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꿈해몽
느닷없이 콧물이 줄줄 흘렀다. 열이 났다 안 났다 변덕을 부리더니 두통도 얄궂게 찾아왔다.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해 몸에 무리가 왔나보다. 곁에서 지켜보는 엄마가 혀를 끌끌 찬다. 사람은 감출 수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첫번째는 사랑에 빠졌을 때, 두번째는 재채기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수도꼭지가 풀린 듯 하염없이 내려오는 콧물 또한 감출 수가 없었다. 크리넥스 티슈 한통을 하루에 다 쓸 만큼 아무리 풀어도 풀어도 끝없이 생성되는 콧물이 기이할 정도였다.
돼지독감이 유행이던 시기라 코를 풀러 자주 화장실을 이동하면 회사 동료들의 의심의 눈초리가 따가웠다. 날이 갈수록 머리가 무거워 무릎을 향해 고개를 떨궈야 버틸 수 있었다. 휴가를 내고 며칠 쉬기로 했다. 약을 먹으면 쉬 낫겠지 싶었지만 눈알이 빠질 지경이었다. 고개는 무릎을 향하고 눈을 감아야만 살 수 있으니 침대에 누워 끙끙 앓았다.
엄마는 내 방을 들락날락하며 상태를 살폈다. 잔병을 달고 살지 않던 건강 체질이라 혹시나 큰 병이라도 걸린 건 아닌지 걱정이 커 보였다. 참는 것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 나였지만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빠 팔뚝을 붙잡고 결국엔 응급실을 가달라고 외치는 사태까지 왔다. 아빠는 나를 업은 채 주차장으로 내려가 뒷좌석에 눕혀 서둘러 대학병원으로 이동했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와서 상태를 살피고 증상에 대해 설명 해달라고 했다. 설명조차 힘든 상태인데 굳이 환자 본인에게 들어야 한다는 의사가 야속했다. 소변검사부터 피검사, 엑스레이를 찍고 수액을 맞는 동안 고통이 진정이 되는 듯했다. 검사결과는 다음날 들으러 내원하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엄마가 방에 들어와 내 손을 꽉 붙잡는다.
"딸, 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가 좋은 꿈 꿨어. 관세음보살님이 꿈에 나와서 괜찮다 괜찮다 하셨어. 아무 일 없을 거야."
병원에 도착해 이비인후과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를 만났다.
"급성축농증입니다. 얼굴 부비동에 농이 엄청 꽉꽉 차 있어요. 많이 아팠을 텐데 어떻게 참았어요?"
축농증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니. 큰 병일까 봐 내심 걱정했는데 코에 농이 꽉 찼다는 창피함은 나의 몫으로 의사 눈을 마주치기 어려웠다.
"앞으로 일주일간 처방해 드리는 항생제와 약 꼭 잘 챙겨드시고, 일주일 후 내원하시면 됩니다."
딸을 걱정하는 불자의 꿈 덕분이었을까 급성축농증의 해프닝은 이렇게 끝이 났다.
#한달매일쓰기의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