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가 조금 안된 시각이다. 조깅 티셔츠와 바지를 입는다. 운동화를 신는다. 열쇠를 챙긴다. 문 밖을 나선다. 집에서 이백미터를 나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학교 가는 아이들로, 일터로 향하는 차들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트럭들로 길은 바글바글하다. 사거리를 건너면 길은 곧장 작은 공원으로 이어진다. 공원을 가로질러 달리기를 시작한다. 공원이 끝나는 곳은 조그만 오솔길로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길은 금세 나를 강가로 인도한다. 그 순간 나는 영화 속 인물이 된다.
천천히 커피량을 줄여 커피를 끊어보라는 의사 선생님 조언대로 커피량을 줄였다. 일 가기 전 모닝커피 한잔 대신 4분의 3 잔을 마셨다. 며칠 동안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내 머릿속은 하루 종일 커피로 가득했다.
‚오늘 커피량이 부족해 ‘
‚커피자판기에서 한잔 마셔. 커피 한두 잔은 괜찮데 ‘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거야 ‘
‚커피가 치매예방에 좋데잖아‘
‚오늘 하루만인데 좀 어때?‘
‚그래, 오늘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으니 보상으로 한잔 마셔야겠어.‘
사무실을 나와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자판기로 향했다. 자판기 앞에 성스럽게 선다. 1유로 동전을 정성스레 넣는다. „택 테르르 “동전이 돈통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린다. 나의 집게손가락은 수줍게 „블랙커피“를 누른다. 윙~ 츄르르르 커피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휴우~~ 동시에 내 안의 긴장이 풀린다.
그날부터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회사 자판기에서 커피를 마셨다. 모닝커피 한잔도 매일 마셨다. 밤잠을 설치는 날은 늘어만 갔다. 서서히 좀비가 되어 가고 있었다.
3주간의 긴 여름휴가를 앞두고 결심했다. 커피를 단번에 끊어 버리기로… 커피를 끊으면 삼사일은 진통제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신체적 금단현상으로 고생한다. 그렇기에 3주간의 긴 휴가는 커피를 끊기에 안성맞춤이다. 조깅을 하기로 했다. 조깅을 하면 커피를 마실 때와 같이 도파민 분비가 되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강을 따라 달리다가 커다란 공원으로 들어선다.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달린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햇살에 반사된 나뭇잎은 푸른빛을 내며 재잘거린다. 공원 안에 있는 연못을 따라 달린다. 연못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고요하다. 오직 나의 숨소리와 땅을 내딛는 발소리만 들릴 뿐이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학생들 스무 명 남짓이 모여 있다. 그 옆을 달린다. 한 아이가 외친다.
„You can do it “
다른 아이들도 따라 외친다.
„You can do it “
내 얼굴에 미소가 드리운다.
나도 나에게 외친다.
„I can do it! “