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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May 14. 2024

<나무의 일 년 - 꼭 알아야 할 나무의 기본 원리>

2024년 나무학교 학습일지

4월 14일 일요일 저녁 8시, 토종과일나무학교 인터넷 온라인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그런데 8시가 되어서야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급히 구글의 화상 회의 앱인 미팅을 켜고 수업방에 들어갑니다. 8시 1분입니다. 이제 막 수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세상이 정말 좋아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무리 먼 곳의 수업이라도 1분이면 온라인을 통해서 참가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지니 너무도 편리합니다. 인생 말년에 이런 세상을 접하니 참으로 아쉽습니다. 시간은 없는데 좋은 공부 모임이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오늘 강의는 <나무의 일 년 - 꼭 알아야 할 나무의 기본 원리 3>으로 강사는 장영란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수목생리학>(이경준, 서울대출판문화원, 1993)이라는 책을 참고하여 강의를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다음은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정리한 것입니다.


과일 나무는 보통 입춘이 지나고 우수인 2월 19일경에 수액 이동이 시작합니다. 줄기와 가지들 사이에서 액체의 이동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 때 수액 이동은 뿌리에서 올라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겨우내 줄기에 저장하였던 수액이 가지로 이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춘분(3월 20일) 무렵부터 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나무마다 꽃과 잎이 돋는 순서는 다릅니다. 사과나무와 배 나무는 잎이 먼저 나고 꽃이 핍니다. 그런데 오얏, 복숭아, 앵두, 살구, 매화 등은 가지에서 꽃부터 먼저 나옵니다. 어렴풋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명을 들으니 사과나무와 배 나무가 다른 나무들과 다른 점을 분명히 알겠습니다. 그리고 복숭아, 앵두, 살구가 서로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꽃을 피우고 난 뒤에 나무는 뿌리 성장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나무를 옮겨 심으려면 뿌리가 자라기 전인 3월 안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저는 나무를 아무 때나 옮겨 심었는데 잘못했습니다. 나무 이식도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무는 또 한여름에는 뿌리 활동이 잠시 멈추었다가 가을 늦게 뿌리 성장을 다시 시작한다고 합니다. 키 크는 것도 일 년 내내하는 것이 아니고, 여름을 지나면서 키 크는 것을 멈추고 부피 성장을 합니다. 어느 때는 키만 크다가 어느 때는 몸무게만 느는 것이 마치 사람과도 같습니다. 


나무는 기온에 둔감한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민감합니다. 아열대 식물은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면 얼어 죽고, 온대식물은 영하 22도가 5일 이상 지속되면 동해를 입는다고 합니다. 저는 백일홍(배롱나무)을 좋아해서 묘목을 자꾸 사다가 심는데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백일홍이 겨울을 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온도에 그렇게 민감하다는 사실은 몰랐습니다. 백일홍은 영하 15도 날씨가 3일 이상 지속되면 죽는다고 하니 늦가을에 가지를 감싸놓고 잊어버릴 것이 아니라 온도가 15도 이하로 떨어지는지 잘 체크해서 추가적인 보온 처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영상 5도가 되면 냉이 등 겨울을 나는 저온 식물이 생육을 시작하고, 10도가 되면 온대 식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수액을 올리기 시작하고, 17도가 되면 농사를 지을 수 있고, 18도가 되면 고추냉이와 같은 저온 식물은 생리장애를 얻고, 40도가 넘어가면 농사짓기가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사실 여름에 30도만 넘어도 상추나 고추는 성장을 멈춥니다. 적도 지역은 온도가 높으니 농사가 잘 될 것 같은데 이것을 보면 오히려 온대지방이 농사에 유리한 것 같습니다. 기후변동이 심한 요즘 잘 기억해 둬야겠습니다. 


생식 성장과 영양 성장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생식성장은 꽃 피고 열매를 맺는 등 자손을 남기기 위한 성장이고, 영양 성장은 나무 자신의 부피가 커지는 성장입니다. 나무를 관리할 때는 이런 변화도 유심히 관찰을 해야 합니다. 과일나무는 특히 생식 성장을 잘 지켜봐야 합니다. 핵과류는 가지를 45도에서 90도 정도 사이로 눕혀두면 영양 생장을 그치고 생식 생장을 하여 꽃이 나고 열매를 맺습니다. 그냥 놔두면 영양 생장만 해서 키만 커질 뿐입니다. 


