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심한 우울, 주요우울장애
"공부도 상위권이었는데 점점 그냥 멍청해져가요. 그림 재능이나 체형에 있던 자신감이 사라지면서 의존할 게 이제는 공부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퇴화된다고요. 사라졌다고요. 어른들이 꿈이 뭐녜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요.
나는 춤도 못추고, 노래도 못부르고, 성격도 이기적이고, 그림도 못그리고, 마르고 똑똑하지도 않은데. 너무 우울해요"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서나, 학업의 스테레스, 자신의 재능, 외모 등등에 의해 콤플렉스를 느끼기도 하며 그로인해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감에 빠진다. 만약 이러한 우울감이 오랜기간 지속되어 심각한 부적응을 나타내는 경우, 우울장애로 진단 될 수 있다.
우울장애의 하위 유형 중 주요우울장애는 가장 심한 증세를 나타내는 우울장애이다. 우울한 기분이 주된 증상으로 일상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흥미가 없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 수정판](DSM-5-TR)에서는 주요우울장애를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1) 하루 중 대부분,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을 슬픔이나 공허함을 느끼고 나 타인에게도 관찰되며,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는 과민한 기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 거의 모든 일상, 하루 중 대부분 지속되는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 움이 뚜렷하게 감소하였다.
(3) 체중조절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미 있는 체중의 감소나 체중의 증가가 나타나며 식욕이 감소하거나 증가한다.
(4) 불면 또는 과다수면이 거의 매일 나타난다.
(5) 다른 사람에게서도 관찰이 가능한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이 거의 매일 나타난다.
(6) 피로감과 활력의 상실이 거의 매일 나타난다.
(7)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을 거의 매일 느낀다.
(8) 사고력과 집중력의 감소, 우유 부단함이 거의 매일 나타난다.
(9) 죽음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생각한다. 구체적이거나 계획 없는 반복된 자살 사고, 구체적인 자살 계획, 자살시도를 한다.
출처: DSM-5-TR
조증(비장성적인 고양된 감정)이나 경조증(경미한 조증) 삽화의 과거력 없이 위와 같은 증상들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영역에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이 있다면 주요 우울장애로 진단된다. ‘삽화’란 정상범위를 넘어선 증상이 특정기간 동안 확연하게 나타난 것을 의미한다.
주요우울장애의 특징으로는 우울한 기분을 주된 증상으로 하나, 다양한 심리적 문제가 동반된다. 고통스러운 정서 상태 이를테면 우울감, 슬픔, 좌절감, 죄책감, 고독감, 무가치감, 허무감 등이 지속된다. 우울감이 휩싸이면 눈물을 흘리며 울며, 심각할 경우에는 무표정하고 무감각한 정서 상태를 나타낸다.
우울장애를 겪는 청소년의 경우에는 분노감, 짜증스러운 감정을 나타낸다. 우울감에 사로잡히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데, 이로 인해 자신을 무능하고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자기비하를 일삼고 타인을 비롯한 외부 세상을 적대적이며 냉혹한 것으로 여긴다.
또한 미래가 절망적으로 보인다. 불면증상이 있는대서 수면유도제를 처방받기도 하며, 반대로 과도한 수면을 취하기도 한다. 밤낮이 바뀌는 수면 교란이 일어난다. 인지능력이 손상되었다거나 쉽게 산만해지고 기억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기억력과 관련한 문제들은 충분히 완화된다.
프로이트는 우울장애를 분노가 무의식적으로 자기에게 향한 현상이라고 보았다. 사랑한 대상을 무의식적으로 상실한 것에 대한 반응이 우울장애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사랑한 대상의 상실은 실제 일어났거나, 상상이거나, 상징적이다.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 경험은 마치 신체의 일부가 상실되어버린 슬픔과 자신을 떠나간 것에 대한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분노를 향할 대상은 이미 없고 분노의 감정은 도덕적 억압을 통해 무의식으로 잠복하여 그 에너지가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향한 억압된 분노감은 자기비난과 자기 책망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자기가치감의 손상과 자아기능을 약화시켜 우울장애로 발전하게 된다.
우울증의 귀인이론(attributional theory of depression)에 의하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두 가지 반응(내적-외적)을 하게 된다. 귀인은 쉽게 말해 ‘결과의 원인을 ~으로 돌린다’라는 것이다. 내적 귀인은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다. 그다음은 외적 귀인으로 외부 상황 때문인가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울장애에 취약되는 이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 내적 귀인을 한다.
이를테면 애인과 헤어졌을 때, “내가 조금만 더 잘해줬다면, 내가 돈이 많았다면, 내가.. ”이러한 반응들은 자존감에 손상을 주어 우울감을 높인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 자기 책망이 자존감의 상처를 주어 우울장애로 발전한다. 성격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내적 귀인을 할 때에 문제의 원인을 성격으로 본다면 부정적 결과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에 장기간 무력감에 빠져들 수 있다.
아론 벡(Aaron T. Beck)이 제시한 인지이론이 현재 우울장애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그의 인지이론을 살펴보면 우울장애는 일차적으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에 의한다. 그는 자각할 수 있지만 자각할 수 없을 만큼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듯이 마치 의식이 없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흘러가는 사고과정을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s)’라 하였다. 우울한 이들의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를 살펴보면 [자기자신, 자신의 미래, 주변 환경]으로 나누어지며, 이러한 세 가지 주제로 일어나는 독특한 사고 패턴을 ‘인지 삼제(cognitive triad)’라 한다.
이를 살펴보면 첫째, 자기 자신에 대해 “나는 별로다, 무능하다, 무가치하다” 등의 부정적 생각을 갖는다. 둘째,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갖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의 미래는 암울하다” 와 같은 생각이다. 마지막 주변 환경에 대한 부정적 생각으로 “나를 이해해 줄 사람 아무도 없다. 다들 너무 무심하다” 등의 부정적 생각을 통해 다른 사람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고 사회적 고립감에 빠지게 된다.
우울증은 시간경과에 따라 자발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으나, 증상이 심할 경우 자살로 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진단과 치료를 빨리 받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로는 항우울제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의 병합치료가 이루어지며, 항우울제 약물이 듣지 않을 경우, 2차 전략으로 전기경련요법이 시행되기도 한다.
심리치료로는 인지치료가 효과적인데, 내담자의 인지적 왜곡(인지오류)을 찾아 교정하여 비합리적 신념에서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신념과 사고를 유도한다.
우울은 심리적 독감으로서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왜 내게 우울이 찾아왔냐"라며 괴로워하고 아무에게도 말 못할 고민들로 속이 곪아 터질 때까지 자신을 그대로 방치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에게 털어 놓는 것 만으로도 감정이 해소가 될 수 있다.
또는 누군가에 털어놓을 수 없다면, 자신의 감정을 종이에 적어 놓는 작업 만으로도 해소가 될 수 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자신을 향한 자기 비하, 무가치감의 생각은 차단하여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차단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우울로 빠질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당신의 삶 속에서 자유로운 날개짓을 통해 행복한 미래를 거머쥐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