마늘 3큰술(45g)

이 친구는 곱게 다질수록 양념과 잘 어우러져 감칠맛을 극대화시킨다.( 반대로 알갱이가 보일 정도로 다지면 양념에 잘 안 섞여 따로 논다. 그냥 믹서기나 블랜더에 갈면 편하다) 감칠맛을 모르는 분께 설명하자면 설탕이 그냥 단맛이라면 설탕과 곱게 갈린 마늘을 먹으면  달라붙는 단맛이 난다.


식초 3큰술(45g) 새콤한 맛

+

설탕 3큰술(45g) 달콤한 맛

=새콤달콤


액젓 2큰술(30g)

이 녀석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무생채와는 안 어울린다. 시원하고 단맛이 나는 무를 김치처럼 젓갈향이 나게 담가버리면 백김치나 동치미에다 참치액을 때려 박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므로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맛소금 2꼬집(3g) 짠맛 보충

고춧가루 4큰술(60g) 무생채 옷 입히기


두 개의 레시피를 대조해서 보면 각재료마다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다. 나도 이런 식으로 재료 공부를 하며 법칙이 생겼는데

그 법칙은 양(g)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요리를 하면 그람수나 몇 큰 술 정도 숫자에 집착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면 할수록 더 원하는 맛을 못 낸다. 그냥 과감하게 넣고 망쳐도 보고 다 태워먹고 버려도 된다. 요리도 다행히 이런 과정들이 빅데이터가 되어 나중에 큰 효과를 불러온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요리할 때는 과감하게 해야 한다. 과감하게 넣고(그렇다고 무모하게 넣으라는 건 아니다.) 과감하게 버리고 해야 식재료의 이해가 확 와닿는다. 과감하게 태우고 과감하게 해 봐야 고기요리도 쉬워진다. 요리는 실패지점을 찍으면 찍을수록 그게 계속 떨어지진 않는다. 더욱 견고해지고 단단해질 뿐이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겁먹지 말고 요리 과감하게 시작하자.


참고로 내가 처음 끓인 라면도 한강라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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