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고 있는 날개
캐나다의, 특히 배리의 가을은 사진에 나오는 풍경들 속에 마치 내가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나무들의 푸른 잎들은 노랗게, 빨갛게 그리고 주황색으로
형형 색색 물들어가고
하늘은 푸르고 푸르렀다.
가끔 보이는 구름은 하얗고 푹신해 보여서 당장 높은 하늘로 뛰어들고 싶었다.
그러면 푹신한 하얀 구름에 온몸이 파묻혀서 부드러움에 발을 동동 굴리고 싶을 것이다.
햇살은 뜨겁고, 바람은 선선하다.
이렇게 날이 좋은 늦여름부터 가을은 학교에 걸어 다녔다.
산책도 할 겸, 예쁜 동네도 구경하고 가끔 마주치는 동네 주민들과
마치 원래 친구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며 날씨 이야기도 하고
나도 이제 제법 캐나다 사람이 된 것처럼 영어를 즐기며 캐나다를 좋아하게 되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40분 정도 걸렸다.
버스를 타면 30분 정도 걸리니 나쁘지 않았다.
한 계절을 지나자 나도 점점 학교생활에 적응해 갔다.
어느 날, 학교 계정 이메일로 테리폭스런 이벤트의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이메일이 왔다.
여기서 잠깐!
테리폭스 런이란?
테리폭스란 사람의 이름으로 캐나다의 운동선수이다.
테리는 캐나다 위니펙에서 태어나 성장한 운동선수였다.
만 18세이던 어느 날, 다리에 골육종이 발병하여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병원에 있는 동안 암을 선고받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암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테리는
의족을 착용하고 캐나다를 횡단하며 암 치료 기금을 마련하기로한다.
하지만 그의 암이 폐까지 전이되며
5,373km를 달린 시점에서 포기해야 했다.
그는 22세에 사망했지만
이런 그의 의지를 이어나가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매년 캐나다에서 9월 셋째 주 즈음에 테리 폭스 런(Terry Fox Run)을한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을 뛰고
일반 사람들은 이벤트가 진행되는 곳에 지원하며 도네이션도 하고 달리기도 하는 이벤트이다.
나는 솔직히 이 때는 무슨 봉사활동인지 모르고
그냥 하루만 참여하는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지원해 보았다.
캐나다의 학교 생활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대외활동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나중에 Co-op이나 직정을 구할 때에도 성적보다는 봉사활동이나 대외활동이 중요한데
나 같은 외국인은 이런 외부활동 경험이 신용을 말해주는 중요한 보증이 된다.
봉사활동 경험도 쌓을 겸, 새로운 친구도 사귀어볼 겸, 영어도 사용해 볼 겸,
그리고 한국인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봉사활동에 지원했다.
며칠 후 봉사활동이 시작되기 전 사전미팅이 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학교 내의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었고,
무료로 피자도 나눠준다는 이메일에
어서 미팅 있는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나 같은 가난한 유학생에겐 공짜음식을 제공한다는 곳은 천국이었다.
미팅이 열린다는 강의시레 가보니 제법 많은 지원자들이 와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메이카친구 J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한 후 전투적으로 피자를 먹었다.
테리폭스런 마라톤이 열리는 곳은 캐나다 군부대 중 한 곳으로
학교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갈 것이라고 했다.
1년에 한 번만 진행되는 봉사활동으로
토요일 오전 6시에 학교에서 출발할 예정이니 모두 늦지 않게 오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봉사활동 당일 날 나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