감, 대추, 포도, 머루, 다래, 무화과는 금년에 나온 새 가지에 꽃이 피고 거기에 열매가 달립니다. 그런데 작년에 생긴 가지에 꽃이 피고 열매가 나는 나무가 있습니다. 복숭아, 오얏, 살구, 앵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나무들은 꽃부터 피는 과일나무들입니다. 가을에 열매를 맺는 사과, 배, 모과나무는 4, 5월 경에 재작년 가지에 서 꽃이 핍니다. 6, 7월의 여름이 되면 작년에 생긴 가지에서 꽃눈이 형성됩니다. 이 꽃눈은 내년에 꽃이 핍니다. 이러한 규칙을 알지 못하면 과일을 잘 얻어먹을 수 없습니다. 특히 가지치기 할 때 조심해야겠습니다. 이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내년에는 어디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을 지 잘 예상을 하면서 가지를 쳐야겠지요.


가지치기는 나무가 꽃을 피우는 시기를 봐서 바로 그 직전에 합니다. 매화나무는 2월 초까지 하고, 그다음은 살구나무, 앵두나무, 그다음은 오얏나무, 사과나무순으로 가지치기를 하며 3월 중순 경에 마칩니다. 3월 중하순의 춘분 무렵에는 나무에 물이 오르고 눈이 트기 시작합니다. 새 싹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이때에 순집기를 합니다. 쓸데없는 순, 즉 눈을 손으로 떼어내는 것입니다. 어떤 순은 계속 자라게 되면 도장지가 되는데, 이 가지가 계속 자라면 주변의 열매를 맺는 가지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잘라주거나 유인을 해서 좋은 가지로 만듭니다. 도장지(徒長枝)란 지나치게 자란 가지를 말합니다. 수형을 잡아 주고, 삽목과 접목을 하는 것도 이 시기에 합니다. 이것을 보면 2, 3월은 나무 관리에 매우 중요한 시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과일나무 꽃이 피고 난 뒤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열매솎기를 해줍니다. 이때 필요하면 병해충 방지를 위해서 봉지 씌우기도 합니다. 가끔 시골 길을 가다보면 과일나무에 봉지를 씌워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게되었습니다. 벌레 피해를 막고 빗물이나 햇빛으로 부터 과일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매화, 오얏, 복숭아, 사과, 배나무순으로 꽃이 피니 잘 봐서 순서대로 열매를 솎아 줍니다. 버린 열매는 나무 밑에 두지 않고 멀리 버리거나 땅에 묻어둡니다. 나무에 벌레가 달려들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름에는 나무 주변의 김매기를 자주 해주고 장마에 대비하여 배수로 점검을 합니다. 나무 밑에서 자라는 공생식물도 잘 관리하여 잡초를 이겨내도록 해줍니다. 제 밭은 유독 덩굴식물이 많은데 관리를 소홀이 하여 묘목을 감싸 결국 죽게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여름에도 나무관리는 할 일이 많습니다. 하지 무렵이 되어, 매실이 익은 뒤에는 열매를 따고 나서 가지치기를 해줍니다. 다른 과일나무도 열매를 딴 뒤에는 도장지 관리와 가지치기를 해줍니다. 가을이 지나고 입동이 될 때까지 거름을 줍니다. 이때 주는 거름을 감사거름이라고 합니다. 과일을 안겨주었으니 이제 쉬면서 영양보충을 하라는 것입니다. 이때는 1년 치의 퇴비를 주도록 합니다. 그리고 늦가을에 비가 온 뒤에는 유기물로 멀칭(위를 덮음)을 해주어 겨울 동안 수분을 잘 보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나무는 겨울을 지나면서 동해를 입거나 가뭄으로 말라죽기 쉬우므로 특히 수분관리를 잘해주도록 합니다.  수분이 잘 유지되면 겨울 한파에도 나무가 잘 견딘다고 합니다. 그리고 겨울 추위에 약한 나무는 짚이나 비닐, 부직포 등으로 줄기와 가지 부분을 감싸줍니다. 뿌리 부분에는 나뭇잎이나 풀, 볏짚 혹은 나무껍질이나 가지 등으로 겨울 옷을 입혀줍니다. 농한기인 겨울이 되면 만사가 귀찮아져 자연에 맡겨버리는 데 나무 관리는 겨울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되는 것이 참 쉽지 않습니다. 


겨울에 한가할 때는 또 나무 관리 목록을 정리하고 데이터화하여 체계적으로 나무 관리를 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그렇게 해야 과일나무를 가꾸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손이 가는 대로만 관리하다가는 발전이 없겠지요. 장영란 선생님은 또 둥그렇게 24 절기표 그림을 그려서 절기별로 자신이 키우는 과일나무가 1년 동안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손길이 필요한지 적어놓고 하나하나 체크를 하면서 나무 관리를 해보라고 권장합니다. 과일나무는 심어 놓기만 하면 저절로 열매가 맺는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쉬운 일이 없습니다. 오늘 중요한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참고: 장영란 선생님의 이날 강의는 다음 카페 <토종과일나무 살리기>사이트에 동영상이 있습니다.

https://cafe.daum.net/nativetrees/t1P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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