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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 May 07. 2024

괴도 엠마

도전 동화 쓰기

루나는 악명 높은 새엄마와 살았다. 물론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소녀의 새엄마가 그런 사람인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루나의 아빠가 친엄마와 이혼 후, 아빠는 파란 눈의 새엄마 엠마와 또 한 번의 결혼식을 올렸다. 새엄마와의 첫 만남은 겉모습도 언어도 모든 게 다 낯설었다. 짙은 쌍꺼풀의 이국적인 눈은 미소를 짓자 밤하늘의 초승달처럼 가늘어졌다. 루나의 눈높이에 맞춰 엠마는 무릎을 구부린 채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 루나. 만나서 반가워. 나는 엠마라고 해."

"안녕하세요. 루나예요."


새엄마는 화려한 외모만큼이나 겉치레 또한 눈이 부시도록 꾸미는 일에 공을 들였다. 특히 큼직 막한 보석이 박힌 반지와 목걸이, 귀걸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바뀌었다. 새엄마가 살았던 나라의 여자는 모두가 다 휘황찬란한 액세서리와 멋들어진 옷을 입고 다닐 것이라고 루나는 생각했다.

루나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엠마는 항상 외출 준비에 바빴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늦은 새벽 무렵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아침 등교 때마다 새엄마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아빠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서는 게 루나의 아침 루틴이었다.


"루나야, 아빠가 오늘부터 일주일간 출장을 가게 됐어."

"일주일씩이나? 힝. 너무 긴데."

"루나 아침은 도우미 이모님이 오셔서 챙겨주실 거야. 잘 챙겨 먹고 학교 가. 알았지?"

"응, 알겠어. 아빠. 도착해서 전화해야 해."

"그래, 우리 공주님 일주일 동안 씩씩하게 잘 지내다 만나자."


아빠가 없는 집에 새엄마와 함께 있을 생각을 하니 루나는 벌써부터 마음에 무거운 추를 매단 듯 불편한 감정이 잠식하기 시작했다. 비록 새엄마를 마주하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 30분 정도지만, 낯선 외모에서부터 풍기는 이질적인 분위기만으로도 루나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오늘따라 루나는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것보다 집에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친구들과 떡볶이도 사 먹고 학교 근처 문구점에도 들러 시간을 때웠다. 평상시보다 늦은 귀가시간인데도 새엄마한테는 연락조차 없다. 비번을 꾹꾹 눌러 도어록을 해제하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새엄마는 이미 집에 없었다. 한껏 움츠러든 어깨를 가볍게 풀어내고 거실에 가방을 내던진 채 소파에 드러눕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초인종 소리에 잠들었던 루나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상하게도 주위가 깜깜했다. 거실에 불을 켜고 확인해 보니 경찰관 두 명이 서 있었다.


"누구세요?"

"마을 경찰서에서 왔습니다. 엠마 씨 집에 계시나요?"

(루나가 문을 연다)

"안녕? 엄마 집에 계시니?"

"오후에 외출하셨어요." 

"집에 너 혼자야? 아빠도 안 계셔?"

"네, 그런데 마을이 왜 이렇게 깜깜해요?"

"마을 중앙에 있는 보석이 없어졌단다."


루나가 살고 있는 마을은 해가 뜨지 않는다. 대신 마을 중앙에 있는 붉은빛의 보석이 마을 전체를 밝혀주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찬란한 붉은빛의 보석을 훔쳐가 마을에 빛을 잃고 말았다. 현장을 조사한 결과 엠마의 한쪽 귀걸이가 떨어진 채 발견되었고 경찰은 새엄마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엠마는 지구반대편에서 악명 높은 괴도로 이 마을의 보석을 훔치기 위해 루나 아빠와 결혼해 살아왔던 것이다. 그녀는 루나 아빠가 없는 틈을 타 오랫동안 계획해 왔던 보석을 훔쳐 달아났고 현상수배범이 되었다. 루나가 살고 있는 마을에 밤은 기약도 없이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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