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의 마지막날 아침, 6시 알람이 울립니다. 꾸물대다 보니 보니 벌써 30분. 벌떡 일어나 아침을 먹습니다. 먹으나 마나 한 분량이지만 배를 조금 채우니 전투력이 생깁니다. 오랜만의 마라톤입니다. 거의 두 달을 쉬었습니다. 한여름이라 이렇다 할 대회도 없고 너무도 무더우니 겸사겸사 쉬었습니다. 아직도 더위가 가시지 않고 있어, 오늘 어떻게 뛸지 걱정이 앞섭니다.
가방은 놔두고, 혹시 모르니 휴대폰은 챙깁니다. 그리고 반바지, 반소매 차림으로 폭염에 뛸 준비를 합니다. 장소를 다시 확인합니다. 집결 장소는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출발시간은 9시. 그런데 대회코스를 보니, 5km는 '(걷기)'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오잉? 다시 확인합니다. 5km 마라톤이 아니라, 5km 걷기 대회였네요. 10km 뛰는 사람들만 마라톤입니다. 신청할 때 잘 봤어야 하는데, 몰랐습니다.
오랜만에 각오를 했는데, 마라톤을 뛰지 못한 것이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쨌거나 이 무더운 여름날 무리할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잘됐습니다. 이 대회의 정식 명칭은 '제10회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어울림 마라톤대회'. 서울특별시 장애인체육회가 주최하고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이 후원했습니다.
집을 나서면서 시계를 보니 7시 10분입니다. 아침 기온은 23도. 시원한 가을 날씨입니다. 이 정도만 돼도 좋을 텐데 낮시간이 되면 또 뜨거워지겠지요. 5호선을 타고 천호역에서 8호선으로 갈아탑니다. 8호선은 자주 이용하는 전철이 아니라 생소한데 가락시장, 모란역 가는 노선입니다. 강동구청역을 지나 몽촌토성 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천호역은 풍납토성이고 이곳은 몽촌토성. 오늘은 백제 초기 왕궁터에서 산보를 합니다. 8시 20분, 역에서 내려서 바깥으로 나오니 바로 동쪽으로 세계평화의 문이 커다랗게 두 팔을 벌리고 맞이합니다.
평화의 문을 지나 평화의 광장으로 들어갑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맡길 가방은 없고 집에서부터 달리기 복장으로 나왔으니 물품보관소를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배번호를 받아서 가슴에 달고, 물을 나눠주는 데로 가서 물을 몇 차례 얻어 마신 뒤, 사람들 구경을 나섭니다.
안내하는 사람에게 오늘 참가자 수를 물어보니 5km는 400명 정도, 전체 2천 명 정도라고 합니다. 다른 안내원은 모두 3천 명이라고 합니다. 참가자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광장 안이 가득 찼습니다. 초등학생과 어린아이들도 여기저기 많이 보입니다. 10여 명이 함께 몰려다니는 것을 보면 엄마들이 함께 온 모양입니다. 외국인들도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20명은 본 것 같습니다. 가족과 함께 온 외국인들도 있습니다. 동양의 외국인들은 겉으로 봐서 잘 모르니 여기서 말하는 외국인들은 모두 서양인들 입니다. (나중에, 서양인들이 유독 많았던 이유를 알았습니다. 주한독일 상공회의소가 행사에 적극 참여했다고 합니다. 참고: 도른 에밀리, <독일여자가 한국에서 고작 5km 마라톤을 뛰고 울컥한 이유>, https://www.youtube.com/watch?v=SAe4U4qndbc)
연단 쪽에서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체조를 하기도 하고, 누구누구의 인사말이 있고, 이러저러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체조를 할 때는 같이 몸을 풀었습니다. 스트레칭을 하고 좌우로 몸을 흔들고 팔다리를 쭉 펴니 더위에 늘어진 온몸에 긴장감이 생깁니다.
소녀시대 가수 최수영 씨가 왔다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연단으로 몰려듭니다. 저도 좋아하는 가수 얼굴을 보려고 부리나케 연단으로 달려 나가 셔터를 누릅니다. 요즘 배우 활동을 하는지 배우라고 소개합니다. 이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차례 참석을 했다고 합니다.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서 보고 실물로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입니다. TV 화면에서 볼 때는 키도 크고 몸매도 풍성하고 복스러운 모습이었는데 실물은 얼굴도 조그맣고 몸매도 가냘픕니다. 같은 소속사 직원들도 10여 명이 함께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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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링크에 있습니다.
> 5km 마라톤 9번째- 시각장애인과 함께한 어울림마라톤
임태홍의 5km 마라톤 이야기
< 5km 제1부 시작편 >
0. 마라톤을 시작해 볼까?
1. 태어나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2. 생애 두 번째, 5km 마라톤을 뛰었습니다
3. 새해 첫날, 세 번째로 뛰는 5km 마라톤
4. 네 번째로 뛰는 5km 마라톤
5. 5km 마라톤 다섯 번째로 뜁니다
6. 5km 마라톤, 여섯 번째 참가기
< 5km 제2부 졸업편 >
7. 5km 마라톤, 7번째 뜁니다
8. 8번째 5Km 마라톤 참가기 – 온에어런 서울마라톤
9. 5km 마라톤 9번째- 시각장애인과 함께한 어울림마라톤
10.10번째 5km 마라톤 참가기 -올림픽공원의 가을
11. 5km 마라톤 11번째, 가을날 안양천 사랑밭 기부런
12. 5km 마라톤 12번째, 이제 졸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