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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 May 20. 2024

우리는 모두 인생의 디자이너이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글쓰기 과제가 주워졌다. 막연하고도 막막했다. 지금까지도 자문하고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모색하느라 방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왜 사는지 묻는다면 그것도 모르겠다. 언제부터 나라는 존재에 대해 자각하고 살았는지 모른 채, 태어나 살아가며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선택의 순간마다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웰빙, 욜로, 워라벨, 파이어족, 워케이션, 갓생..... 언제부터인가 라이프스타일에 트렌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트렌드에 따라 신조어도 나타나고 왠지 유행에 따라 살아야만 할 것 같아 따라 해보기도 했다. 아침밥 대신 과일과 채소 식단으로 상을 차리고, 네이버에 레시피를 검색해서 ABC주스를 만들어 마셨다. 입에 적응 안 되는 맛이지만 유행이라니 구닥다리가 되지 않기 위해 애써 삼켰다. 몸에 좋다고 다들 먹고 마신다는데 하루에 한 끼, 한 잔쯤이야의 생각은 탄수화물과 커피 성애자로서 오래 지속시키기 힘들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법칙이 온라인상에서 떠들썩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일명 ‘미라클모닝’이다. 트렌디한 사람이 되고자 지인들과 의기투합하여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속담처럼 나에게 어떤 기적으로 보물을 가져다줄지 기대감이 상승했다. 첫날은 가볍게 눈이 떠졌다. 의욕적으로 책을 읽고 일어난 시간을 타임스탬프 어플로 찍어 지인들에게 인증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하루가 더해져 이틀이 되고 반복이 되자 책을 보는 중간에 눈이 감겼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몸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바꿨다. 중랑천으로 나가 뛰기 시작했다. 여름에도 새벽녘은 한기가 서려 나가긴 힘들었지만 뙤약볕에 달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여 박차고 나섰다. 두 달간 뛴 결과 먼저 체중계의 숫자에 변화가 왔다. 머메이드라인의 스커트가 더 이상 배에 힘을 주지 않아도 입을 수 있는 기적이 찾아왔다. 기적은 오는 것과 반대로 가는 건 쉽고 빨랐다. 유지하기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깨달음과 함께 뱃살을 다시 안겨주고 가버렸다.

트렌드를 좇으면서 오히려 나다움을 잊고 살았다. 남과 다른 삶을 지향하면서 남처럼 살아내려 한 나 자신에 회의감이 밀려왔다. 뱁새가 황새를 쫓다 가랑이가 찢어지듯 체력의 한계를 맛본 것도 사실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다움에 맞는 인생의 항로를 개척해야 하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그들의 방식이 나와 맞지 않는 것처럼 나의 방식이 그들에게 정답이 될 수 없다. 누군가 이미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춘 재료로 나를 맞출게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재료로 나에게 맞는 나만의 DIY로 맞춤인생을 설계해야 한다. 물론 내 앞에 주어진 인생의 재료가 딱 들어맞을 수는 없다. 자르고 갈아내고 덧대고 붙이며 온갖 시행착오에 희로애락을 맛보며 살아가는 게 나다움을 찾는 여정이 될 것이다. 우린 모두 인생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정답도 오답도 없는 이 세상에서 나다움에 맞는 최고의 멋진 삶을 의미 있게 디자인해 보자.

아모르파티

사진출처: www.pexels.com


#한달매일쓰기의기적 #인생 #나다움 #아모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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