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넌
헤어진 연인들은 그 절절한 슬픔을 대신 노래해주는 감성 충만한 노래로 깊은 위로를 받는다. 한 소절 한 소절 어찌 저렇게 내 마음을 가사로 옮겨 둔건지 놀랍기 까지 하다. 이처럼 위로가 필요할때면 노래를 듣거나 친구에게 털어놓거나, 혹은 어딘가로 훌쩍 떠나곤 한다.
스무살 풋풋한 대학생시절.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날은 땅이 꺼질만큼 한숨이 절로 나오는 그런 슬픈날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터덜터덜 학교앞 골목길을 걸어내려오는 중이었다. 그 순간 내 코를 간지럽히며 그 냄새만으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게 하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그곳은 ‘빵굼터’. 바로 나의 최애 빵집이었다.
원래도 빵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어릴때 빵집 사장님한테 시집가라는 소리를 듣던 빵순이. 그런 내가 좋아하는 학교앞 빵집이었는데 그날따라 지친 나를 불러 세웠다.
식빵 한가운데에 초코 마블링이 되어 있는 녀석과 달콤 바삭한 꽈배기를 골라 들고 한입 베어문 순간. 우울했던 기분이 확 좋아진다. 내가 이렇게 단순한 사람이었나하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고소한 버터향이 코를 간지럽히고 보드라운 빵의 살결이 입속에 들어가서 내 지친 마음을 토닥거려주는 느낌이다.
그렇게 마냥 좋아하던 빵은 이후로도 나를 위로해주는 좋은 처방이 되어 주었다. 내 소울(영혼)까지 다독여 주는 존재. 나를 웃게 만들어 주는 음식이다.지금도 마음이 울적할때면 빵집으로 들어가 달달해 보이는 빵을 집어 들어 본다. 최근 나의 최애는 단팥이 들어있는 쫄깃쫄깃 찹쌀 도너츠. 특히 P사의 찹쌀도넛이 내 입맛에 찰떡이다:)
빵을 직접 만들어 보고자 첫 월급을 타고 남대문시장으로 향했다. 비싼 일제와 독일제 제빵도구들을 큰맘 먹고 구입했다. 얼마나 행복했었던지 그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그 귀한 도구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고이고이 베란다 박스 어딘가에 잘 모셔져 있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빵을 만들어 주어야지 하는 야심찬 꿈도 있었다. 하지만 만들고 난 후 넘쳐나는 설거지와 한번에 많은 양의 빵은 감당하기 편하게 전문가가 만드는 빵을 먹는 걸로 나와 합의를 보았다 :) 세상은 넓고 맛있는 빵은 너무나도 많으므로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엄마의 월급날은 매월 17일! 어린 나는 그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날이면 엄마는 두손 가득 내가 좋아하는 빵을 사자기고 오셨으니까.
내 고향은 무척이나 시골이다. 읍소재지에서도 걸어서 30분 더 떨어진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읍내에는 빵집이 딱 2개 있었는데 그 이름은 ‘선화당’과 ‘부레옥’. 옛날 감성 충만한 이름이다. 그곳에서 엄마는 월급날 빵을 사오셨다. 매일 같이 젤리, 과자, 사탕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달달한 것들을 먹을수 있는 때가 아니었기에 그때의 빵은 가히 천상의 맛이었다.
켜켜이 한장씩 떼어 먹을수 있는 페스츄리 형태의 세모 사과파이를 기억하는가? 파이 사이사이에 달콤하고 향긋한 사과쨈이 사르르 발라져 있고, 마치 티슈를 뽑아 먹듯 그 파이 한장을 소중하게 먹었었다. 그토록 작은 시골마을에 고급 충만한 애플파이가 존재했다는게 참으로 신기하다.
이처럼 한달에 한번 먹을 수 있었던 그 빵은 나에게 설레임과 행복이었다. 지금도 17일을 기억하는 나를 보면 말이다.
파주에 있는 헤이리 마을에서 처음 구름빵을 만났다. 거의 아무도 백희나 작가님을 모르던 시절. 작가님을 극초기에 우연히 발견했다고나 할까? 헤이리 한 건물 아래에 구름빵 책에 나오는 인형들이 모두 전시되어 있었다. 나무가지에 걸린 구름. 그걸 발견한 야옹이 아이 둘이 구름을 조심조심 가져와 엄마에게 준다. 엄마는 귀한 구름으로 빵을 만들고 냠냠 나눠 먹은 녀석들은 구름처럼 하늘을 날게 된다. 하늘을 날아 아빠에게 가는 아이들. 그 책이 너무나 좋아서 아이들이 있던 친구들에게 그 책을 선물해 주었다지.
스토리가 너무 아름다웠다. 구름으로 빵을 만들다니. 상상만 해도 설랜다. 나는 어떤 빵을 만들어 볼까? 나도 구름 빵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하늘을 날아 내가 원하는 곳으로 맘껏 가야지. 자유롭게. 오늘 사먹은 그 둥글넙적한 빵을 구름빵으로 생각하고 한입 베어 먹어 보련다. 눈을 감는다. 내 몸이 떠오르고 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거다. 마법의 성의 노래 가사처럼 :)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우리에게 펼쳐진 세상이 너무나 소중해 함께 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