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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Sep 19. 2024

아르바이트

품고 있는 날개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폭풍 같던 첫 중간고사가 끝나고 

토론토에서 같이 살던 동생이 배리에 놀러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리딩윅을 배리에서 보내고 싶다고 했다.

오래간만에 한국친구가 놀러 온다니 기뻐서 설렜다.

맛있는 한국음식도 먹고 한국말로 신나게 떠들어야지.


동생은 일주일을 보낼 수 있는 여행가방을 가지고 버스정류장에 나타났다.

우리는 집에 가서 대충 짐정리를 끝내고 배리를 구경했다.

토론토와는 다른 환경에 동생도 즐거워했다.

우리는 집 근처에 도서관에 갔다가 과자를 먹고 싶다는 동생은 편의점을 찾았다.

이런 곳에 편의점이 있다니. 

처음 보는 편의점이었다.


우리는 간식거리를 계산하러 카운터에 갔다.

편의점은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었다.

계산을 하며 나는 컬리지를 다니고 있다고, 혹시 아르바이트생 필요하지는 않은지 여쭤보았고

아저씨는 마침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었다며 나에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신이 나서 일을 구하고 있다고 말하자

아저씨는 여권 복사본과 한국에서는 어디에서 살았는지, 

부모님은 무엇을 하시는지 등 내용을 적어서 가져오라고 했다.

동생과 나는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집에 왔다.

우리는 즐겁게 회포를 풀고 하룻밤이 지났다.

추운 배리에서 하룻밤을 보낸 동생은 감기에 심하게 걸렸고 남은 일주일 내내 아프다 토론토에 돌아갔다.

배리는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며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도망치듯 떠났다.


나는 편의점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에서 어디에 살았는지 

지금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 등 간략하게 작성하고 여권 앞부분을 복사해서 찾아갔다.

아저씨는 내 이력서를 대충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밥 한번 먹자고 했다.

나에게 차 있냐고 물어보더니 차가 없다고 하자 그럼 본인 차로 멀리 나가서 밥을 먹자고 했다.


뭔가 찝찝하다.


다음날 나는 학교에 가서 아는 남동생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며 

편의점 아저씨가 자꾸 밥을 먹자고 하는데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다.

남동생은 바쁘다며 싫다고 했다.

나는 이 아저씨가 뭔가 찝찝해서 혼자 나가기 무섭다고 말했고

남동생은 그럼 거기에서 일하지 말라고 했다.

너는 돈도 많고 영어도 잘하니 나의 간절함을 모른다고 구박했고

남동생은 본인은 바빠서 못 가니 알아서 하라고 매몰차게 거절했다.


편의점 아저씨는 몇 번 더 문자로 

부인이 언제 일하니 부인 일하는 시간에 멀리 나가서 밥을 먹자고 연락했고

나는 학교일정이 바빠서 밥 먹을 시간은 없고 

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대답이 없었다.


며칠을 기다리다 편의점에 찾아갔다.

아르바이트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냐고 물어보자 아저씨는 정색하며 아르바이트생은 필요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준 이력서와 여권복사본을 돌려달라고 했더니 그건 이미 오래전에 버렸다며

마치 나를 날파리를 내쫓는 거처럼 가라고 했다.


내 정보는 팔릴대로 다 팔리고 

일자리도 못 구하고.

정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

찝찝한 사람은 끝까지 찝찝하다.

큰 일 피했다는 것 만으로 감사하자.


아직도 캐나다에는 유학생을 상대로 성희롱 및 성추행이 많이 일어난다.

그것도 한인업주들이, 한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가족도 연고도 없는 타국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약자인 유학생은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용하는 것이다.


본인의 비자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다면 일하지 말자.

법을 어기면 약자는 더 보호받을 수 없다.

차라리 한국에서 돈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오자.

워킹홀리데이로 오는 학생들이 최소한의 돈만 가지고 온다.

캐나다에서 돈은 벌면 된다고.

시간과 돈에 쫓기다 보면 초심을 잃고 한국커뮤니티로 들어가게 된다.


잊지 말자!

1. 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면 불법으로 일하지 말자.

2. 한인업주, 한국 커뮤니티 일자리보다는 캐나다 회사나 가게에서 일하자.


외국에서는 항상 한국인을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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