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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 May 14. 2024

오늘도 다정했나요?

다정에 꽂히다

어릴 땐 그저 강해 보이는 것이 이롭다 생각했다. 눈빛부터 말투까지 차가움을 장착하며 길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쉬운 상대로 생각되지 않기 위해 차가운 이미지의 페르소나를 걸쳐왔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기보다는 상처 주는 쪽을 택했고, 손해보다는 이익에 초점을 맞춰 살았다. 덕분에 불필요한 사람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어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얼굴은 그 사람의 얼이 비치는 동굴이라고 한다. 마음그릇에 어떤 마인드를 담고 살아가냐에 따라 사람의 인상도 좌우된다고 한다. 나를 보호하고자 차갑게 굴던 행동은 마음까지 뻗어나갔다. 마음그릇이 얼음장같이 식어가면서 깨질 것처럼 위태했다. 위태로운 마음은 얼굴에도 퍼져 서서히 표정조차 얼어갔다.

서른의 문턱에 들어서 한참 걷다 보니 마흔을 코 앞에 둔 어느 날 도서관에서 윈도 쇼핑하듯 책 제목을 훑으며 지나가다 책 한 권에 눈길이 멈추게 됐다. 생소한 샛노란 표지의 아우라는 발걸음도 붙잡았다. 결국 집게손가락을 뻗어 책머리 앞을 눌러 당겼다. '<다정소감> 김혼비 산문집' 자줏빛으로 찍힌 제목조차 조화롭게 따사로웠다.

몸은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려고 특정 음식이 당긴다고 하지 않던가. 차디찬 마음이 살고 싶었는지 노란색 바디(body)의 <다정소감> 책을 끌어당긴건 아닌지 모르겠다. 다정다감한 사람들이 모여 인생을 살아가는데 힘이 돼주는 이 책이 밤바다의 반짝이는 등불처럼, 밤하늘의 별똥별처럼 귀하게 찾아왔다.

책을 덮고 난 후 여운이 남아 한참을 한 곳에 머물렀다. 나의 마음그릇은 <다정소감>을 접한 날로부터 온도 차가 생겼다. 다정함을 외면한 채 뾰족한 날을 세우고 차갑게 지내왔던 날을 돌아보고 다정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아직 덜 익은 나의 다정한 표현은 어색하지만, 다정함이 몸에 밴 사람들의 행동 보며 배워가고 있다. 아직은 영하의 날씨를 벗어난 정도의 다정이지만 내 아이가 자식을 낳았을 때쯤은 온화한 미소를 겸비한 다정한 할머니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 날을 위해 오늘도 다정한 사람이 되고자 칭찬 한마디, 위로 한 스푼, 격려 한 모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따스히 건네본다.


                   여러분은 오늘 다정하셨습니까?


#한달매일쓰기의기적 #다정 #다정소감 #김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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