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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진oh Dec 17. 2023

아침 9시의 신데렐라

집안일 루틴을 찾아라! (사진출처: naver)


똑딱 똑딱~

아침 9시 정각이 다 되어 가고 있다


과연 9시가 되기 전 집정리를 모두 마치고 집밖으로 탈출할 수 있을까? 친구와 약속 시간은 정각 10시  늦지 않으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때는 나가야 한다.


 집안정리 100프로 완료 성공! 시댁 식구 혹은 애들 친구 엄마 그 누가 와도 떳떳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더할 나위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이 모든 건  9시까지 집안일을 마무리하게 하는 마법의 루틴 덕분이다.


현재 시각 8시 20분. 마지막 둘째 녀석까지 학교로 출발했다. 고개를 가만 들어 집구석을 바라보니 하.. 이런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싱크대 목구멍을 가득 채운 설거지, 거실은 초토화에 빨래는 이곳저곳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마냥 집에 흩뿌려져 있다. 한숨만이 나올 뿐이다.


진짜 딱 아무것도 하기 싫다. 뿅 하고 이 자리에서 사라지면 좋으련만. 그것도 아니라면 요술방망이 몇 번 휘두르면 모든 게 제자리로 가면 좋겠다. 그런 걸 만들게 되면  빌게이트 아저씨도 부러워할 만한  부자가 될 수 있겠지? 만인의 주부들을 위해 누군가 만들어 주면 좋으련만.



나는 지독히도 반복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일하는 방식도 요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회사를 다닐 때, SOP(Standard Operating Procudure)라는 표준 업무 지침이 있었다. 누가 와도 그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일의 표준 매뉴얼을 만든 것이다.

요걸 제일 먼저 하고, 그다음엔 저걸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걸 집안일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집안 청소를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고 싶었다.

지긋지긋한 집안일을 해치우고 내가 하고픈 일을 하고 싶었으니깐. 유튜브에서 집안일 노하우, 집안일 빨리하기, 청소 노하우 이런 키워드로 검색했다.


급기야는 미소, 청소박사 같은 청소대행업체의 업무 영상도 참고했다. 그분들은 정해진 시간에 효율적으로 청소를 마쳐야 하므로 그 노하우가 반드시 있을 터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만의 청소 매뉴얼이 탄생했다. 이름하여 9시 탈출 home care SOP






먼저 환기시키기!

미세먼지 아주 심한 날을 제외하고 문을 활짝 연다.

으스스 추운 날도 예외는 없다.


그다음은 세탁기 돌리기다.

내 소중한 허리를 보호하기 위해 빨래바구니는 의자 위에 올려놓고 빨래를 분류한다. 호주머니 속 쓰레기도 버리고, 뒤집힌 바지랑 티셔츠도 뒤집어 준다. 아니 왜 모든 양말, 바지는 뒤집혀 있는 거냐고. 속옷 하나하나 티셔츠마저도 다 뒤집혀 있다.


속이 부글부글 거린다. 특히 문제의 주범은 아들 녀석이다. 참을 수 없던 어떤 날은 아들을 불러 옆에 세우고는 양말을 하나하나 뒤집으라고  했다. 혹시 이렇게 하면 옷을 제대로 벗을까 하는 소망을 가지고. 결과는 어땠을까? 예상했겠지만 실패다. 여전히 뒤집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와 함께 내 속도 뒤집히고 있는 중이다.


물건정리의 시간

거실, 방, 부엌에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자기 자리에 있지 않는 물건들을 색출한다. 모두 바구니 하나에 모은 다음 바닥에 붓고, 방별 물건으로 분류했다


이때 가제트 팔이 큰 역할을 한다. 수만 가지  잡동사니를 집어 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에이 c’부터 다양한 욕에 가까운 감탄사가 나온다. 허리도 아프고 무릎에서는 ‘뿌드득’ 소리도 나고 그래서 장만한 카제트팔.

우아하게 서서 웬만한 물건을 척척 다 집어 올린다.

