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유 May 08. 2024

어머님, 며느리도 가족입니다.

생일은 그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자기 생일을 손꼽아 묻는 일이 많아졌다.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에 꽂힌 5개의 초 위로 오렌지색 불빛이 살랑살랑 춤을 춘다. 식구들이 다 함께 모여 손뼉 치며 노래 부른다. 아이는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 갈비뼈를 한껏 들어 올려 숨을 크게 마셨다가 단숨에 후 하고 뱉어낸다. 초가 한꺼번에 꺼진 듯 깜깜한 정적을 만드는 것도 잠시 불꽃이 살아난다. 아이는 이길세라 질세라 모든 촛불이 꺼질 때까지 침을 튀기며 불어댄다. 이내 꺼지면 아쉬운지 "또, 또, 또해."를 외치며 생일초에 불을 붙였다 입으로 껐다를 여러 번 반복한다.

케이크 조각에 포크를 찔러대며 아이는 묻는다. "엄마, 이제 내 생일 또 며칠 남았어?" 자기만을 위해 식구들이 모여 축하해 주고 갖고 싶던 선물도 받는 생일이 아이에게도 특별하게 느껴졌을 테다.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을 하고 그 결실로 아이를 낳게 된다. 부모는 축복 같은 날을 기념하고자 매해 이른 아침에 일어나 정성스럽게 미역국을 끓여 생일상을 차리고 저녁엔 가족이 모여 축하하는 일련의 의식들을 치른다. 365일 중 평범한 하루가 다른 누군가에겐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이다. 하나의 하루만이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받는 날이기에 우리 모두가 자신의 생일을 유의미하게 대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 다음 생일은 누구야? “

“할아버지 생신이 오고, 그다음엔 아빠 생일이지.”

“할머니 생일은?”

“할머니 생일은 지난번에 했잖아.”

“그럼 아빠 생일 다음엔 누구 생일이야?”

“없어, 끝이야. “

“엄마 생일은?”

..........................


(어머님, 어머님 아들 생일 전에 제 생일도 있어요. 왜 자꾸 제 생일은 빼먹으세요. 속상하게)




이전 04화 괴도 엠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