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반의 이방인
"새벽반 친구들은 고개를 드세요..."
동기 작가님 중에 새벽을 열어주는 분이 계시다. 분명 카톡의 텍스트인데, 들어본 적 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기분 좋게 들리는 듯 하다. 하루도 빠짐 없이 주말도 예외 없이 늘 한결같다.
링크를 누르고 구글밑에 접속한다. 이미 부지런한 몇 분이 계시다. 얼굴도 보이지 않고, 말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분명 거기에 있다. 같은 공간은 아니지만, 시간을 같이 한다는 것 만으로도 든든하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만하면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충분하다. 새벽 잠을 이기고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 애쓰고 있다.
오롯한 나만의 새벽시간. 쌓여있는 톡방의 말풍선도 보고, 브런치도 보고, 때로는 브런치 강의를 듣는다.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과제를 해야하는데 브런치 글을 읽다 보면 시간이 순삭이다. 귀하고 짧은 새벽 시간 바쁘다 바빠. 살아있다는 기분이 생생하게 드는 시간. 나만을 위한 길지 않은 이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한 요즘이다.
원래부터 새벽반 친구는 아니었다.
하루 종일 뭘 했는지도 모르게 종종대고 나면 나를 위한 시간은 없었다. 책도 읽고 싶고, 앞날을 계획도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 투성이였다. 혼자만의 시간 확보가 필요했다. 우선 밤시간을 공략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리라. 계획은 단순했다. 함께 누워 자는 척을 하다 아이들이 잠들면 슬그머니 방을 나온다. 현실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던가? 분명 자는 '척'하고 있었는데, 눈을 뜨면 아침이었다. 하. 아침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의지와 다르게 아이들을 재우다 먼저 잠들기 일쑤였다. 밤시간 공략은 이렇게 실패로 끝났다.
올빼미형 인간은 안되는건가? 이참에 아침형인간, 그거 해봐? 밤시간 공략이 실패로 끝났으니, 이젠 새벽시간을 공략해 볼 차례다. 브런치 프로젝트 전부터 새벽에 일어나려는 도전은 계속 하고 있었다. 도전만. 자기전에는 뭐든 다 해내고야 말 듯 의지가 활활 타오르지만, 그 불꽃은 자는 동안 다 타버리고 온데간데없다. 알람을 끄고, 혹여나 잠이 깰세라 최선을 다해 잠을 이어간다. 반복 설정 해 놓은 알람을 끄고, 또 끄며 달콤한 잠을 누린다. 새벽잠의 승. 일어나면서 부터 루저가 된 기분이다. 수면 시간이 짧지 않았는데 잔 거 같지도 않고 피곤이 그렁그렁하다. 이런 식으로 쥐똥만큼 더 자 봤자 훨씬 더 피곤하다. 알면서도 매일 습관처럼 반복했다. 이럴꺼면 그냥 마음 편히 푹 잘 것을. 이렇게 새벽시간 공략도 실패로 끝날 뻔 했다.
브런치 프로젝트 과정 중에 일요새벽글쓰기가 6시에 있다. 그래 이거다. 다시 새벽시간을 만나보자. 함께의 힘이었을까? 몇 번의 알람에도 고수하던 잠을 이기고, 첫 날 부터 성공적으로 참여했다. 몇 글자 끄적이지 못해도 자그마한 성취감에 일요일 아침을 뿌듯하게 시작했다.
온화한 목소리로 새벽을 열어주는 그녀 덕분에 평일의 새벽기상도 이어간다. 새벽반을 열어주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말로 표현 하기 어렵다. 혼자하면 지속하기 힘들었을텐데, 함께 하는 새벽반 친구들 덕에 비교적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때로는 일어나지 못하는 날도 있고, 어느 날은 어둠속에서 이방인이 나타날 때도 있지만.
'다다다다'
그가 달려온다. 흐느끼며 문을 빼꼼히 연다. 열리는 문이 조심스럽다. 자다 깬 막내의 옆에 엄마가 없자, 어둠을 뚫고 달려 온 것이다. 환한 방. 양손으로 부신 눈을 가리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채.
"내가 일하지 말랬지?"
노트북 끌 새도 없이 아이를 번쩍 안고 서둘러 방으로 가 함께 눕는다. 그의 애착인 엄마의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만지며 막내가 잠들고, 나도 잠들기 일쑤다. 새벽 6시 전후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
어느날 저녁. 새벽에 그 방에 가지 말라는 막내의 말에.
"엄마가 일해야 우리 보물이 장난감도 사주고, 젤리도 사주지."
"엄마 일하지마! 형아들 아이언맨 저금통에 돈 많아! 그러니까 엄마 일하지마!"
콩알만 한 녀석이 호통을 친다. 달콤한 유혹이 될 만한 온갖 이유를 대며 설득을 하려 해도 넘어올 생각이 전혀 없다. 4살 밖에 안 된 쪼그만 녀석이 틈을 주지 않는다 .
"그래. 엄마 새벽에 일 안할께."
본인이 원하던 대답을 받아내더니 내 품을 파고들어와 폭 안긴다. 이렇게 내가 지고 대화가 끝났다.
오늘도 어김 없이 그가 달려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새벽에 일어난다.
P.S. 애정하는 해내내 작가님과 새벽반 친구들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