식당 신발장 정리하는 여자가 된 것 같아 웃기긴 하지만 내겐 필수템




침구 정리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은 자신이 일어난 침구를 정리하며 자기 효능감을 뿜뿜 올린다고 하는데 아직 우리 집 식구들은 그런 훌륭한 모습으로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현실은 다들 그냥 스르륵 일어나 회사와 학교로 사라져 버린다. 아침 침구정리는 자아 정체감에 그렇게나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이 좋은걸 아무도 하지 않는 걸까? 그렇게 나홀로 투덜 되며 침대 3개분의 침구 정리를 5분 이내로 마쳐 본다.


그다음은 청소기를 돌리기다.

그닥 꼼꼼한 편이 아니라 집안 청소기 돌리는데 후다닥 하면 5분 만에 할 수 있다. 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놀라는 것 매일 돌리는데 아니 이 많은 먼지뭉치들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옛날에 일주일에 한두 번만 돌렸던 적도 있었는데 ㅎㅎ 그땐 먼지와 함께 살았겠구나


설거지 시간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개인 비서 격인 식세기가 있어 그나마 나았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사는 집에는 그녀가 없다.


우선 건조기에 있는 산더미의 그릇부터 정리해야 한다

시작부터 기가 눌리고 하기 싫다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용솟음친다. 미치도록 하기 싫다는 바로 그 마음. 그릇의 종류는 뭐 이다지도  많은 것인지. 누가 보면 매일 진수성찬을 차려 먹는 집인 줄 착각할 만한 다양한 컬렉션과 양이다. 요리조리 그릇들을 제자리로 넣어주면 드디어 본 설거지가 시작된다.


핑크 고무장갑 &

오래된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면 준비 완료

타이머를 켠다. 그릇을 양과 종류를 스윽 보니 15분이면 가능할지도. 시~작! 이번에는 과연 15분 안에 마칠 수 있을 것인가. 아참 설거지와 함께할 유튜브 영상도 잊지 말고 틀어야 한다. 그 지루한 시간을 혼자 이겨내긴 힘들다.




이때 3가지 종류의 수세미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애벌 설거지용/ 본 설거지용/ 헹굼용 (수세미 3 총사)

뜨거운 물을 틀고 애벌설거지용 초록 수세미로 그릇을 빠르게 닦아 준다. 싱크대 상판에 같은 종류끼리 포개며 모아준다. 안에 붙은 음식물을 수세미로 잘 제거해 준다.


그다음은 동그란 그릇에 주방세제 한번 펌핑해 주고

뜨거운 물 약간을 투하한다. 흔들흔들 잘 섞어만 주면 퐁퐁물 제조 완료. 요렇게 하면 헹굼도 편하고 적은 양의 세제로 설거지를 마칠 수 있다. 슥 슥 빠르게 그릇을 닦는다. 애벌 설거지가 되어 있어서 매우 빠르고 효과 적으로 마칠 수 있다. 그 속도에 가끔 놀란다 ㅎㅎ



마지막으로 천연 수세미(진짜 수세미열매를 건조해 말린 거)로 헹굼 시작. 바로 이 순간이 식세기 이모님이 몹시도 그리운 순간이다. 헹굼만 대신해줘도 난 10분 안에 설거지를 마칠 수 있었을 텐데. 좀만 더 힘을 내면 끝이 난다. 쏴아~물소리가 경쾌하다. 차곡차곡 그릇, 냄비, 프라이팬들이 쌓인다. 역시나 산더미처럼 가득 쌓였다. 이 많은 걸 다 해냈다니 뿌듯함 보다는 어이쿠 너무 고생했구나 싶다.






총 소요시간 40분 (설거지시간 17분)

더 단축했어야 했는데 담엔 기록을 깨보리라

숟가락, 조리도구만이라도 누가 대신 해주면 좋겠다.

돈을 모아 식기세척기 이모님을 빠른 시일 내로 들여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스퀴즈로 상판의 물기를 제거하고 마무리한다. 부지런하고 예쁘기까지 한 ‘상큼한 땡땡맘 “ 유튜버는 매일 싱크대 하수구도 닦으라 했지만 도저히 난 못하겠다.


뒤를 돌아 거실을 본다. 완벽하다 이 정도면 뭐 누가 와도 자신 있다. 이만하면 되었다


9시 정각 이제 슬슬 나가 볼까? 씨익 미소가 떠오른다

나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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