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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 쓰는 마음 Oct 21. 2024

#7 우리 동네 글쓰기

- 우리 동네 가을풍경

글 쓰는 동지 여러분,


이번엔 원데이로 진행했던 주제입니다.


주제 선정을 두고 고민이 좀 됐는데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라 글쓰기란 어떤 것인지 찍먹하고 싶은 분들이 가볍게 쓸 수 있는 주제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서전의 한 대목 쓰기'라는 주제를 생각했어요. 누구라도 자기 얘기는 할 수 있으니까요. 한 대목이라고 하면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 사건, 시기 등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갈 수 있고요.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너무 무겁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누구나 자기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아무한테나 하고 싶지는 않을 수도 있겠죠. 제 수업에서는 보통 글을 쓰기 전 다같이 브레인스토밍하는 시간을 가지는데요. 이때 최대한 서로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한 사람이 상처 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연약한 내면을 드러내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용기를 주거든요. 이렇게 솔직한 얘기로 시작하면 이어지는 글도 진솔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서전은 원데이에서 다루기에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에 삽니다'로 주제를 변경했습니다. **에 각자 살고 계신 동네를 넣으면 돼요. 서울에 삽니다, 부산에 삽니다 등등으로요.


브레인스토밍을 전개하기 위한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왜 여기 살고 있는지.

여기 산지 얼마나 됐는지.

여기 살기를 선택했다면 어떤 이유로?

이 동네의 좋은 점과 나쁜 점.

여기 살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은?

이 동네와 다른 동네를 비교한다면?

이 동네를 배경으로 한 나의 일상/직업/취미생활


장소로 시작했지만 여기 오기까지의 여정을 담을 수도 있고, 장소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여기서 살아가는 나로 돌아갈 수도 있어서 융통성 있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


제가 쓴 예시작도 공유합니다.


우리 동네 가을풍경


가을볕이 따사로운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산책에 나선다. 사계절 파란 하늘이지만 오늘은 더 높고 아득하다. 하얀 구름은 버터나이프로 펴 바른 듯이 얇게 하늘을 덮었다.


집 뒤에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천지에 마른풀 냄새가 자욱하다. 어쩐지 그리운 마음이 든다. 어릴 적 시골에서도 이 비슷한 냄새를 맡은 것 같다. 모든 것이 바삭바삭 말라가면서 풀과 나무, 하다못해 벤치에 칠한 페인트에서도 고슬고슬 마른 냄새가 풍긴다. 무심코 손을 들어 뺨을 만져본다. 아침에 바른 꾸덕한 크림이 내 얼굴까지 마르지는 않게 지켜주기를 고대하며.


잔디 언덕을 다 오르면 오른쪽으로 동네가 내려다보인다. 눈 닿는 곳마다 활엽수림이 단풍 들어 고운 자태를 뽐낸다. 아직 버티고 있는 초록 옆에 노랗게 물든 이파리들, 못 이기고 화르르 붉어진 주황색까지. 제각각인 여럿이 한데 모이니까 심심할 틈도 없이 빼곡하게 아름답다.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단풍 위로 햇살이 떨어지면서 바람이 불자, 나뭇잎들이 반짝반짝 흔들리며 가을의 노래를 부른다. 절로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게 되는 풍경. 내 마음이 아직 메마르지 않았음에 안도한다.


활엽수림 뒤로 집들이 있고, 그 뒤로 다시 나무들이 있고, 그 뒤로는 황금빛 벌판 같은 숲이 널따랗게 펼쳐졌고, 그 너머는 하늘이다. 세상 참 아름답고,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생도 아름답다는 실감이 든다.


다시 길 따라 걷다 보면 저 멀리 침엽수림이 보인다. 송죽의 절개는 엄동설한에야 안다고 했던가. 하지만 겨울이 오기 전부터도 소나무 군단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흔들림 없이 우뚝 선 모양새, 어둡고 짙은 녹색의 장막, 빛줄기도 못 뚫고 들어갈 것처럼 촘촘한 바늘잎들. 암만 가을이라도 까딱하지 않는 나무들을 보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도 있구나 싶어 안심이 된다. 이어 그들마저 연둣빛으로 새순을 틔울 이듬해 봄을 생각하면 슬그머니 웃게 된다.


겨울. 눈이 내리고 쌓여 모든 색깔을 묻고 소리마저 삼키는 정적이 오기 전, 마지막 축제. 지금은 가을의 끝자락을 즐길 시간이다. 풍성하고 화려한 계절의 치맛자락이 온 세상을 사락사락 스치면 나는 두 손 가득 치마폭을 움켜쥐고, 빙그르르 몸에 감아본다. 외출 준비를 마친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어린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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